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이런다고 세상이 바뀌니?”
어린 시절부터 참 많이 듣기도 하고 저 역시 누군가에게 하기도 했던 말입니다.

삶을 살아갈 수록 세상이 참으로 팍팍 하고 만만치 않다는 것을 절감하며 좌절도 하고 포기도 하였지만 10년 전 20년 전과는 다른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 또한 느끼게 되었습니다. 나 하나는 세상을 바꿀 수 없지만 나와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보다 큰 소리를 내면 분명 변화는 일어난 다는 사실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15년간 무수히 많은 영화, 공연 제작을 했지만 영화 <말아톤>이 제 인생 작품이 된 것은 그렇기에 우연이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말아톤>의 제작 당시 지적 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넓어지는 경험을 한 적이 있는데 영화의 흥행을 보면서 처음으로 문화 컨텐츠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저에게는 영화의 흥행보다 더 놀라운 발견이었습니다.

그때의 그 깨달음이 결국 제가 하던 상업적인 영화, 공연 일을 정리하고 세상을 변화 시키는 아이디어와 실천을 목적으로 하는 사회적 기업 ‘명랑캠페인’을 창립하게 된 시작이 되었던 거 같습니다. 명랑캠페인 창립 후 어린이재활병원을 짓기 위한 콘서트 ‘만원의기적’을 가수 션과 함께 진행하고 사회적 문제를 다양한 시선으로 풀어낸 영화들을 상영하는 ‘공감영화제’등을 진행하다 미혼 엄마들과 인연이 닿게 되었습니다.

미혼모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개선하고 필요한 법적 제도를 만들겠다는 꿈을 꾸게 된 연극,
우리의 힘으로 세상을 바꾸겠다 말하는 연극 <미모되니깐>의 시작입니다.

[2016 '미모되니깐' 포스터]

“다른 사람과 섞이고 싶지 않아요”
입법 연극 <미모되니깐> 의 시작이었습니다.

치매 걸린 엄마 이야기를 다룬 <뛰뛰빵빵>이라는 낭독 연극을 제작했을 당시 모 센터로부터 찾아가는 공연을 요청 받게 되었는데 그 이유가 다소 의아했습니다. 센터에 있는 미혼 엄마들이 다른 사람과 섞이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왜 그녀들이 이렇게까지 숨고 싶은지 언뜻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 날 이후 만 23세 미만의 청소년 미혼 엄마들을 대상으로 한 치유와 치료의 연극 워크샵을 진행하게 되었는데 이것이 연극 <미모되니깐>의 시작이었습니다. 워크샵 때 실제 이야기들을 연극 대본으로 구성해서 2015년 무대에 올린 것이지요.

2015년 11월, 시즌 1 첫 공연 후 관객과의 토론 시간

전문 연출, 배우, 스텝들과 함께 했지만 <미모되니깐>이 특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실제 미혼 엄마들이 무대에 올라 이야기들을 함께 풀어 나갔기 때문입니다. 당사자들이 직접 자기 목소리를 내는 연극은 여느 다른 작품과는 다른 감동과 진심이 있었습니다.




공연 후 관객들의 응원메시지 / 공연장에 찾아와 미혼 엄마 배우들을 격려한 서울시장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할 시선과 행동에 대해 이야기를 펼치다?

미혼 엄마들이 낙태와 입양을 넘어 양육을 선택했을 때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아프게 부딪히는 벽은 무엇일까요?

‘문란하다’, ‘몸을 함부로 굴렸다’. ‘얼마나 놀았길래’
따가운 시선을 우선적으로 경험하게 됩니다.

아이를 외면하는 아이 아빠와 대면하게 되기도 하고
자신의 어머니, 아버지, 형제자매들로부터 의절을 당하게 되는 경우도 생깁니다.
아이는 둘이 만들었고 내게도 가족이 있었는데 세상 천지에 혼자가 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는 것입니다.

미혼인지 기혼인지를 표기해야 하거나 가족 사항을 기재해야 하는 우리나라 이력서 양식은 취업으로 가는 관문의 첫 걸림돌이 되고 취업 이후는 사람들의 시선, 수군거림을 다시 감당해야 합니다.

그나마 아이가 아프거나 하는 돌발 상황이 없어야 어렵게 얻은 직장도 유지 할텐데 우리나라 보육 시스템이 아직 갈 길이 멀다 보니 이것 또한 매일매일이 살얼음판입니다.

미혼 엄마라는 사실이 소문나면서 유치원에서 옮겨 달라는 요구를 받기도 하고 친구들은 미혼모가 아니라이혼녀라고 하라는 충고 아닌 충고를 하기도 합니다. 한부모 가정내에서도 차별이 일어나는 것이지요

이런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할 시선과 행동에 대한 질문을 연극 <미모되니깐>은 관객에게 풀어 놓습니다. 관객들은 어떻게 반응할까요?

적극적으로 작품 속에 뛰어드는 사람들, 작품의 클라이막스를 관객이 만드는 무대가 열리다.

미혼 엄마들과 전문 배우들이 1부 무대를 장식하고 나면 2부는 관객들과 호흡하는 시간입니다.
2015년 공연 당시 이 토론의 시간에서 저는 연극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관객들이 작품 속으로 뛰어 들어와 미혼 엄마들 입장에서 세상과 싸우기 시작한 것입니다.

#관객 1
남성 관객이 미혼 엄마를 버리고 애를 책임지지 않는 극중 남자친구에게 둘이 만나서 만든 아이를 왜 여자 혼자 책임지게 하냐고 반박합니다. 결혼만이 답은 아니겠지만 서로를 위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양육비 지급을 거부하는 장면에 참여한 관객(女(여)) 과 남자친구 역할의 배우

#관객 2
어느 여성 관객은 극중 미혼 엄마와 아이를 내가 상관 할 일이 아니라고 발을 빼는 시어머니와 유치원을 옮겨 달라고 말하는 유치원 다른 엄마에게 왜 그녀들의 행동이 ‘이기적’인지에 대해 논리적으로 설명합니다.




임신 사실을 알게 되자 남자를 호주로 유학 보내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남자친구 엄마와의 대면 장면시 관객 (女(여)) 참여

#관객 3
임신이라는 것은 나를 포함한 평범한 사람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인데,, 그것이 결혼이라는 제도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세상의 편견과 차별에 시달려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가슴이 아프다며 눈물을 흘립니다.




미혼모라는 이유로 유치원을 옮겨달라는 장면에서 관객배우 연기 후 인터뷰 모습, 연출(좌) 과 관객(우)
배우로 무대에 올랐던 은아가 이야기 합니다.

제가 어려운 길을 선택한 건 맞지만,,, 불쌍한건 아니다라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문란해서가 아니라 아이를 키우는 선택을 한 것 뿐이라는 것도 말하고 싶었죠.
무대에 오르는데 고민은 많았지만 관객들이 저 대신 호통을 쳐 주시니 지금은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예요. 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워크샵때 가장 조용하던 은아였습니다.

인식 개선과 실질적인 법안 제정, 결말을 향해 나아가다.
공연장에는 일반인, 그리고 관련 센터의 사람들, 그리고 국회의원과 기자들이 자리 했었습니다.
미혼 엄마랑 사귀는 동생을 응원하겠다는 관객이 있었고 엄마들을 위한 현재 정책이 좀 더 실질적일 수 있도록 연구 하겠다는 미혼모지원네트워크의 박영미 대표가 있었고 법안들로 연결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겠다는 권미혁 국회의원의 메시지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미혼 엄마들의 이야기가 뉴스에 소개되었습니다.

미혼모지원네트워크 박영미 대표
국회의원 권미혁

연극이 끝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생각 하나, 행동 하나가 모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박영미 대표가 워크샵 때 연습실을 방문하여 미혼 엄마들과 나눈 이야기가 있습니다.



세상이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그냥 잊혀지고 소외되는 일만 남습니다. 시스템이 나아지지 않는 상태에서 개인의 삶이 어떻게 나아질 수 있겠어요?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있어야 그 얘기를 듣는 사람도 있는 거거든요. 절차가 어렵다고 포기하지 말고 같이 더 나은 방법을 찾고 실현해 봅시다.


저는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당사자들과 직접 하는 이야기들이 제가 알던 것과 차이가 크다는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세상의 편견은 생각보다 깊었고 미혼 엄마들이 가지는 양육의 의지 역시 생각보다 컸습니다. 이들과 함께 스스로의 자존감을 회복하고 관객들의 변화를 유도하는 일은 보통의 영화, 공연, 콘서트 어떤 컨텐츠보다 혁신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혁신이 법적인 장치로 실현되기 위해서, 그녀들이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입법 연극 <미모되니깐>은 더 많은 곳에서 관객들, 시민들과 만나고 싶습니다.

다음 공연: 2016년 6월 24일(금) PM 8:00 해누리홀[2호선 양천구청역 도보 10분, 양천구 목동로로 81 해누리타운 2층]?

명랑 캠페인
문화 예술 컨텐츠를 통해 생각해 봐야 할 사회 인식을 시작으로 사회 변화에 도달 할 수 있는 캠페인을 전문으로 제작하는 서울시 예비 사회적기업입니다. 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위한 콘서트 <션과 함께하는 만원의 기적>, 청소년진로콘서트 <웃는동안> , 매출 전액을 기부하는 <공감영화제> 등을 제작해 왔습니다. 현재 미혼 엄마들에 대한 인식 개선과 법안 개정을 위한 연극 <미모되니깐>을 통해 관객과 만나고 있습니다. 문화 컨텐츠를 통해서 관객과 세상을 함께 바꾸려 하는 명랑켐페인의 이야기는 www.merrycamp.com 를 통해 더 자세하게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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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오호진 명랑캠페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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