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산고 학생들의 ‘해냄프로젝트’ 도전기

우리가 직접 만든 페트병 온실, 그린하우스
얼마전까지 나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갓 중학교를 졸업한 학생이었다. 사회적경제라는 개념도 정말 생소했다. 지금 다니고 있는 삼각산고등학교에 들어와서 협동조합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어봤다.

그랬던 내가 학교협동조합에 가입해 작년부터 지금까지 참 바쁘게 돌아다니며 많은 것을 배웠다. 사회적경제가 무엇인지 이해하고, 다른 협동조합들도 만나며 진짜 ‘뭘 좀 배운다’라는 기분을 느꼈다. 물론 아직 모르는 것도 많고 부족한 부분이 느껴진다. 도와주시는 분들이 없으면 불안할 때도 있다. 그래도 딱 하나 확신할 수 있는 건 학교협동조합 활동이 정말 즐겁다는 것이다. 특히 내가 최근에 참여한 ‘해냄’프로젝트 활동은 정말 재미있었다.

‘해냄’은 서울학교협동조합협의회,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주최·주관하는 프로젝트로 청소년 스스로 사회적 가치를 담은 아이디어 기획부터 실행까지, 사업 예산관리부터 운영까지 사업 전 과정을 직접 수행하는 대형프로젝트다. 올해 해냄에 참가한 학생들은 천연탈취제나 천연비누 만들기, 자전거 고치기, 음식 판매 등 다양한 아이템을 냈다. 우리 학교에선 총 3팀이 참가했고 그중 우리 ‘꽃피라’팀이 진행한 건 바로 ‘그린하우스 사업’이었다.

그린하우스는 쉽게 말해서 온실이다. 다만 보통 사람들은 온실 하면 비닐하우스를 많이 생각하는데, 우리는 비닐 온실이 아닌 페트병과 나무를 이용한 온실을 만들었다.

현재 전 세계에서 버려지는 수많은 페트병 중 재활용되는 페트병은 단 7%뿐이라고 한다. 우리는 이렇게 많이 버려지는 페트병을 이용해 업사이클링을 실천하고, 기능까지 뛰어난 온실을 만듦으로써 두 마리 토끼를 전부 잡자는 목적으로 이번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2016 영국 협동조합 콘퍼런스 모습
그린하우스를 처음 알게 된 계기는 우리 협동조합의 전 이사장님이 영국탐방을 다녀오시면서부터다. 현재 영국의 많은 학교나 시설에서는 그린하우스를 온실과 도시농업에 활용하고 있다. ‘우리도 페트병으로 그린하우스를 제작해 온실제작과 교육 등에 활용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 후 영국 협동조합 콘퍼런스를 통해 영국 골번하이스쿨 학생들에게 조언을 얻어 그린하우스 제작에 들어갔다.

그린하우스를 만드는 데에는 약 2500개 정도의 페트병이 쓰였다. 우리는 이 많은 수의 페트병을 모으기 위해 학교에 페트병 수집 포스터도 붙이고 직접 근처 아파트 분리수거장을 돌아다니며 페트병을 주워왔다. 모은 페트병들은 위생을 위해 모두 물로 뽀득뽀득 씻어 사용했다. 깨끗하게 씻은 페트병들을 크기에 맞게 자르고, 나무에 길이를 재서 구멍을 뚫고, 길이에 맞게 대나무를 잘라 페트병을 나무 사이에 끼우면 그린하우스의 한쪽 면이 완성된다. 이렇게 여러 개의 면을 만들어 이어붙이면 하나의 집, 그린하우스가 완성된다.

우리가 실제로 페트병을 씻던 모습
그린하우스의 실제 제작 기간은 그렇게 길지 않다. 5개월 동안 아홉 명이 동시에 모인 횟수는 1~2번 밖에 없다. 각자 방과 후 또는 주말에 시간이 되면 나와서 페트병을 씻고 페인트를 칠하고 그렇게 꾸준히 완성한 그린하우스다.

나에게 그린하우스는 단순한 업사이클링 온실이 아니다. 나는 그린하우스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제각기 생각과 성향이 다른 9명이 모여 함께 집을 만들고 그 과정에서 서로 소통하고 배려하는 방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그린하우스 프로젝트를 통해 환경에도 꽃이 피고 우리 꽃피라 팀 스스로에게도 꽃이 핀 것 같다. 우리들의 시도를 시작으로 국내에도 그린하우스가 더 많이 보급되었으면 좋겠다.
멋진 그린하우스가 궁금하다면 삼각산고등학교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연락 바란다. 우리는 언제든지 꽃이 피길 기다리고 있다!

글/사진. 이재경(삼각산고등학교 사회적협동조합 교육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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