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조정실에 의하면 청년정책 사업 수 및 예산은 2017년 76개, 9조7천억원 수준에서 올해 182개, 22조3천억원 수준으로 2배 이상 늘었다. 그러나 지난 7월 발행된 ‘제1차 청년정책 기본계획 수립 연구’ 보고서에는 “2019년 중앙부처의 182개 청년정책 사업들을 살펴보면, 사업 수나 예산 규모가 수요자 조사에 따른 요구수준과 차이가 크다”며 “청년들에게 정책 사업들이 직접 전달되지 않고 있으며 인지도는 물론 수혜율에 있어서도 낮은 체감도를 보여주었다”고 쓰여있다.

“청년정책 예산 비중은 매년 증가하고 있어요. 그런데 관련 정보는 분산돼있죠. 청년 정책을 한눈에 모아볼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원규희 도도한콜라보(주) 대표는 사기업·공기업·연구소에서 경력을 거친 ‘다(多)스펙’자다. 직업 경력 뿐 아니라 국민권익위 청백리포터, 문체부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고용부 청년고용정책참여단 등 다양한 공공 정책참여 활동 경력도 있다. 그가 직장인을 벗어나 창업에 뛰어든 건 ‘직업’이라는 개념이 흔들리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경력 사이사이에 생긴 공백기에 청년 지원 정책을 찾아봤던 경험도 계기가 됐다.

“1~2달만 백수 생활을 하더라도 재정에 문제가 생겨요. 저처럼 상경해서 매달 주거비가 필요한 사람이면 더더욱이요. 그래서 청년 대상 지원 정책을 찾아보니 의외로 많았어요. 예전에는 그런 정부 지원은 소수의 빈곤층만 받는 건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저 혼자만 혜택받는 데서 끝내지 말고, 다른 이들에게도 알리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원규희 도도한콜라보 대표. 사진=도도한콜라보
원규희 도도한콜라보 대표. 사진=도도한콜라보

기업명 ‘도도한 콜라보’는 ‘도도한’ 도시를 살아가는 청년들이 ‘콜라보(collaborate)’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을 만들고 있다는 의미다. 팀원 평균 나이 31.2살, 총 5명이 각각 행정·영상편집·디자인·개발을 담당하며 활동 중이다. 이들이 만든 청년 정책 소개 콘텐츠는 유튜브 채널 ‘열고닫기TV,’ 뉴스레터 ‘팬링레터’, 웹플랫폼 ‘열고닫기 페이지,’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등에서 볼 수 있다.

"우리 경쟁사는 ‘정부’" 소개 넘어 맞춤형 정보 제공에 데이터 가공까지

“같은 사업모델을 가진 경쟁사는 없나요?”
“(대한민국) 정부라고 할 수 있겠네요.”

지금도 ‘온라인청년센터,’ ‘국무조정실 청년정책추진단’ 등 정부 차원에서 운영하는 청년 정책 소개 플랫폼이 있다. 지자체별로도 비슷한 웹사이트를 운영한다. 도도한콜라보의 차별점은 어디에 있을까? 원 대표는 ▲1차 전달을 넘어선 2·3차 가공 ▲융합 미디어 플랫폼을 들었다.

청년정책 플랫폼 '열고닫기 페이지'는 지난달 문을 열었다. 현재 약 500개 청년정책이 등록돼있다. 사진=열고닫기 페이지 홈페이지 캡처
청년정책 플랫폼 '열고닫기 페이지'는 지난달 문을 열었다. 현재 약 500개 청년정책이 등록돼있다. 사진=열고닫기 페이지 홈페이지 캡처

정부가 운영하는 플랫폼 역할은 주로 정보 전달에 그친다. 지금의 열고닫기 페이지도 사업 초기라 마찬가지다. 하지만 한발 나아가 회원가입과 맞춤형 정보 제공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가입 회원이 필요할 만한 정책 소식을 문자나 이메일로 보내는 거다. 사용자가 늘어나면 관심사·반응도 등 정보를 모아 2차, 3차 가공도 할 계획이다. 가공된 데이터는 정부나 기업에 제공해 기존 정책을 개선하는 데 쓰이게 할 예정이다. 주거, 금융, 일자리 등 다양한 영역에서 청년들에게 더 필요한 정책을 찾아가는 길목에 서겠다는 포부다.

영상, 카드뉴스, 뉴스레터 등으로도 이어지는 융합 미디어 플랫폼이라는 점도 다르다. 유튜브 채널 열고닫기TV는 구독자 약 5,370명을 보유하고 있다. 법인 설립 전인 2018년 8월부터 운영해왔으며, 청년 대상 정책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는 콘텐츠를 올린다. 가장 인기 있는 영상은 청년 대상 LH전세임대주택 정보와 장단점을 소개한 내용을 담았다. 조회수 약 10만회를 기록했다. 이 외에도 근로장려금 신청자격을 다룬 영상이 8만3천회, 실업급여 받는 방법이 8만2천회를 기록했다.

도도한콜라보가 운영하는 열고닫기TV. 사진=유튜브 캡처
도도한콜라보가 운영하는 열고닫기TV. 사진=유튜브 캡처

"모범 사회적기업 되고파"

도도한콜라보는 지난해 12월 고용노동부 예비사회적기업 인증을, 올해 3월에는 서울시 예비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그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때 처음부터 사회적경제를 떠올린 건 아니지만, 사회적 가치를 비즈니스로 추구하는 방식에 계속 관심이 갔다”고 설명했다. 훗날 사회적기업 인증도 받을 계획이라며 “모범사례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현재 주 수입원은 기관·단체와 협업을 통한 콘텐츠 제작이다. 곧 산업인력공단과 온라인 채용설명회도 실시한다. 관이 아닌 청년의 언어로 정책을 설명해주는 능력이 탁월하다 보니 여기저기서 제안이 들어온다. 작년만 해도 서울시와 LH 등에서 주최한 영상 대회에서 총 4개의 상을 받았다.

앞으로는 데이터를 통한 정책 연구나 홈페이지 광고 등을 통해 수익을 올릴 계획이다. 원 대표는 연말 또는 내년 초 임팩트 투자 유치 계획도 있다고 밝혔다.

작년 11월 서울청년주간 행사에 참여한 도도한콜라보. 사진=도도한콜라보
작년 11월 서울청년주간 행사에 참여한 도도한콜라보. 사진=도도한콜라보

"사업이 커지면 '정책'에 국한되지 않은 '정보'를 제공할 수도 있어요. 도도한콜라보가 추구하는 가치는 ‘꼭 필요한 콘텐츠를 만들어낸다’입니다. 지금 시대는 너무 많은 정보가 퍼져있는데요, 가치 있는 정보를 뽑아내 쉽고 필요한 콘텐츠로 만들고 싶습니다. 필요한 정보가 필요한 사람에 닿게 함으로써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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