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가구의 화려한 부활… 폐목재 업사이클링 전문 기업
‘문화로놀이짱’
낡고 버려진 물건과 공간에 새 숨 불어넣기
‘소유에서 공유로’ 대안적인 삶 제시
오아름 문화로놀이짱 공동대표는 얼마 전 망가진 가스레인지의 레버(손잡이)를 창의적인 방법으로 바꿔놓았습니다. 레버를 나무로 깎아 만들었지요.“레버가 고장 났다고 멀쩡한 가스레인지를 바꿀 필요는 없잖아요.”
“오래된 물건을 존중합니다. 그 안에는 사람들에 대한 삶의 기억들이 오롯이 담겨있으니까요”
“누군가가 가공했던 흔적이 있고 그것을 살리면서 만들어야 합니다. 못이 박힌 자국들, 곡선들.. 규격화된 양산품을 제조하는 것이 아니다 보니 늘 예상치 못했던 문제에 부딪힙니다. 저희들 끼린 그걸 ‘위기’라고 표현하는데 이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매력적입니다.” (김정석 공동대표)
“원목과 합판의 종류는 거의 다 살립니다. 그러나 MDF나 파티클보드는 수거를 안 합니다. 본드와 같은 유해물질이 섞여 있기 때문이죠. 저희가 사용하는 재료는 발암물질 등이 다 빠져나간 건강한 재료들입니다.”
“ 건설현장에 계신 분들께 가져가도 되냐고 물으면 쌍수를 들고 좋아합니다. 폐목재들이 재료로 보이기 시작하니까 주변에 웬만한 것들은 다 주워서 쓸 수 있는 경지에 이른 것 같아요.”
“공연이나 행사가 끝나면 일반적으로 포클레인이 와서 구조물을 다 부숴버립니다. 바로 폐기물로 처리되죠. 저희는 품이 들더라도 조립해서 해체가 가능한 구조로 만듭니다. 어딘가에 다시 쓰일 수 있도록 하되 그렇지 못할 경우 수거해 옵니다. 폐자재를 쓴다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순환적인 제작 활동을 하는데 방점이 찍혀 있으니까요.”
문화로놀이짱은 이름이 말해주듯 우리의 삶 속에서 다양한 문화를 기획하고 실천에 옮겼습니다. 2011년부터 4년 동안 진행한 해결사들의 수리병원이란 프로젝트가 좋은 예입니다.
“ 동네마다 이른바 맥가이버 같은 분이 꼭 계세요. 그런 장인들을 발굴해 한 달에 한 번꼴로 동진시장· 마포구청· 망원시장 등 마포 지역의 주요 거점을 돌며 고쳐 쓰는 문화를 확산시켰습니다. 지금은 사라져버린 칼갈이 고수로부터 가죽 용품, 시계, 우산, 전자제품 등 약 10여 가지의 생활용품을 수리하는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제작 워크숍을 통해 화덕 만들기, 철공, 용접 등 생활 기술을 전파하고 대안학교에서 목공 수업을 1년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업사이클링한 건 단지 물건만이 아닙니다. 지난해 문화비축기지란 이름으로 공원화가 이뤄지기 전까지 상암 월드컵경기장 앞 석유비축기지는 대형버스 주차장에 불과했습니다.?2010년 문화로놀이짱은 이 공간에 들어와 재활용 업사이클링 제작소를 조성하고 명랑에너지발전소라는 이름으로 공공의 마을 작업장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석유비축기지 공원화 사업으로 비빌기지에서 활동했던 단체들은 퇴거 명령을 받게 돼 쫓겨날 위기를 맞았습니다. 다행히 오랜 진통 끝에 지난해 비축기지내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기고, 기부체납 형식으로 당분간 사용권을 허락받아 그 실험 정신을 이어가게 됐지요.
“ 유럽에서는 유휴지 운동이란 것이 있어요. 민간 차원에서 자생적으로 탄생한 그룹이 유휴지 공간에서 먼저 활동을 하다가 기부체납하는 방식입니다. 저희는 약속한 기한 동안 우리가 하고 싶은 활동을 맘껏 펼쳐 볼 생각입니다. ”
비빌기지란 이름은 서로에게 비빌 언덕이 되어주고 비빔밥처럼 어우러져 다양한 시도를 해보자는 뜻이라고 합니다. 새해를 맞아 퇴거명령으로 잠시 흩어졌던 옛 비빌기지의 멤버들이 속속 재입주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는군요. 상부상조해가면서 삶의 재생을 꿈꾸는 그들의 무한도전기는 계속 이어집니다.
문화로놀이짱:?facebook.com/norizzang
글. 백선기 이로운넷 책임에디터
사진. 이우기(사진가)
이 콘텐츠는 서울시 사회투자기금 사업의 지원으로 작성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