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에서의 중장년 창업과 취업 살펴보기
경험과 지혜로 뚝배기처럼 꾸준히 성장

국내 중장년층을 지칭하는 단어로 ‘베이비붐 세대’가 있다. 일반적으로 1차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 생), 2차 베이비붐 세대(1968~1974년 생)로 나뉘는데 이들을 모두 합치면 약 1,317만 명으로 추산된다. 베이비 붐 세대는 이미 퇴직 했거나, 퇴직을 앞두고 있기에 이들의 퇴직과 실업은 단순한 일자리 문제로 그치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서 큰 사회 문제를 초래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퇴직한 중장년들이 인생 2막을 펼치기 위한 진로로 몇 년 전부터 사회적경제 영역이 주목받고 있다. ㈜상상우리가 5년 전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참여할 당시만 해도 중장년의 사회적기업 창업이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중장년들의 사회적경제 기업 창업을 위한 시도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으며, 시니어 대상의 사회적기업 창업아카데미 등에 참여하고자 하는 수요도 계속 늘고 있다.

상상우리는 중장년들이 가진 경험과 지혜가 퇴직 이후 사라지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2013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을 통해 창업했다. 창업 초기부터 운영하는 사회적기업 창업아카데미 교육 과정을 통해 현재까지 50여 개가 넘는 중장년 사회적기업의 창업을 도왔다.

이 과정에서 탄생한 ‘더쇼퍼’의 사례를 살펴보자. 더쇼퍼의 대표는 퇴직 후 새로운 일자리로 대리운전을 하며 나이든 대리운전기사들이 겪는 편견과 차별을 해소하고자 창업을 결심했다. 그리고 본인이 퇴직 전 30여 년간 호텔에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서비스 매뉴얼을 만들었다. 중장년 대리운전 기사를 대상으로 서비스 교육을 제공하는 등 기존 대리운전 서비스와 명확한 차별점을 토대로 사업을 시작했다. 이와함께 웨딩카, VIP, 노인케어 등을 위한 운전대행 서비스를 제공하며 사업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더쇼퍼는 기존 대리운전 서비스와는 명확한 차별화로 사업을 시작했다. ⓒ더쇼퍼
사회적기업을 창업한 중장년에겐 세 가지의 공통점이 있다.
첫 번째는 자신이나 가족, 혹은 주변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사회적기업을 하고자 하는 중장년들은 거창한 사회문제에 관심을 두거나 남들에게 멋있어 보이는 사업을 하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다.
상상우리에서 진행한 교육 초기에 그들이 주목하는 사회문제에 관해 이야기를 들어보면 자신의 이야기나 가족, 주변 사람들의 문제에 대해 주목을 하고 많은 조사를 통해 결국 그 문제를 진정성 있게 풀어보고자 도전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두 번째는 자신의 경력과 경험, 노하우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중장년들의 비즈니스 모델 발견은 대부분 그들이 현업에서 활동한 20~30년간 경험하였거나 관심 있게 지켜봐왔던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물론 좀 더 창의적인 접근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누구보다도 그 방법에 대해 잘 알고 있고, 또 익숙하게 잘 할 수 있기 때문에 비즈니스 모델의 품질은 평균 이상이다.

마지막 세 번째는 혁신적인 아이템을 사업화한다는 것이다. 중장년들은 경쟁 상대로 기존 사회적경제 기업이 아니라 본인들이 현업에 있을 때의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또 경쟁 우위를 위해 사업을 양적으로 늘리는 것보다는, 규모가 작거나 늦더라도 혁신적인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사회적경제 영역의 중장년 창업은 현대의 디지털 사회처럼 아주 빠르거나 획기적이지는 않아도 뚝배기처럼 꾸준히 성장하고 발전하고 있다.

상상우리는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더 많은 중장년이 활동할 수 있도록 2016년부터는 사회적기업을 통한 재취업 지원을 시작했고 그 결과는 매우 고무적이었다. 중장년들의 취업률은 70%가 넘었고 그들이 사회적경제 기업의 매출, 시스템 등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청년들이 창업하는 사회적기업을 살펴보면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실행력으로 사업 초기에 주목을 받으면서 성장한다. 하지만 어느 정도 규모가 되었을 때는 내부적 어려움을 겪거나 지속적인 성장을 진행함에 있어 고충을 토로한다. 이럴 때 풍부한 경험이 있는 중장년들이 청년 대표가 갖지 못한 솔루션을 제공해 청년 사회적기업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어 주는 경우가 있다.

(사진제공: 서울시50플러스 서부캠퍼스)
최근에는 서울시50플러스 서부캠퍼스에서 ‘사회적경제기업 인재육성 프로젝트’라는 교육 과정을 운영했다. 총 12명의 중장년 수강생이 100% 수료했고, 수료 후 한 달 내에 50%에 해당하는 6명이 사회적경제기업에 취업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후 이들을 채용한 청년 대표들과 면담한 결과, 이들이 생각하는 중장년은 단순히 주어진 업무를 수행하는 구성원이 아닌 조직의 시스템을 완성하는 주체였다. 실제로 중장년들도 본인의 업무뿐 아니라 본인이 속한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조직 기반을 제공하고자 각자의 활동에 집중하고 있었다.

물론 청년 사회적기업가들에게 중장년 일꾼과 함께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편견이 있다는 것을 때때로 느낀다. 물론 세대 간 소통 등 어려움이 존재하지만, 청년보다 중장년들이 이러한 문제 해결에 더 적극적인 경우도 많다.
사회적경제 기업의 성장 한계를 극복하는 중요한 방법 중 하나가 중장년들이 가지고 있는 경험과 지혜를 활용하는 것이다. 이것을 사회적기업가들이 알고 활용한다면 중장년들과 사회적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구조가 완성된다.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중장년의 더 많은 역할과 활약을 기대한다.

글. 신철호 (주식회사 상상우리 대표)

편집.? 이화형 이로운넷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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