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옷의 아름다운 변신!버려진 옷을 멋진 패션 아이템으로 재탄생시키는 사회적 기업 ‘젠니클로젯’


“이 가방들은 모두 헌 청바지로 만들었습니다. 처음 출시한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반응이 좋아 젠니클로젯의 대표 상품이 되었죠.”

업사이클링 사회적 기업 젠니클로젯의 이젠니(31)대표가 본인이 직접 디자인한 가방을 선보이며 가방의 비밀(?)도 살짝 알려주었습니다. 사무실에는 가방 외에도 헌 천으로 만든 티셔츠, 브로치, 휴대전화 액세서리 등도 있었는데요. 이 대표의 휴대전화 장식품 또한 청바지 자투리 천으로 만든 것이었습니다.

9월 28일 서울 동대문구 광희동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만난 이젠니 젠니클로젯 대표. 이 대표가 들고 있는 가방은 헌 청바지로 만들어졌다.
‘업사이클링’은 버려지는 소재를 다시 활용하는 ‘재활용(리사이클링)’과는 다릅니다. 버려진 물건에 디자인을 접목해 완전히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것을 말하죠. 젠니클로젯은(www.zennycloset.com) 폐 의류를 활용해 새로운 패션 아이템을 만들어 판매하는 ‘업사이클링 사회적 기업’이랍니다.

버려진 청바지의 원단 소재를 활용해 가방과 소품 등을 만들어 팔고 있죠. 젠니클로젯은 2014년 초 온라인을 통해 제품이 처음 소개된 이후, 소문만으로 굳건한 마니아층을 형성했습니다. 같은 해 6월엔 동대문의 복합쇼핑몰 롯데피트인에 입점해 1층 평효율(3.3㎡당 판매액) 1위에 오르기도 했죠. 현재 골프존 본사와 협약을 맺어 골프존 매장에 데님 미니 파우치 백을 납품하고 있어요. 또 CJ홈쇼핑, 국립현대미술관 등의 입점 제안도 받을 정도로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답니다.

버려진 옷들에게 새 생명을
이젠니 대표는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패션 업계에서 꽤 유명세를 타던 신진 디자이너였습니다. 2006년부터 각종 미술 대전에서 입상하며 촉망 받는 디자이너로서 경력을 쌓아갔죠. 그러던 그가 2010년 돌연 에코 디자이너로 전향했습니다.

자기 색깔과 가치관은 없고 옷을 많이 만들어 많이 파는 것에만 치중하는 기성 패션업계에 회의를 느꼈어요. 2010년 ‘에코그린 디자인 페스티벌’에서 옥수수 껍질을 활용해 만든 조끼 작품으로 대상을 받았습니다. 그 때부터 본격적으로 환경을 생각하는 에코 브랜드를 만들 결심을 하게됐어요.


이 대표는 2011년 서울시립대 근처의 약 20m²의 좁은 가게에서 첫 번째 친환경 의류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가게 이름은 ‘드림’. 고객들이 가져온 헌 옷을 리폼해 주면서 사람들에게 ‘꿈’(dream)을 ‘드리겠다’라는 의미라고 합니다.

“고객이 안 입는 옷을 가져오면 옷이나 가방, 장식품 등으로 새롭게 디자인해 주었어요. 낡은 청바지, 한복, 점퍼 등이 블라우스와 가방, 휴대전화 장식품 등으로 멋지게 재탄생됐죠. 고객들 반응도 좋았을 뿐만 아니라 환경에 도움을 준다는 자부심도 생기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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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 ‘나쁜’ 청바지가 ‘착한’ 옷으로
“드림으로 시작한 저의 꿈을 좀 더 키워 보고 싶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업사이클링 브랜드를 통해 착한 소비란 무엇인지 알게 되는 것이 목표였죠. 그리고 이제 어느 정도는 성공 궤도에 올랐다고 생각해요.”

이젠니 대표의 말처럼 이제 젠니클로젯은 업사이클링 사회적 기업의 성공 사례로 뽑힐 정도로 주목할 만한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에코 디자인숍 ‘드림’ 운영 등을 거치며 노하우를 쌓은 그는 지난 2014년 업사이클링 사회적 기업 젠니클로젯을 설립했습니다. 그리고 설립 6개월 만에 매출 10배 달성, 업사이클링 브랜드 최초로 동대문 유명 쇼핑몰에 오프라인 매장을 열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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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대표는 이에 만족하지 않습니다. 이윤을 창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착한 소비문화’를 널리 퍼뜨리는 일이 젠니클로젯의 주요 미션 중 하나라고 합니다. 많은 헌 옷감 중에서 청바지 원단을 선택한 것도 이 미션과 관련이 있습니다.

청바지는 인디고라는 파란색 인공 염료를 통해 염색됩니다. 그런데 이 인디고 염료가 자연 환경을 훼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인디고 염료에는 황이나 염산 같은 맹독성 화학물질이 들어있는데요. 이를 없애려면 제작 공정 과정에서 최소 7번 정도는 세척해야 해요. 하지만 많은 청바지 업체들은 단가를 줄이기 위해 7번의 세척 과정을 3~4번 정도로 줄이고 있습니다. 이렇게 독성 화학물질이 제대로 제거되지 않은 청바지를 입으면 피부염이나 방광염 등에 걸릴 수 있죠. 무엇보다 이 염료를 세척하는 과정에서 환경오염 물질이 대량 나오고, 버려지는 청 소재의 제품이나 청 도료들의 매립량도 급격히 늘고 있고요. 젠니클로젯이 청 소재에 주목한 이유죠.


젠니클로젯은 헌 청바지를 기부 받아 가방이나 장식품, 셔츠 등으로 만들어 팔고 있어요. 또 고객이 직접 업사이클링을 체험할 수 있도록 매년 두 번 이상 업사이클링 교실을 무료로 진행합니다. 또 수익금의 일부를 자연 재해 복구 기금이나 환경 재단에 기부하고 있답니다. 지난해에는 네팔 지진 피해 기금에 수익금을 기부했어요. 이 모든 활동들이 모두 자원 순환을 유도하는 ‘착한 소비’를 세상에 알리기 위한 일이죠.

젠니클로젯에는 이 대표와 함께 착한소비문화를 만드는 6명의 직원들이 있다. 이 대표와 직원들은 매장에 직접 나가 고객을 응대하고 제품에 대한 피드백도 듣는다. 사진 제공 제니클로젯.

“신상품을 할인해 드립니다!”
젠니클로젯의 한 제품이 탄생되기 까지 평균 1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이 유행인 요즘 보기 힘든 풍경이죠. 고객이 좋아할 세련된 디자인과 좋은 내구성을 갖춘 제품을 만들기 위해 신중에 신중을 기하기 위해서라고 하네요. 또한 젠니클로젯은 새로운 제품이 나오면 한 달 동안 고객들에게 할인된 가격으로 판다고 합니다. 보통 신상품을 제값으로 팔고 유행이 지난 오래된 제품을 할인해 주는 기존 패션업계와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이 대표는 이렇게 디자인, 품질을 관리하는 철저함이 고객들로 하여금 젠니클로젯을 찾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설명합니다.


“제니클로젯의 할인 정책은 한 달 동안 고객의 의견을 듣고 보완해 완벽한 디자인을 갖춘 제품을 만들기 위한 것이에요. 예를 들어 신상품의 가방 끈이 짧아서 불편하다거나 가방 바닥이 튼튼하지 못함이 발견되면 이를 즉시 디자인에 반영해 수정하죠. 또 헌옷이나 헌 천으로 의류 제품을 만든다고 하면 저부터도 ‘위생적인가? 품질에는 이상이 없나?’하고 의심하게 될 것 같아요. 따라서 주류 패션 업체들의 상품들과 비교해도 품질이 뒤떨어지지 않는 제품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품에 담긴 환경 메시지...백 마디 말보다 ‘인상적’
이 대표는 하고 싶은 일이 많습니다. 다음 시즌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 준비하고 있음은 물론 올 11월엔 신진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도 시작하고, 사람들이 업사이클링을 직접 해 볼 수 있는 체험 교실도 열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 대표가 이렇게 많은 일들을 벌인 이유는 간단합니다. 아직은 우리나라에 생소한 업사이클링을 많은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해서라네요.

“‘버려지는 자원을 활용하자’는 메시지는 일종의 ‘사회 운동’이에요. 소비문화와는 다소 동떨어진 얘기죠. 모든 소비자에게 ‘운동’을 강요할 순 없어요. 게다가 소비자를 학습시키기도 쉽지 않고요. 매장에서 설명을 해주려고 해도, 바쁜 소비자들은 제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지 않거든요. 결국 제품이나 퍼포먼스로 먼저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는 수밖에 없어요. 이렇게 제품을 알게 된 손님들은 ‘업사이클링 브랜드가 무엇이고,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다’고 말하는 우리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합니다. 그러면 자연스레 우리가 사람들에게 알리려던 메시지에 대한 공감이 이뤄지는 것이죠.”

이젠니 대표가 스크린골프업체 ‘골프존’과 협력해 만든 골프가방을 보이고 있다. 가방은 낡은 골프 스크린 천을 이용해 제작했다.
“젠니클로젯=환경이 목표”
업사이클링 브랜드는 우리나라에 소개된 지는 얼마 안됐지만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6년 전, 7개에 불과하던 브랜드도 2014년 말 68개까지 9배가량 늘었습니다. 빨리 만들고 빨리 버리는 패스트 패션 시대에 과연 업사이클링 패션은 성공할 수 있을까요? 이젠니 대표는 이 질문에 당당히 “그렇다.”고 대답했습니다.

“제품에 의미를 부여하는 트렌드가 생기고 있어요. 미국 파타고니아라는 브랜드가 비싸도 인기 있는 이유가 죽은 오리털만 골라서 옷을 만든다는 스토리 때문이죠. 기존 주류 패션도 업사이클링을 주목하고 있어요. 이탈리아의 명품 브랜드 펜디는 2006년 자투리 가죽이나 천 등 재활용 소재로 핸드백을 제작했고, 유니클로, 베네통, 에이치앤엠 등도 자체 수거·재활용 캠페인을 펼치며 흐름에 발맞추고 있어요.”

지난 몇 년간 쉼 없이 달려온 이젠니 대표의 최종 목표는 ‘젠니클로젯 하면 환경을 떠올리게 만드는 것’이라고 합니다. 환경 단체에 수익금 일부를 기부하는 일도 의미가 있지만 친환경적이고 착한 소비문화를 정착시키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젠니클로젯 하면 환경을 떠올리게 하고 싶어요. 우리 삶의 본질은 결국 환경이에요. 얼마나 자연친화적이며 환경에 기여할 수 있느냐를 고려해 제품을 만들고 소비해야 합니다. 저는 이런 문화, 정신을 우리 제품을 통해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요.

젠니클로젯 홈페이지:?http://www.zennycloset.com/

글. 박민영 이로운넷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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