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기업이 성장하려면 투자가 필수입니다. 하지만 영세한 기업들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지요.?특히 이윤과 사회적 가치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사회적 기업들이 그러합니다. 동작신용협동조합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 사회투자기금과 매칭해 복지, 환경,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적 과제를 풀어가는 기업들에게 저리로 자금을 빌려주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쑥쑥 성장해 가는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 마을기업들의 이야기를 이로운넷이 전합니다.

학교 옥상에 햇빛 발전소를 설치했더니...
시민 참여로 시작되는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관심!

금천햇빛발전협동조합, 독산고에 햇빛발전소 준공

교사,?학부모,?주민 60여 명 출자.. 에너지 교육과 조합원 수익에 활용

서울 독산고등학교 옥상에 설치된 햇빛발전소
얼마나 많은 햇빛 발전소를 지어야 원전 하나를 줄일 수 있을까요, 아파트 앞 베란다에 , 건물 옥상에 하나 둘씩 올린 작은 규모의 태양광 패널로 말이죠. 이 무모한 도전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거대한 기업도 힘 있는 시민단체도 아닙니다. 뜻있는 지역의 주민들이 십시일반 협동의 힘을 믿고 ‘한번 해 봅시다’ 며 뭉쳤습니다. 금천햇빛발전협동조합 이야기입니다.

금천햇빛발전협동조합이 설치한 100kWh급 햇빛발전소에서는하루 평균 213kWh의 전기를 생산한다.
늦가을 볕이 쨍쨍 내리쬐는 어느 오후, 서울 독산 고등학교 옥상에 오르자 거대한 태양광 패널이 위용을 자랑합니다. 금천햇빛발전협동조합이 지난해 12월 학교 옥상을 빌려 설치한 100kWh 급 태양광발전소입니다.

최석희 금천햇빛발전협동조합 이사장
“공공건물에는 정부 차원에서 많이 지으니까 저희는 학교 옥상에 올려서 교육적 효과까지 누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최석희 금천햇빛발전협동조합 이사장의 설명입니다.

이 발전소가 9월 말 기준으로 올해 생산한 전기는 총 5만 8158 kWh입니다. 서울시내 가구 월평균 전기 사용량이 약 304 kWh 임을 감안해 볼 때 191가구가 한 달 동안 쓸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한 셈이죠. 발전소는 15년이 지나면 독산 고등학교에 무상으로 기증됩니다.

최 이사장은 “ 발전소 수명은 보통 25~30년인데 고장도 별로 없기 때문에 일상적인 점검(모니터링)과 전력 판매관리, 세금, 운영 관리의 실무만 하면 된다”고 말합니다.

금천햇빛발전협동조합은 독산고 친환경동아리 그린라이트를 후원하고 있다.
금천햇빛발전협동조합은 전기를 판매한 수익금으로 독산 고등학교 친환경 동아리 ‘그린라이트’를 후원하고 있습니다. 그린라이트는 학교에 햇빛발전소가 설치되면서 환경에 관심 높은 학생 8명이 모여 만든 신생 환경동아리입니다.

그린라이트 동아리 토론 시간
학생들은 최근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논의에 발맞춰 1학년 동급생 학생 250여 명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원전에 대한 인식 조사를 실시하는 등 활발한 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평소엔 무관심했는데 학교에 햇빛 발전소가 들어서자 큰 관심을 갖게 됐어요.” (홍민영 군)

“화석에너지가 고갈돼 가는 상황에서 우리 세대가 신·재생에너지를 개발해 후손들에게 물려줘야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강태훈 군)

“저희 아파트도 한 달 뒤면 태양광 패널을 설치합니다. 시에서 보조금이 나와 주민들이 조금만 부담하면 달 수 있다고 부모님이 말씀하셨어요.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제가 측정해 볼 거예요.” (이자영 양)

천보선 그린라이트 동아리 지도교사는 “발전소 덕분에 학생 들 뿐 아니라 교사들도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고 설명합니다.

“좋은 시설이 학교에 생겨서 뿌듯합니다. 앞으로 지역주민들의 에너지 실태를 조사하고 친환경 에너지를 공부하고 토론하고 마을 주민들에게 알려가는 활동을 펼쳐나갈 겁니다.”

금천햇빛발전협동조합은 2012년 2월에 설립됐습니다. 당시에는 30여 명에 불과했지만 5년여 만에 67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습니다.

금천햇빛발전협동조합의 조합원들은 지역 주민과 학부모, 교사등 67명이다. (사진제공=금천햇빛발전협동조합)
100kw 햇빛발전소를 설립하는데 드는 비용은 총 8000만 원. 이 가운데 20%는 조합원들이 최저 10만 원에서 수 백만 원까지 출자금을 모았습니다. 부족한 5000만 원은 동작신협과 서울시 사회투자기금의 매칭기금에서 저리의 대출을 받아 충당했습니다.

조합원들은 교장선생님부터 학부모, 사회적 경제 주체인 금천 지역 내 다른 협동조합 그리고 일반 주민 등 다양합니다. 조합원이자 전 독산 고등학교 교장선생님이셨던 김홍섭 선생님은 학교 옥상에 발전소 설립을 적극 추진한 일등공신입니다.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 중단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 조사에 나선 그린라이트 동아리 학생들. (사진제공=금천햇빛발전협동조합)
“ 학교에서는 버려진 공간인 옥상을 빌려주고 매달 임대료를 받아요. 15년 후에는 학교에 무상 기증되니까 전기 요금도 절약할 수 있어 재정적으로 도움이 됩니다. 또 학생들에게 과학시간에 학습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고 에너지 절약의 실천 교육으로 활용할 수 있어요. 환경지킴이로 사회에 기여하니 일석삼조이지요. 그래서 저한테 요청이 왔을 때 팔을 걷어붙이고 도왔습니다.”

김홍섭 전 독산 고등학교 교장선생님은 “특히 주체가 일반 기업이 아니라 시민이 참여한 햇빛발전소라 더 사회적으로 의미가 깊다”고 강조했습니다.

조합원 박영인 씨는 자녀들이 모두 독산 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학교를 떠나지 않고 현재 환경동아리 그린라이트 보조교사로 나섭니다.

“학부모 활동이란 게 처음엔 누구나 ‘내 아이를 위한 마음’에서 출발합니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지역의 다양한 활동과 연계되면서 저를 포함해 제 주변에는 마을을 위한 활동가로 열심히 뛰는 엄마들이 많습니다.

그는 학교 특성상? 3년마다 학부모가 바뀌는데 전파 효과 면에서는 더 좋은 것 같다는 반응입니다.

“ 제가 햇빛발전소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면 그다음 학부모들은 이를 잘 유지하고 홍보하는 일을 하겠지요. 주체가 바뀔 수 있다는 건 새로운 걸 배워야 한다는 어려움도 있지만 계속 이어진다는 장점도 있어요. 학부모 활동에서 지역으로 공공에 대한 관심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보람이 큽니다.”

학교 축제때 자가동력 자전거 페달을 밟아 믹서기를 돌리는 체험을 실시해 관심을 끌었다. (사진제공=금천햇빛발전협동조합)

금천햇빛발전소협동조합의 수익모델은 크게 3가지입니다. 생산된 전기를 한전에 판매한 금액(SMP 가격)과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했다는 에너지 공급인증서 판매 (REC) 그리고 서울시로부터 받는 지원금 (1kw당 100원씩 총 5년간) 등 총 3가지입니다.

금천햇빛발전소협동조합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으로 인증서 판매 추정치는 1127만 원이고 서울시 지원금은 연간 기준으로 약? 775 만 원에 이릅니다.

조합은 수익금의 3-5%를 배당하고 일부는 학교와 지역 주민들을 위한 에너지 교육을 지원합니다. 더 나아가 향후 에너지 빈곤층을 돕는 활동도 이어간다는 계획입니다. 조합은 약 12년 후면 출자금 전액을 반환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금천햇빛발전협동조합이 독산 고등학교 옥상에 1기 발전소를 설립하기까지 4년여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모듈 선정과 장소 부지 변경 등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등 시행착오가 많았습니다.

서울 독산고등학교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소는 15년 후 학교에 무상 기증된다.
“부지 선정이 가장 힘들어요. 때로는 서울시에서 ‘이 장소는 햇빛발전소를 설치할 수 있으니까 관심 있는 조합은 신청하라’ 는 공지가 올라올 때도 있지만 아주 드물어요. 저희만도 어릴수록 에너지 교육 효과가 높을 거라고 생각해 초등학교 옥상을 접촉했는데 결국 실패했어요.”

최 이사장은 “최근 한전 측에서 재생에너지 사업단을 만들어 직접 사업을 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이 경우 소규모 민간 협동조합이 발붙일 자리는 더욱 좁아질 것이다”고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그들은 자본이나 인력이 충분하니까 학교에 주는 임대료를 높이거나 하면 가뜩이나 부지 선정이 어려운데 저희가 설자리가 없어지죠. 지역에서 일어나는 의미 있는 사업들은 주민참여 형식으로 가는 게 옳다고 봅니다.”

흔히 세상의 변화는 첫걸음부터 시작한다고 하지요. 학교 옥상에, 내 집 베란다에 미니 태양광 한 대 가 설치됐다고 해서 원자력발전소를 하루아침에 대체할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이런 즐거운 상상을 해봤습니다. IT 기술의 발달이 우리를 신천지로 데려다주고 있듯이 신·재생에너지 기술이 진화하고 사람들의 환경의식이 꺾이지 않는다면 그 시기를 훨씬 앞당길 수 있으리란 기대 말이죠.

글. 백선기 이로운넷책임에디터
사진. 이우기(사진가)


이 콘텐츠는 서울시 사회투자기금 사업의 지원으로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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