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트라넷을 통해 사내공모를 하고 있어요. 상한은 4만9500원으로 정했습니다. 최대한 받는 사람들을 기쁘게 해 줄 수 있는 선물을 찾고 있어요.


한 대기업의 구매팀장은 김영란법 시행을 앞둔 요즘 회사 분위기를 ‘관망 속에 아이디어 물색 중’이라고 요약했다. 그는 “올해 추석은 적용 대상이 아니지만 고민은 이미 시작됐다”며 “5만 원이 넘는 선물이 혼재된 까닭에 올해는 최대한 시기를 앞당겨 추석선물을 보내려한다”고 전했다.

다음 달 28일 김영란법 본격 시행을 앞둔 올해 추석은 그 예행연습 무대다. 5만 원 미만으로 고가 선물을 대신할 가치가 있는 제품을 찾는다면 사회적기업 상품이 딱일 것이다. 친환경, 지역 나눔 등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받는 이와 함께 나눌 수 있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판로지원팀의 MD가 추천하는 주요 추석 인기 사회적기업 제품을 소개한다.

진짜 ‘기장미역’으로 이웃과 수익을 나누는 ㈜기장사람들

박상호 ㈜기장사람들 대표는 3년 전부터 한 달에 한 번 기장미역으로 국을 끓여 이웃 장애인학교를 찾아간다. 이전에는 미역이나 다시마 같은 특산물을 기증했지만 정성을 담은 국 한 그릇이 서로의 마음을 더 따뜻하게 데워주기 때문이다.

추석선물용 세트로 내놓은 제품은 부산 기장군의 어민들이 청정해역에서 채취한 미역과 다시마·멸치 등 건어물이다. 기장미역은 예부터 산후조리용 명품으로 손꼽힌다. 품질이 우수하다. 자연건조한 다시마는 두껍고 달착지근한 맛이 일품이어서 국물내기에는 물론 고급 간식으로도 사랑받고 있다.

㈜기장사람들은 지역 어민들의 소득증대는 물론 취약계층의 자립을 돕는 데 기여하고 있다. 직원 9명 가운데 7명이 결혼이주여성과 저소득자·장애인·고령자들이다.

어민들이 수작업으로 한올한올 미역을 널어 말리고 있다. 자연해풍과 햇빛으로만 말린 기장미역은 탄력있으면서도 부드러운것이 특징이다.?/사진제공=기장사람들
기내식 한과의 품위를 담은 사임당푸드 한과 세트

13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사임당푸드는 한과와 떡을 만드는 사회적기업이다. 생물권 보존지역으로 등재된 청정지역 고창에서 자연의 기운을 품은 천연재료를 사용해 만든다. 당도의 중량을 올리려 물엿을 쓴다거나 식감과 색감을 좋게 하려 유화제나 색소를 넣는 일을 하지 않는다.

사임당푸드의 전통한과는 첨가물없이 깔끔한 맛과 정결한 모양으로 정평이 나있다. /사진제공=한기협
전통적 방식을 적용해 유과와 매작과·숙실과·정과 등 전통한과의 맥을 계승함과 동시에 현대적 감각에 맞게 발전시켜 나간다. 올해 출시한 복분자와 모싯잎을 첨가한 ‘고창 프리미엄 모싯잎 오메기 떡’이 대표적인 사례다. 담백한 모싯잎에 견과류와 귀를 넣은 웰빙 간식이다.

사임당푸드 한과는 2010년부터 국적 항공기 비즈니스석 기내식으로 제공돼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데 이어 면세점에도 입점해 한과를 세계인에게 알리고 있다.

매화나무에 참새가 앉은 모양이라는 '매작과'를 빚고 있는 사임당푸드 직원들. /사진제공=사임당푸드

36시간 저온추출, 무첨가 6년근 ‘나누미 홍삼’

전북 진안에서 2005년부터 무료 도시락 급식 사업을 진행한 사회적기업 ‘나눔푸드’는 도시락을 많이 쌀수록 적자가 커져 수익 사업이 절실했다. 함께 나누며 성장할 수 있는 사업을 고민하다 진안의 특산물인 홍삼에 주목했다.

진안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홍삼한방 특구로 지정된 곳이다. 나누미홍삼은 해발 400m 이상의 고원지대에서 자란 6년근 인삼으로만 만들었다. 김치훈 나눔푸드 대표는 “저온추출로 36시간이상 달여 다른 홍삼제품보다 맛이 쓰지 않다”며 “몸에 좋은 사포닌 성분이 품질 기준 이상 들어있다”고 설명했다.

나눔푸드는 상품수익의 10% 이상을 어려운 이웃 주민의 무료급식에 쓴다. 나누미홍삼을 선물하는 한다는 건 누군가의 배고픔을 달래주는 일인 셈이다.

나누미홍삼은 해발 400m 의 고원지대에서 재배한 6년근 진안인삼만을 사용해 만든다. /사진제공=한기협

꿀벌로 생태계 복원하는 '영남 알프스 산들레 꿀 세트'


믿을 만한 꿀·프로폴리스·로열젤리로는 ' 영남 알프스 산들레' 브랜드 상품이 있다. 사회복지사로 일하던 김연희 대표가 2008년 사회적기업 ‘미래를 여는 사람들’을 설립한 이래 지역 취약계층이 직접 양봉해 여러 상품을 생산하고 있다. 천연꿀을 원료로 비누·밀랍초·꿀고추장을 만들어 판매하며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이 업체는 사라져가는 꿀벌 보호를 통한 생태계 복원, 밀원수 즉 꿀이 나는 나무 심기를 통한 미래 자원 마련에 앞장서고 있다. 수익금 일부는 홀몸 어르신 지킴이 사업과 취약계층 봉산물 나누기에 쓰인다.

고급호텔 납품 무첨가 소시지·햄 ‘제주맘’ 세트

고급호텔에서 내놓는 소시지의 품격이 필요하다면 '제주맘'이라는 브랜드를 주목하자. 2013년 '제주맘'은 3년마다 열리는 식육 육가공분야에서 가장 권위있는 박람회인 독일 IFFA에 참가해 6개의 금메달을 휩쓸었다. 또 제주도 유명 호텔에 납품하고 있다.



사회적기업 평화의 마을 '제주맘'이 만든 수제소시지와 햄은 화학첨가물에 예민한 부모들한테 인기가 높다./사진제공=제주맘

'제주맘'은 제주도의 특성을 잘 살린 무항생제 냉장 흑돼지고기와 함께 지역에서 기른 신선한 유기농 생야채를 주원료로 한다. 모든 제품군에 아질산나트륨, 보존료와 색소 인공조미료, 대두단백 등 5가지 화학첨가제를 넣지 않는다. 축산물 HACCP(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 적용 우수 작업장으로 철저한 위생을 지키고 있다.


이 소시지를 만드는 사회적기업 ‘평화의 마을’에는 7명의 사회복지사와 30여 명의 지적장애인들이 일한다.

햅쌀 같이 신선한 맛…AFN 캐슈넛

베트남 빈프억성에서 생산한 캐슈넛은 세계적 품질을 자랑한다. 특히 아시아공정무역네트워크(Asia Fairtrade Network, AFN)는 현지 농민과 계약 생산을 통해 최상급의 신선한 캐슈넛을 들여온다. 이 제품을 맛보면 그동안 먹었던 캐슈넛은 묵은 쌀 같은 맛이란 것을 알게 된다.

캐슈넛은 베트남을 대표하는 10대 상품 중 하나지만 규모가 크지 않은 소농들은 대규모 농가와 달리 땀흘려 재배한 농산물을 팔 곳이 없어 어려움을 겪는다. 판매하더라도 노동의 대가만큼 정당한 비용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 고소한 캐슈 열매를 얻기 위해선 독성이 있는 캐슈넛 껍질을 까느라 아이들의 손은 상처가 아물날이 없다.

AFN은 좋은 제품에 대해 착취하지 않는 가격을 지불함으로써 농민의 자녀들이 노동에서 벗어나 학교로 돌아가게 만든다. 이들이 배움을 통해 더 나은 미래를 일굴 수 있도록 돕는다.

?착한 생산자를 돕는 아름다운 선물 3종세트

건강한 요리에 꼭 필요한 비정제설탕 '마스코바도'와 한식간장,미네랄이 풍부한 명품천일염으로 구성된 아름다운선물 3종세트/사진제공=아름다운가게

공익상품을 발굴해 지원하는 아름다운가게는 우리 식탁에 꼭 필요한 설탕과 간장, 소금을 하나로 묶은 추석선물세트를 선보인다. 공정무역 비정제설탕 ‘마스코바도’는 화학정제나 당밀 분리를 하지 않아 미네랄 성분이 풍부하다.


다산명가가 만든 한식간장은 국산콩 100%로 띄운 메주와 천일염, 정제수로만 담가 3년간 항아리에서 숙성해 깊은 맛을 자랑한다. 산머루마을의 ‘천사의 섬 볶은 소금’은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이자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인 신안군에서 채취한 소금을 정갈하게 볶아 만들었다.

추석선물로 추천된 사회적기업 상품들은 명절 때 반짝 스타가 아니라 소비자들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는 스테디셀러들이다. 착한 의도가 아니라 높은 품질로 신뢰를 얻은 결과다.

사회적기업 상품은 전용 쇼핑몰인 이곳에몰(www.ekose.co.kr), 행복나래장터 (www.happynaraemall.co.kr)에서 살 수 있다. 아름다운가게의 뷰티풀마켓(www.beautifulmarket.org)과 이로운몰(erounmall.com)은 개인이 소량 구매할 만한 사회적기업, 공익 상품을 소개한다. 대량구매를 원하는 공공기관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공공구매지원센터(1566-5365)에서 구매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전국 44곳의 '스토어 36.5’ 매장에선 눈으로 보고 살 수 있다.

윤성식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판로지원팀 MD는 “사회적기업은 안정적인 고용을 창출하며 이윤의 지역사회환원을 통해 사회에 기여한다”며 “나눔의 가치를 품은 사회적기업제품이야말로 추석의 의미를 가장 잘 표현해 주는 값진 선물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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