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세계 임팩트 투자 시장 추정 규모는 약 600조원. 국내에서 주목받고 있는 만큼, 임팩트 투자 시장의 성장은 국제 현상이기도 하다.

지난 9~11일(현지시간) 열린 GSG 글로벌 임팩트 서밋(Global Impact Summit) 2020에서는 73개국에서 임팩트투자 관련 종사자가 1,500명 넘게 참여해 글로벌 임팩트투자 경향과 사례를 공유했다.

GSG(Global Steering Group)는 2015년 8월 영국에서 설립된 글로벌 임팩트금융 추진기구로, 현재 33개 국가를 구성원으로 두고 있다. 금융, 비즈니스, 자선사업 영역 리더들을 모아 지속가능한 임팩트금융을 논한다. GSG의 각국 대표 조직을 ‘NAB(임팩트금융 국가자문위원회)’라 한다. 우리나라 NAB는 지난 2018년 2월 출범했으며, 문철우 성균관대 경영학부 교수가 의장을 겸한다. 국내외 임팩트 투자 동향에 대한 정보를 생산·연결하고 임팩트 투자가 활성화되도록 밑거름 역할을 한다.

사진=GSG
사진=GSG

이번 GSG 글로벌 임팩트 서밋 2020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온라인으로 열렸다. 3일간 각국 임팩트 투자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자신이 속한 임팩트 생태계를 소개했다. 260명이 넘는 패널들이 참석했으며, 국내 패널로는 문 교수와 더불어 국내 NAB 이사로 있는 이덕준 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 대표가 참여했다. 이 컨퍼런스 영상은 지난 15일 온라인에 공개됐으며, 이로운넷이 원문을 해석해 요약했다. 

임팩트 시장 규모화는 아태 지역 공통 현상

아시아-태평양 지역 임팩트 투자 동향을 공유하는 세션이 100명이 넘게 참여해 이야기를 들었다. 사진=GSG 줌 화면 갈무리
아시아-태평양 지역 임팩트 투자 동향을 공유하는 세션이 100명이 넘게 참여해 이야기를 들었다. 사진=GSG 줌 화면 갈무리

아태지역의 임팩트 투자 동향은 어떨까? 10일(현지시간) 진행된 ‘아시아-태평양 지역 세션’에서는 아태지역 국가들의 임팩트 생태계와 기업가·투자자들이 어떻게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지 등을 다뤘다. 한국을 포함해 뉴질랜드, 방글라데시, 오스트레일리아, 인도, 일본 측에서 패널로 활약했다.

오스트레일리아는 소셜 임팩트 투자 태스크포스가 정부 차원에서 구성돼 추진 중이다. 뉴질랜드는 상대적으로 시장은 작지만, 임팩트 투자 영역이 강하다. 뉴질랜드 NAB의 데이비드 우즈(David Woods) 의장은 “뉴질랜드 임팩트 운용자산 규모가 47억 달러로 작년 한 해 13배 증가했다”며 “임팩트 펀드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한 “점점 정확한 임팩트 측정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측에서는 국내 NAB 이사인 이덕준 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 대표가 나섰다. 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는 국내 임팩트투자사로, 국내외 중간지원조직·재단·기업·액셀러레이터 등과 협력한다. 그는 “한국 임팩트 투자 시장이 무척 활발해져 현재 관련 운용자산 규모는 4억~5억 달러 수준”이라고 소개했다. “고령화, 기후변화, 소득 불평등 같은 사회 문제들이 수면 위로 떠 오르면서 최근 한국에서 소셜벤처가 많이 등장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강한 기업가정신, 디지털 혁신, 사회변화에 대한 열망, 사회적 가치를 추진하는 정부 정책, 임팩트 투자 생태계 강화 등을 성장 이유로 들었다. 그는 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가 투자하는 대상으로 이주민이 해외송금을 할 때 수수료를 낮춰주는 핀테크 소셜벤처 ‘센트비,’ 에듀테크 기업 ‘에누마,’ 신재생에너지 크라우드 펀딩 사업을 하는 ‘선펀더’ 등을 예로 들었다.

일본에서는 2017년에 은행 그룹 차원에서는 처음으로 임팩트 펀드를 내놨던 신세이 투자사가 나섰다. 신세이 투자사는 신세이 은행 자회사로, 2017년에 육아 지원 펀드(Child-care Support Fund)라는 임팩트 펀드를 처음 만들었다. 일본 NAB 멤버로도 활동 중인 춘메이 황(Chunmei Huang)은 “NAB 차원에서 조사했을 때, 일본 내 임팩트 투자 자산은 약 44억 달러 수준이라 적은 편”이라면서도 “2016년 3억 달러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급격하게 증가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신세이 투자사는 최근 ‘하타라쿠 펀드’라는 임팩트 펀드를 운용하기 시작했으며, 올해 말까지 5천만 달러로 키우는 게 목적이다. 육아, 노인 돌봄 등을 사업모델로 하는 소셜벤처에 투자한다.

임팩트 측정, 방법론·지표보다 체계 동의부터

위부터 앤 캐보트-알레츠하우저 알렉산더 포브스 연구소 대표, 취리히보험의 사회적 책임 투자 부서장 조아나 콥, 문철우 한국 NAB 의장. 사진=GSG 유튜브 갈무리
위부터 앤 캐보트-알레츠하우저 알렉산더 포브스 연구소 대표, 취리히보험의 사회적 책임 투자 부서장 조아나 콥, 문철우 한국 NAB 의장. 사진=GSG 유튜브 갈무리

코로나19 세계적대유행(팬데믹)으로 사회적 책임을 고려하는 자본주의의 필요성이 주목받는다. 임팩트 측정에 대한 요구가 커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세션’ 다음 순서로는 문철우 교수를 포함해 앤 캐보트-알레츠하우저(Anne Cabot-Alletzhauser) 알렉산더 포브스 연구소 대표, 취리히보험의 사회적 책임 투자 부서장 조아나 콥(Johanna Kob)이 임팩트 측정의 주류화를 위해 추진해야 할 것과 경계해야 할 것을 논했다.

콥 부서장은 “취리히보험은 임팩트 투자를 몇 년간 계속해 50억 달러 목표 달성을 앞두고 있다”며 “특히 임팩트 투자의 절차를 표준화하는 과정이 긍정적으로 눈에 띈다”고 말했다. 경계해야 할 점에 대해서는 “집단 간 세력 다툼을 벌이거나, 새로 들어온 플레이어들이 이미 충분히 논의가 끝난 정의를 바꾸려고 하기도 한다”며 “임팩트 투자 분야가 성공적으로 성장하면서 생기는 일로 보인다”고 말했다. 콥 부서장은 이 분야가 제대로 자리 잡기 전까지는 경쟁보다는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교수는 “임팩트 측정 방법론이나 지표를 정하는 것보다 공통 체계 확립이 먼저”라며 공통된 임팩트 측정 체계(framework)에 대한 합의가 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임팩트 영역에서 정부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데, 임팩트 투자뿐 아니라 임팩트 측정에도 관심이 많다”며 최근 국내에서 높아진 임팩트 분야 관심도를 설명했다. 특히 정부에서 한번 이를 정책화하면 되돌리거나 고치기 어려운 KPI(핵심성과지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단기적인 지표나 평가방식을 도출해 바로 정책도구로 활용하기보다는, 민간의 다양한 측정 방식들을 포괄하는 ‘임팩트 언어’ 혹은 ‘임팩트 문법’을 제시하는 게 정부 역할로 바람직하다는 것. 그는 최근 임팩트 언어 통일화를 위해 한국 NAB가 IMP(Impact Management Project, 글로벌 표준 가치 측정 방식을 구축하는 비영리기구)와 한국형 임팩트 정의와 측정에 관한 책자 발간을 준비 중이라고도 밝혔다.

캐보트-알레츠하우저 대표는 투자의 파급효과가 공공·민간·영리·정부 모든 영역에서 나타날 것이며, 이를 모두 포괄하는 틀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임팩트 측정에 대한 문제가 투자자들만의 영역이 아니라, 생태계에 종사하는 모든 이들이 힘을 합쳐 풀어가야 한다는 걸 인지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주류화를 위해서라면 더 새로운 기준이나 틀을 만들지 말아야 하며, 국가마다 우선순위가 다르므로 궤도의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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