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오늘, 당신은 무엇을 먹었습니까?" 이 질문에 대답을 못한다면 당신은 음식문맹자일 확률이 매우 높다. 그리고 만약 당신이 먹는 음식이 어떤 과정으로, 누가 만들었는지 관심조차 안 갖고 있었다면 당신은 확실한 음식문맹자다.

그런 당신에게 이 책이 필요하다. 『음식문맹자, 음식시민을 만나다』 이 책에서는 음식문맹자를 이렇게 정의한다. 음식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감사하게 여기지도 않으며, 잘 모르는 사람. 거기에 음식을 만들거나 다루는 기술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완벽한 음식문맹자다.

앞서 던진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모든 사람들이 음식문맹자에 속하지 않을까? 책에서는 그런 음식문맹을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음식문맹이 불러오는 폐해는 지구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하면서 말이다. 책은 음식문화 자체도 심각한 위험에 빠져있다고 경고한다. 우리의 먹을거리에 패스트푸드가 들어오면서 음식정보를 알 수 없는 음식을 소비하게 됐고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폐해 역시 심각하다. 소고기가 10파운드짜리 제품으로 나오기까지 제조과정에 드는 물의 양은 4인 가족의 1년 물 사용량과 맞먹게 되었다. 또 소를 키우는 재료와 그 재료를 먹은 소의 분뇨 역시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저런 사례가 한, 두 가지가 아니라는 것.

그래서 책은 그 안타까움을 해결할 방법을 이렇게 제시한다. 지금 당장 음식문화를 변화시킬 ‘음식시민’이 되어달라고. 농지를 없애고 세운 공장들에서 나오는 핸드폰과 자동차를 우린 먹을 수 없다면서 말이다.

그렇다고 음식시민이 되는 길이 어렵지도 않다. 음식을 중요하게 여기고, 음식에 대해 잘 알고 다루는 기술 하나쯤 갖은 사람. 음식과 올바른 관계를 맺는 자세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음식시민으로 충분하다.

음식시민이 되는 방법을 메인음식으로, 슬로푸드 단체와 브라질의 식량주권 사업 성공사례 등 다양한 사례들을 디저트로 내놓은 이 책 한 번 맛보길 추천한다.




저자 소개

김종덕?

경남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이며 슬로푸드문화원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대의 먹을거리가 시간과 공간의 맥락을 잃은 정체불명의 먹을거리라는 인식하고, 현존하는 세계 식량 체계와 그 대안인 지역 식량 체계를 연구하고 있다. 패스트푸드가 사회 전반에 끼친 영향을 다룬 ‘맥도날드화’를 우리나라에 소개하기도 했다. 먹거리의 생산자와 소비자가 음식문맹자에서 음식시민으로 거듭나도록 사회 교육에도 힘쓰고 있는 중이다.?

지은 책으로 《음식문맹자, 음식시민을 만나다》 《비만, 왜 사회 문제가 될까?》 《먹을거리 위기와 로컬 푸드》 《슬로푸드 슬로라이프》 《농업사회학》 《원조의 정치경제학》 《어린이 먹을거리 구출 대작전》이 있다. 옮긴 책으로 《미래를 여는 소비》 《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가 있고, 함께 옮긴 책으로는 《슬로푸드 맛있는 혁명》 《로컬푸드》 《슬로푸드 느리고 맛있는 음식 이야기》 등이 있다.



본문발췌

"현대인 대부분이 음식문맹자가 된 것은 개인의 탓도 있지만, 구조의 산물로 볼 수 있다. 현대인들이 먹는 음식의 식재료부터 생산지, 생산자가 잘 알려지지 않은 정체불명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또 소비자로서 현대인들은 생산자인 농민과 떨어져 있어 먹을거리의 생산자와 생산방식을 알 수 없는 위치에 놓여 있다. 또 소비자는 알기 어렵게 되어 있는 복잡한 가공식품과 패스트푸드를 먹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음식을 제대로 알기는 어렵다." ? p4

"서양에서는 지금부터 100년에서 150년 전에는 먹을거리의 95퍼센트가 지역의 교회 첨탑에서 볼 수 있는 반경에서 생산된 것이었다. 소비자가 생산자를 알고, 생산과정을 아는 먹을거리를 먹었다. 당시에는 먹을거리가 공간의 맥락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먹을거리는 공간의 맥락을 상실했다." p45

"음식에 대한 선택은 투표 행위와 같다. 선택이 갖는 결과에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커피를 예로 들어보자. 단순화의 위험을 무릅쓰면 크게 두 종류의 커피가 있다. 하나는 다국적 기업들이 생산, 가공하여 전세계에 대규모로 공급하는 커피다. 다른 하나는 다국적 기업과는 달리 농민들이 소규모로 전통적인 방식으로 생산, 가공하여 공급하는 커피다. 두 종류의 커피 중 어느 것을 선택하여 마시느냐에 따라 지구 환경에 미치는 결과가 다르다." p84

"슬로푸드는 특정한 음식의 종류를 가리키기도 하지만 먹을거리를 생산하고 가공하는 방식과 관련된 말이다. 슬로푸드는 자연의 시간에 따라 생산한 것이다. 과일로 치면 사철 생산되는 것이 아니라 제철에 생산되는 것이 슬로푸드라고 할 수 있다. 고농축사료와 항생제 등을 이용하여 속성으로 사육한 것이 아니라 자연적인 방식으로 기른 돼지에서 나온 고기가 슬로푸드다. 생선도 양식이 아니라 이른바 자연산이 슬로푸드라고 할 수 있다.?p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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