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의 책 <기업 소유권의 진화>

택시협동조합의 성공을 예견하다

택시 협동조합의 성공, 이 책은 이미 알고 있었다
‘사납금 없는 택시회사’ 한국택시협동조합은 설립 2년 만에 기사 월급이 두 배로 올랐다. 조합이 인수한 이전 택시회사와 비교해 일자리도 두 배로 늘어났다. 조합은 최근 창립 2주년 기념식에서 ‘쿱(coop) 택시’를 전국으로 확대하며 ‘쿱 버스’도 출범키로 했다. 초·중·고 학교협동조합도 나날이 성장세다. 교내 매점 등을 학생, 교사, 학부모, 지역 주민이 함께 운영하면서 전국에 50개를 넘어섰다. ‘1인 1표’의 조합원 경제공동체인 협동조합의 장점이 발휘된 사례들이다.

하지만 2012년 말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후 최근까지 설립된 1만 2000여 개 협동조합의 성적표는 매우 초라하다. 이 중 절반은 사실상 문을 닫았으며, 내실 있게 운영되는 곳은 10%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주식회사와 달리 조합원 모두 1인 1표의 권리를 행사하는 경제 공동체인 협동조합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요인은 무엇일까? 운수업과 같은 특정 분야에서는 성공하기 더 쉬운 걸까?

또한 ‘갑질’ 논란이 끊이지 않는데도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왜 가맹점이 소유한 형태의 협동조합이 번성하지 않는 걸까? 근래 시도되고 있는, 미스터피자 가맹점주들이 만든 피자연합협동조합, 동네 빵집들의 동네빵네협동조합, 마을 카페들의 소셜카페협동조합 등에 내재된 약점을 보완하려면 어떤 조직 전략, 내부 규칙과 제도적 환경이 필요한가? 헨리 한스만의 『기업 소유권의 진화』에서 이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시장계약 비용’과 ‘소유 비용’이 기업 소유자 결정
규모가 큰 기업들은 투자자소유기업(주식회사)으로 설립된다고 흔히 생각한다. 그러나 기업자본주의의 대표적인 나라인 미국을 비롯해 여러 국가에서 투자자소유기업뿐 아니라 다양한 소유 형태(소비자협동조합, 생산자협동조합, 노동자협동조합, 상호회사, 비영리기업 등)의 기업이 여러 산업 분야에서 두드러진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책은 기업이 다양한 방식으로 소유되는 이유를 탐구한다. “왜 특정한 산업 분야에서 특정한 소유 형태의 기업이 주류가 되고 있을까?”, “어떤 환경과 분야에서 협동조합이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 등에 답하는 분석 틀을 제시한다. 특히 소비자협동조합, 노동자협동조합, 생산자협동조합 등을 협동조합이라는 하나로 묶지 않고 각각 활성화되는 환경과 업종을 밝힌다.

한스만은 기업의 소유 구조에 주목한다. 투자자가 소유한 기업이 주식회사라면, 소비자, 노동자, 원료공급자 등이 소유한 기업이 협동조합이다. 보통 소비자, 노동자, 원료공급자 등은 기업을 소유하기보다는 기업과 시장에서 계약을 맺으며 경제 활동을 한다. 소비자로서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뿐, 기업을 소유할 생각까지는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특정한 상황에서는 이들이 기업을 소유하는 게 보다 합리적인 경우가 나타난다.

한스만의 이론에 따르면, 투자자, 노동자, 원료공급자, 소비자 중 기업을 소유한 집단의 ‘소유 비용(경영자 통제, 집단 의사결정, 위험 감수 등의 비용 등)’과, 그 기업과 나머지 세 집단 간 ‘시장계약 비용(독과점으로 인한 비용, 잠김 효과로 인한 비용,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비용 등)’의 총합이 가정 적은 조직 형태가 그 업종에서 주류가 될 가능성이 크다.

협동조합 전략 분야의 성공, 예측 가능하다
한스만의 이론을 살펴보면, 특정한 업종에서 협동조합이 더 활성화한 이유를 알 수 있다. 책에 따르면, 택시협동조합과 같은 운송업은 세계적으로 노동자협동조합이 흔하게 조직되는 분야다(107쪽). 노동자들이 기업을 소유하는 과정에서 시장계약 비용으로 독과점 비용, 잠김 효과 비용, 정보 비대칭 비용 등이 든다. 소유 비용에는 경영 감독 비용, 집단적 의사결정 비용, 위험 감수 비용 등이 포함된다.

한스만은 이 중에서도 집단적 의사결정 비용이 결정적인 기준이 된다고 한다. 이 비용을 낮추려면 첫째, 노동자들의 이해관계가 매우 동질적이어서 기업이 어떤 의사결정을 내리든 대략 같은 영향을 받아야 한다. 둘째, 어떤 의사결정이 어떤 직원에게는 이익이 되고 다른 직원에게는 부담이 된다 하더라도 그런 결정이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객관적 기준이 존재해야 한다(142쪽).

택시협동조합은 노동이 매우 동질적이고, 또한 개인별로 고객에게 금액을 청구하기에 개개인의 생산성 측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집단적 의사결정 비용을 낮출 수 있는 이점이 크다. 학교협동조합 역시 이러한 방식으로 시장계약 비용과 소유 비용을 비교해 소비자들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예측할 수 있다.

중고등학교의 경우 매점이 하나밖에 없기에 소비자들에 대해 구매독점적 지위를 갖는다. 소비자들은 이러한 독점기업을 소유함으로써 독점 비용을 회피할 수 있다(53쪽).

프랜차이즈 가맹점 협동조합의 성공 조건은?
한스만은 이처럼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실제 시장에서 이뤄지는 전략적 선택을 분석하고, 협동조합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요인을 정리한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농산물판매협동조합(서울우유, 농협) 주택협동조합(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 하우징쿱 주택협동조합) 등이 세계적으로 보편화된 원인도 이러한 거래비용경제학을 통해 도출된다.

미스터피자 등 최근 들어 발생하는 가맹점 본사의 횡포에 대응해 가맹점들이 뭉쳐서 착한 본사를 협동조합으로 만드는 시도도 늘고 있다. 미스터피자 가맹점주들이 만든 피자연합 협동조합, 동네 빵집들이 도우 등 원자재를 공동 생산하고 빵 레시피를 공유하는 동네빵네협동조합, 마을 카페들이 원두 가공과 공동 브랜드를 위해 만든 소셜카페협동조합 등이 그렇다.

이들도 향후 전략을 세우는 데 한스만의 기업 소유권 이론을 활용할 수 있다. 이 책은 어떤 조건하에서 직영체인, 주식회사형 프랜차이즈, 협동조합형 프랜차이즈가 강점을 갖는지 거래 비용 관점에서 밝힌다. 이를 통해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동조합 기업을 세울 때 살려야 할 강점과 보완해야 할 약점을 알 수 있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잠김 비용이 클 수 있다. 프랜차이즈에서 떠나면 특화된 장비와 지역에서 쌓은 단골까지 잃어버릴 수 있다. 또한 협동조합 형태의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면서 본사의 감독 기능 역할을 소홀히 할 경우 생길 수 있는 문제점도 있다. 특정 가맹점의 질 저하가 전체 가맹점의 평판을 훼손하지 않도록 하는 규제 장치가 없으면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직영체인은 그러한 약점은 없지만 지역 체인 입장에서 고객들의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비용을 최소화하려는 동기가 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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