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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은 우리 사회의 많은 부분을 바꿔왔다. 기업들 역시 선진기술을 바탕으로 도약에 성공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간 사회적경제 분야는 IT, 과학기술 분야에 접근성이 낮았다.

사회적기업진흥원은 과학기술인협동조합 지원센터(SETCOOP)와 공동주관으로 ‘2020 과학기술인 협동조합 공모전’ 하위 분과로 '기술기반 사회적경제 비즈니스 협업모델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다. 사회적경제 창업기업의 역량 강화와 외연확장을 목표로 과학기술 분야 협업 파트너를 발굴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사회적경제 창업기업이 보유한 기술 수요를 오픈하고 해결방안과 구체적인 협력방안을 제안받고 있다. <이로운넷>은 사회적경제 창업기업의 기술 수요를 분야별로 나눠 소개한다.

‘안전제일’. 한국 사회에서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단어 중 하나다. 가정과 학교, 일터 등 일상 곳곳에서 ‘안전’은 기본적으로 필요한 조건이지만, 가장 쉽게 어겨지는 원칙이기도 하다. 매일 뉴스에서 쏟아져 나오는 사건사고만 보더라도, 위험에 노출되거나 해를 입는 일이 하루에도 몇 번씩, 얼마나 빈번하게 일어나는지 알 수 있다.

최근 사회적경제 기업들이 위태로운 일상 곳곳을 바꾸기 위해 ‘첨단 기술’을 동원하고 나섰다. 취약한 주거환경에 사는 이들의 건강을 위해 곰팡이 제거 솔루션을 만들고, 추위와 세균에 강한 실내텐트를 제작해 기부하기도 한다. 장애인‧노인‧아이의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하는가 하면, 대형 재난사고에 대응하기 위한 스마트 경보 시스템 구축에도 뛰어들었다. 

기술을 통해 안전문제 해결이라는 소셜미션의 실현과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 수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좇고 있는 4개 기업을 소개한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공모 중인 '기술기반 사회적경제 비즈니스 협업모델 공모전'을 통해 기술적 성장을 꾀하고 있는 기업이다.


# 사례1: 취약 주거공간 ‘곰팡이’ 제거할 혁신기술

취약계층 주거공간의 곰팡이 문제 해결에 힘쓰는 '㈜오롯컴퍼니'는 부설 곰팡이 연구소에서 제거제, 단열재 등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다./사진제공=㈜오롯컴퍼니
취약계층 주거공간의 곰팡이 문제 해결에 힘쓰는 '㈜오롯컴퍼니'는 부설 곰팡이 연구소에서 제거제, 단열재 등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다./사진제공=㈜오롯컴퍼니

반지하‧지하‧노후공간 등에서 가장 골치를 앓는 문제는 ‘곰팡이’다. 통풍이 잘되지 않아 습도가 높고, 지면과 닿아 습기가 그대로 올라와 곰팡이가 쉽게 피기 때문이다. 곰팡이는 미관상 좋지도 않지만, 세균 때문에 피부나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고 음식을 상하게 하기도 한다.

‘㈜오롯컴퍼니’는 합리적 비용으로 곰팡이 문제를 해결해 건강을 증진할 수 있는 솔루션을 연구하는 기업이다. 곰팡이 제거 노하우를 공유해 스스로 시공하도록 돕는 ‘오롯 디스쿨’, 곰팡이에 대한 전문적 해결 방법과 기술을 제시하는 ‘곰팡이 연구소’ 등을 운영한다.  

시중에 나온 곰팡이 제거제는 많지만, 성능‧가격‧냄새 등이 맞지 않아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더욱이 곰팡이 제거 이후에는 재발 방지를 위해 ‘단열 작업’을 꼭 해야 하는데, 취약공간에서 단열 시공은 어려움이 많다. 건조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고가의 특수 장비가 필요하고, 시공하더라도 불량률이 높은 등의 이유 탓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롯컴퍼니는 박멸 성능은 우수하면서도 냄새는 순하고, 가격이 적정한 곰팡이 제거제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또한 취약공간에서도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뿌리는 단열재’가 개발된다면, 시공 편의성이 높아지고 비용에 대한 장벽도 낮아져 스스로 집을 고쳐 쓰는 문화가 형성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이종건 ㈜오롯컴퍼니 대표는 “시공성이 좋은 곰팡이 제거제, 뿌리는 단열재를 개발해 직접 생산한다면 원재료 값을 낮춰 비용을 줄이고, 관련 전문가를 양성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궁극적으로는 취약공간이 살기 좋은 곳으로 개선돼 거주자들의 건강이 향상될 거라고 본다. 단순히 잠만 자는 집이 아니라 생활을 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해 지역 활성화에도 기여하기를 기대한다”라고 덧붙였다.

# 사례2: 온도 높이고 세균 박멸하는 ‘실내 텐트’

㈜조이비는 추위를 막고 독립된 공간을 보장해 아동의 신체적, 정서적 건강에 도움을 주는 '실내 텐트'를 만든다./사진제공=㈜조이비
㈜조이비는 추위를 막고 독립된 공간을 보장해 아동의 신체적, 정서적 건강에 도움을 주는 '실내 텐트'를 만든다./사진제공=㈜조이비

통계청이 2019년 발표한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주거빈곤 상태 아동’은 전국적으로 52만 가구, 94만명에 달한다. 아이들은 좁고 오래된 집에 살면서 햇빛이 제대로 들지 않거나 곰팡이, 벌레 등 때문에 각종 질병에 시달린다.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고, 사생활 침해 등 때문에 정서적 우울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조이비’는 주거빈곤 가구 아동의 건강한 수면 환경 조성을 위해 제품을 연구하고 개발한다. 수면에 영향을 미치는 빛‧소리‧온도‧습도 등 여러 요소 중 온도에 초점을 맞추고, 추위를 해결하는 ‘실내 텐트’를 만들어 보급했다. 실내 텐트는 겨울철 따뜻함을 유지해 건강을 지키고, 독립된 공간을 보장해 정서 발달에도 도움을 준다. 그동안 ‘세이브더칠드런’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등과 협업해 실내 텐트를 기부해왔다.

최근 ㈜조이비는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면서 추위를 막는 것에 더해 실내 공기질을 개선하는 ‘자외선(UV) 캐노피’를 구상 중이다. 캐노피 안에 사람이 없을 때는 ‘강살균’, 있을 때는 ‘약살균’ 모드로 전환해 실내 유해 세균을 효과적으로 박멸하는 것이다. 

살균 효과는 크지만 인체에 유해한 ‘UV-C(100∼280nm 파장 영역)’와 살균 효과는 적지만 인체에 무해한 ‘UV-A(315∼400nm 파장 영역)’ 등 기술을 살피며, UV-A를 활용한 안전한 광학 설계를 개발하는 중이다. 이를 위해 지난 7월부터 청주대 학생 4명으로 구성된 ‘일루미노’ 팀과 협업에 나섰다. 일루미노는 소나 돼지 등 가축을 키우는 우리에 필요한 살균법을 연구하다가 최근 실내공간과 사람에 적합한 방법을 ㈜조이비와 함께 연구하고 있다.

장진권 ㈜조이비 대표는 “향후 온도뿐만 아니라 습도‧조도 등 요소까지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사물인터넷(IoT) 기기에 적용한다면, 스마트 캐노피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재난구호 텐트’로 기술을 확장해 이재민에게도 도움을 준다는 계획이다. 포항 지진 발생 이후 2018년 이재민을 위한 텐트를 만들어온 ㈜조이비는 실내에서 장기간 사용해도 쾌적한 재난구호 전용 제품을 만들기 위해 원단, 디자인 등을 고민하고 있다.

# 사례3: 블랙박스‧CCTV 정보 분석해 취약계층 ‘실종’ 방지

우리콜시스템은 노인‧아동‧장애인 등 이동 약자들을 위한 승차공유 모빌리티를 12월부터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실종을 예방하는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해 취약계층의 사회안전망을 확충한다는 목표다./사진제공=우리콜시스템
우리콜시스템은 노인‧아동‧장애인 등 이동 약자들을 위한 승차공유 모빌리티를 12월부터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실종을 예방하는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해 취약계층의 사회안전망을 확충한다는 목표다./사진제공=우리콜시스템

보건복지부와 경찰청이 지난해 발표한 따르면, 치매노인 실종 건수는 2014년 8207건에서 2015년 9046건, 2016년 9869건, 2017년 1만308건 등으로 매년 증가세다. 아동 실종 신고 건수 역시 계속해서 늘어나 2014년 1만5230건에서 2018년에는 2만1980건으로 기록됐다. 각종 정보통신 기술이 발전했지만, 우리 사회에서 사라지는 사람들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우리콜시스템’은 노인‧아동‧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실종을 예방하고, 안전사고와 범죄를 예방하는 통합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이동 취약계층을 위한 승차공유 모빌리티 서비스 ‘우리고’를 먼저 개발하면서 취약계층의 사건사고에 대한 빠른 신고와 대응이 필요함을 깨닫고, 사회안전망 확충 시스템 고안에 착수했다.

먼저 블랙박스‧폐쇄회로TV(CCTV)의 영상 및 음성 정보를 수집하는 기술이 필요한 상황이다. 기기가 꺼진 상황에서도 외부에서 신호가 수신되면 자동으로 켜지는 등 원격 제어가 가능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수집된 정보의 소리‧행동‧상황 변화를 분석해 일반 정보와 위급 정보를 자동으로 분류하는 기술도 요구되고 있다. 위급 정보가 자동으로 인식되면, 경찰이나 행정기관에 곧바로 신고할 수 있는 프로그램 연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전재혁 우리콜시스템 대표는 “취약계층의 이동권부터 생필품 구매, 고독사, 안전 등 문제는 하나로 연결돼 있어 단편적 접근이 아닌 종합적 솔루션이 필요하다”면서 “이를 해결하면 취약계층의 안전과 건강이 보장돼 관련 비용이 줄고, 경찰이나 공무원 등의 행정력 낭비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 사례4: 드론‧레이저로 공간 정보 수집…재난시 빠른 대응

㈜휴론네트워크가 드론, 라이다 등 기술을 활용해 만든 화재발생시 경보 모바일 알림 서비스 이미지./사진제공=㈜휴론네트워크
㈜휴론네트워크가 드론, 라이다 등 기술을 활용해 만든 화재발생시 경보 모바일 알림 서비스 이미지./사진제공=㈜휴론네트워크

일상 속 예기치 않게 발생하는 각종 재난은 시간과 장소를 구분하지 않는다. 만약 GPS(인공위성을 활용한 위치 인식 시스템) 수신이 제대로 되지 않는 실내나 지하에서 재난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휴론네트워크’는 드론을 통해 공간을 측량하고, 손으로 조작 가능한 ‘라이다(Lidar)’를 개발하고 있다. 라이다는 레이저 광선을 사용해 물체에 반사돼 돌아오는 거리 등을 측정해서 특정 공간의 모습을 정밀하게 그려내는 장치를 말한다. 라이다를 이용해 지상부‧지하부 등의 3차원 정보를 수집‧융합하고, 관리자나 소방대원 등 사용자들이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한다.

라이다가 수집한 정보를 앱으로 공유하고 발송하는 과정에서 시간과 데이터 사용이 커지는데, 이를 단축할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현 단계의 주요 목표다. 해당 앱이 제대로 기능하면 재난 상황시 안전과 직결되는 대피 경로, 비상구 및 소화전 위치 등 방재 정보를 신속히 확인할 수 있다. 현재 ㈜휴론네트워크가 개발한 라이다와 앱은 하드웨어가 90% 완성됐고, 소프트웨어는 보완을 통해 완성도를 높여 제품 양산을 준비하는 단계다.

이외에도 ㈜휴론네트워크는 4차산업 기술 기반의 교육, 관련 기술 용역 서비스, 연구개발(R&D) 등을 수행한다. 과학기술을 통해 도시의 사회‧환경 문제를 해결하고, 기술의 혜택을 다수가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소셜 미션이다. 

정경진 ㈜휴론네트워크 대표는 “건설‧환경‧재난방재 3개 분야에서 정보 수집 기능을 더 강화해 현실세계의 기계‧장비‧사물을 가상세계에 쌍둥이처럼 구현하는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분야가 성장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궁극적으로 재난 발생시 인명 피해 및 경제 손실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목표”라며 “각종 재난에 따른 국가적 손실 감소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적가치 창출 위한 기술 개발 의지 강해

이 기업들은 자체 기술을 개발하거나 개선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 향후 수요가 충족되면 더 많은 사회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은 개별 기업의 수요에 대한 해결 방안을 오는 10월 12일까지 공모를 통해 받는다. 사회적경제 기업의 기술문제 및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싶다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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