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이 한 곳도 없는 마을, 상상이 가시나요?- 보육사각지대를 메꿔주는 '생명꿈나무돌봄센터'

봄비치곤 꽤 거센 빗줄기가 대지를 두드린 건 6호 태풍 '노을' 탓이었다.
빗속을 뚫고 파주시 조리읍 등원리 등원교회에 있는 '파주 생명꿈나무 돌봄센터'를 찾았다.

스무명 남짓의 아이들이 반갑게 맞아줬다. 낯선 사람의 출현에도 낯가림이 없이 천진하게 다가오는 아이들의 표정에는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그런 아이들 무리에서 눈에 띄는 삼남매가 있었다. 바로 사칸(11), 오마일(8), 이리아(3)다.

파주생명꿈나무돌봄센터는 운영할 장소가 마땅치 않아 현재 교회 건물의 일부를 사용하고 있다. 이마저도 내년에는 어렵게 돼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해야 한다.

이들 삼남매의 부모는 파키스탄 사람으로 오마일이 태어나기 전 사칸을 데리고 한국에 이민을 왔다. 이후 오마일과 이리아가 태어났고, 얼마 전에는 사칸의 셋째 동생이 태어났다. 일해야 하는 아빠와 어린 막냇동생을 돌봐야 하는 엄마를 대신해 낮 동안 이들 삼남매를 돌봐주는 건 파주 생명꿈나무돌봄센터 선생님들이다.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사랑의 손길을 뻗고 있는 파주꿈나무생명돌봄센터 선생님들이다. 가운데가 이병영 센터장이다.

아직도 농어촌과 소도시에는 홀로 남겨진 아이들이 많아요!

생명꿈나무돌봄센터는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이 지원하는 어린이 돌봄교실이다. 마을마다 어린이집 2-3곳은 있을 법 하지만 뜻밖에도 전국 1개읍, 15개동, 409개 면에는 어린이집이 없다.(보건복지부, 2012) 인구밀도가 낮은 중소도시와 농어촌 지역들은 정부지원부족과 수지타산, 인력부족 등을 이유로 어린이집 건립을 기피하기 때문이다.

그러잖아도 대도시에 비해 경제, 문화적으로 열악한 농어촌 부모들은 똑부러지게 아이들을 키우고 싶어도 일하러 나간 사이 돌봐 줄 어른이 없어 쩔쩔맨다. 어쩔 수 없이 홀로 남겨진 아이들... 이들을 위한 어린이집이 바로 생명꿈나무돌봄센터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이 YWCA와 함께 하는 생명꿈나무돌봄센터는 경기도 파주를 비롯해 제천 덕산, 화산, 강원 동해, 경기 하남 등 전국 5개 지역에 있다.

이곳에서는 보육사각지대의 영유아와 초등학교 저학년 아동을 대상으로 100% 무료로 다양한 보육서비스가 진행된다.
사칸 삼남매처럼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을 비롯해 저소득가정, 조손가정, 한부모가정, 맞벌이 가정 등의 아이들이 주로 이용한다. 파주생명꿈나무돌봄센터는 2년 전인 2013년 6월 문을 열어 현재 스무 명의 파주지역 어린이들이 이곳의 돌봄을 받고 있다.

이병영 파주생명돌봄센터 센터장은 "지역 아이들의 상담을 다니면서 도움이 필요한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정말 많다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보육사각지대에 쉽게 노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들의 부모들은 이런 돌봄센터가 있다는 거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파주가 속한 경기도는 2013년 7월 기준 결혼이민자와 귀화자가 8만1731명(안전행정부 외국인현황조사)으로 전국에서 제일 많다.

파주생명꿈나무돌봄센터는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학습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독서코칭과 미술치료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사진은 미술치료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센터를 찾은 이 날은 일주일에 한 번 하는 미술치료가 있는 날이었다. 그림을 통해 아이들의 심리를 파악하고 온전한 정서발달을 돕기 위해 지난 4월부터 시작했단다. 그림치료를 통해 친구들과 협업하는 방법도 가르친다. 구김살이 전혀 없는 사칸과 오마일도 다른 아이들에 섞여 미술치료를 받았다.

그 사이 막내 이리아가 혼자 남아 종이인형 옷입히기를 하며 선생님의 개인지도를 받았다. 이리아는 언니오빠들과 미술치료를 함께 받기에 너무 어렸다. "세 살 밖에 안됐지만, 말을 제법 잘 한다"는 선생님의 칭찬이 이어졌다.

이리아의 언니 오마일은 비교적 쾌활했다. 작은 얼굴에 큰 눈과 긴 속눈썹을 가진 오마일은 집보다 센터에서 지내는 시간이 더 즐겁다고 했다. "선생님과 공부도 하고 친구들하고 놀 수 있어 센터가 참 좋아요."

파주생명꿈나무돌봄센터의 아이들 사진제공: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야간, 주말, 공휴일에도 걱정 뚝!

유치원이나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은 이곳에서 방과후 시간에 보육선생님의 따뜻한 보살핌 속에 맛있는 간식과 저녁식사를 제공받는다. 보육사들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책을 읽어주거나 함께 놀아준다. 아이들의 숙제나 공부를 도와 학업에 뒤처지지 않도록 힘을 보태고 있다.

학교에 가지 않는 주말에는 종이접기, 만들기, 체험학습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해 하루를 보낸다. 생명꿈나무돌봄센터는 부모의 취업형태에 따라 주간, 야간, 주말, 공휴일에도 보육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런 파주돌봄센터의 이병영 센터장에겐 요즘 한가지 걱정거리가 있다. 초등학교 1학년인 오마일이 아직 한글의 기본 자음과 모음을 익히지 못했다. 초등학교 4학년인 사드 역시 완벽하게 한국어를 읽고 쓰지 못한다. 부모님이 모두 외국인인 탓에 가정에서 언어습득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부모가 모두 외국인인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에겐 좋은 언어교육이 필요하다. 사진제공: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사칸은 초등학교 5학년이 되는 내년에는 어린이집 이용이 어렵다. 생명꿈나무돌봄센터의 대상이 초등학교 3학년까지여서 이미 기준을 초과한 상태다.

"사칸은 똑똑한 아이입니다. 한번 가르치면 잘 따라옵니다. 최근에는 매일 책 읽기와 수학공부하기 숙제를 내줬는데 알아서 잘 하더라고요. 그래서 더 안타깝고 고민이 큽니다."

이 센터장은 오마일과 사칸이 학교 수업시간에 어떻게 하고 있을지 생각하면 가슴이 무너진다고 했다. 그리고 그나마 이들 남매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을 수 있는 파주생명꿈나무돌봄센터가 있어 정말 다행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파주생명꿈나무돌봄센터는 아이들을 위한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고 있다. 사진제공: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이 센터장은 사칸 남매의 부모뿐 아니라 파주생명꿈나무돌봄센터 어린이의 모든 부모를 대상으로 올 6월부터 훈육과 위생, 학습교육 방법 등에 대한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여기에 맡겨진 아이들의 부모들은 대부분이 맞벌이라 참여율이 저조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한분이라도 오면 그분을 대상으로 선생님들이 교육을 할 겁니다. 그게 아이들을 위한 길이니까요."

인터뷰 내내 이 센터장의 주변을 떠나지 못하는 오마일...
그의 장래희망은 파주생명꿈나무돌봄센터의 선생님 같은 엄마 같은 존재, 좋은 선생님이 되는 거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 http://www.lif.or.kr

글. 사진: 정혜선 이로운넷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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