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에어비앤비, 우버, 배달의민족, 쿠팡 등 국내와 국외를 막론하고 플랫폼경제 기업들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소비자에게 효율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부작용도 적지 않다.

이들이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면서 플랫폼노동자 문제를 비롯해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거대 기업에 종속된 플랫폼에서 벗어나 새로운 모델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21일 열린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의 웨비나에서는 플랫폼협동조합이 기존 플랫폼경제의 대안으로서 제시됐다. '플랫폼 경제, 협동조합을 만나다'의 저자 사이먼 보킨(Simon Borkin)은 이날 '플랫폼협동주의와 자본조달 전략으로의 공동체주식의 가능성'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사이먼 보킨은 현재 대부분의 플랫폼이 소수의 대규모 기술기업에 플랫폼을 지배당하고 있으며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그 힘은 더 강해지고 체계적 불평등은 강화한다고 진단한다. 

웨비나 화면 캡쳐./사진=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웨비나 화면 캡쳐./사진=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거대 기술기업 위주 플랫폼 산업 구조 깨려면?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이 플랫폼협동조합이다. 그는 플랫폼협동조합을 디지털플랫폼이면서 서비스 또는 제품을 판매하는 곳으로, 플랫폼 참여자와 이용자가 공동소유하고 통제하는 플랫폼으로 정의한다. 플랫폼협동조합을 활용하면 거대 기술기업 위주의 산업 구조의 변화를 이끌면서 플랫폼에 의지해야만하는 노동자와 더불어 소비자에게도 실질적 이익을 제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근거는 다양하다. 우선 플랫폼협동조합은 가치 창출자에게 주도권을 부여 함으로써 이들이 수익 창출과 분배 방식을 통제하고 외부 투자자와의 착취적인 관계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하도록 돕는다.

또한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모여 사업 거버넌스를 구축하면 강한 주인의식이 생기고, 소비자도 단순 최저가 구매보다 윤리적 소비를 고려하고 사회적가치를 추구하게 된다. 경제 전반에 도덕적 관행과 생산 규범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상황도 긍정적인 요소다. 

한계도 있다. 대부분 플랫폼협동조합은 지역을 기반으로 한 공동체가 없고, 구성원 가운데 다양한 이해가 상존하기에 조직적 문제가 발생하기 쉽다. 

테이터 분석과 인공지능과 같은 기술을 도입하는데도 어려움이 크다. 거대 기술 기업이 기술에 대한 주도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미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플랫폼 기업은 네트워크 효과를 활용할 수 있지만, 신규 플랫폼협동조합은 그럴 수 없다는 점도 약점이다. 

가장 큰 문제는 자본 조달의 어려움이다. 그는 “영국에서도 가장 치명적인 문제가 자본조달의 어려움이었다”면서 “IT 산업에서는 벤처캐피탈 투자를 받아 성장하는 모델이 많은데, 협동조합은 큰 차익을 얻기 어려워 이런 모델 적용이 어렵다”고 말했다. 투자자나 자본가의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플랫폼이 아니므로 일반적인 방법으로 자본을 조달하기 쉽지 않다.

플랫폼협동조합은 조합원 분표, 노동 강도를 기준으로 크게 3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사진=사이먼 보킨 발표 PPT자료 갈무리
플랫폼협동조합은 조합원 분표, 노동 강도를 기준으로 크게 3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사진=사이먼 보킨 발표 PPT자료 갈무리

공동체주식 자본 조달 수단으로 가능성 충분

해법이 없는 건 아니다. 그는 ‘공동체주식’이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공동체주식은 일반 주식과 다른 특징을 보인다. 일반 주식과 달리 제 3자에게 매각과 양도가 불가능하다. 덕분에 주식을 통한 투기나 자본축적을 막을 수 있다.

또 주식자본 보유량과 무관하게 1인 1표를 행사할 수 있어 민주적인 방식으로 기업을 운영할 수 있다. 투자자가 이익을 회수할 방법도 존재한다. 다만 공동체주식이 재정적 이득을 위한 게 아니기 때문에 제한적으로 환급만 가능하다.

영국에서는 공동체주식과 전통적 주식을 구분하는 별도의 법이 있고 투자도 이뤄진다. 공동체주식 발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에너지분야 공동체주식에 대한 세제지원 혜택 등을 폐지했음에도 스포츠, 여가, 선술집과 같은 분야에서 공동체주식 발행 건수가 늘어 전체 발행 건수 규모가 유지되고 있다.

공동체주식에 참여한 기업과 사람, 자본 규모도 크다. 그는 “지난 10년간 200개 기업 10만명 이상의 사람이 공동체주식 모델 기반 사업에 참여했고, 1억 파운드의 이상의 자본이 조달됐다”고 밝혔다.

질문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될까요?"

패널 토론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패널로 참여한 정승일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이사는 “한국에는 공동체주식 관련 법이 없고 비교적 협동조합은행이 발달해 있어 이를 활용한 투자가 더 효율적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이먼 보킨은 “영국은 한국의 농협처럼 규모가 큰 협동조합은행이 없고, 협동조합을 사업적으로 다루지도 않아 활용이 어려웠지만 협동조합은행이 한국에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다만 공동체주식을 활용한다면 법 개정도 중요하지만 인식개선 등 다양한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이상진 한국사회혁신금융 대표는 기관투자자투자의 공동체주식 투자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 대표는 “매각과 공유가 불가능한데 거액을 투자하는 곳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공적 CSR을 제외하고 주민들은 소액만 투자할 것으로 보이는데 투자자를 모집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를 물었다.

사이먼 보킨은 “공동체주식의 취지를 살려, ‘시민의 투자를 받는 플랫폼’으로서 홍보와 브랜딩이 자금 조달에 일부 영향을 끼치고 있다”면서 “공공기관 등의 대규모 투자는 일종의 사회투자 개념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고, 기본적으로는 공동체주식 투자를 자선사업 개념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당장 사업이 어렵고 미래 투자금 회수가 어려울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투자하는 경우가 있다”고 답했다.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