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ert style="green"] 지금 자신이 속해 있는 분야에서 시대를 앞서가는 무언가를 찾고 있다면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어떤 아이디어가 필요한가’라는 질문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은 어떨까.? 자신이 속한 분야에서부터 새로운 형태의 미래를 만들고 있는 '이노베이션스턴트맨(Innovation stunt men)'들이 있다. 이로운닷넷은 프롬북스의 양해를 얻어 <세상을 바꾸는 씨드> 에 소개된 이노베니션스턴트맨의 일부를 소개한다.? [/alert]






안데르 빌헬손
작은 비닐봉지로 슬럼가에 혁명을 가져다준 건축 디자이너
사회구조의 건축가
- 글? 슈테판 쉬르, 팀 투리악. 포털 사이트 이노베이션스턴트맨 닷컴(innovationstuntmen.com) 공동운영자, <세상을 바꾸는 씨드> 저자







우리가 사는 도시는 풀어야 할 문제들로 넘쳐난다. 대도심의 중앙에서부터 낙후된 외딴 도시까지 이해관계로 얽혀 사는 한, 도시문제는 끊임없이 발생한다. 이럴 때 사람들은 저마다의 해결방법을 들고 나와 최선의 해결이라 규정하며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하지만 자신이 가진 전문성과 경험이 때로는 고정관념이 되어 문제의 본질을 보지 못하게 만드는 실수를 가져오곤 한다. 안타까운 것은 그나마 제시된 해결방안들이 사회의 사각지대까지 미치지 못하는 일이 다반사라는 것이다.

예를들어 우리나라 어느 대기업은 아프리카의 몇몇 지역에 대대적인 학교 건립을 추진하는 사회활동을 시작했다. 이 학교 하나를 짓는데 보통 몇 십억의 비용이 투자된다고 한다. 그런데 해당 지역의 아이들은 정작 학교에 다니지 않고 있다. 학교까지의 거리도 멀거니와 집에서 생존을 위해 해야 할 일들이 많아 학교는 남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TEDxKhartoum의 Anwar는 한국에 들를 때마다 20만 원 정도면 구입할 수 있는 피코프로젝터를 몇 대씩 사가지고 돌아간다. 국내에서는 인기 없는 제품이지만 학교에 갈 수 없는 먼 동네 아프리카 아이들에게는 그 활용가치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구식노트북한대와 피코프로젝트 한대면 아이들에게 넓은 미지의 세상을 보여줄 수 있을 뿐 아니라 짬짬이 공부 할 수 있는 환경까지 만들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 건축에 투자되는 비용의 1/10000이지만 필요를 실행하는데 충분한 비용인 것이다. 이 경우를 통해 알 수 있듯, 방대한 비전 추구보다 효율적인 해결 방안을 먼저 고민해야 한다는 중요성을 깨닫게 한다.

재밌는 것은 해당 기업 임직원들이 재능기부를 통해 만든 햇빛영화관은 매우 신선한 도전으로 비춰졌다는 점이다. 전기나 장비가 여의치 않은 에디오피아 아이들에게 햇빛으로 동작되는 간이 프로젝터는 생애 처음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이 경험을 통해 지역 아이들은 영화관의 운영자로, 사업가로, 영화제작자로 꿈을 키울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 소개할 안데르 빌헬손 역시 지역 구조에 근거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나선 건축가다. 그는 지역에 야기된 실제 문제에 집중하기 위해 모든 고정관념을 뛰어 넘었다. 뛰어난 정치가와 구호단체에서조차 손대지 못했던 문제를 해결하고 나선 것이다. 그는 뭄바이나 멕시코의 소외된 지역으로 직접 들어가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방법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필요를 충족시켰다. 그 해답은 놀랍게도 그저 작은 비닐봉지 하나에 있었다.

어떻게 작은 비닐봉지가 빈민 구역에 만연해 있던 뿌리 깊은 문제를 해결했는지 지금부터 살펴보기로 하자. 중요한 것은 이 작은 비닐봉지 안에 깃든 인류에 대한 고민과 폭 넓은 포부가 이 모든 일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이다.



대도시 슬럼가의 위생 상태는 상상을 초월한다. 위생 시설의 부족으로 각종 질병과 전염병이 창궐한다. 사진제공=프롬북스
뭄바이 슬럼가에서 만난 그녀의 한 마디 말 '참을 수 없는 더러움'



인구 천만이 넘는 대도시 뭄바이 한가운데에는 ‘다라비’라는 구역이 있다. 이곳에는 꼬불꼬불한 좁은 골목과 함석지붕 집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가죽을 가공하고 천을 염색하며 장신구를 만드는 곳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이곳은 생업의 현장이다.

최근 수백만 명이 일자리와 주거 공간을 찾아 뭄바이로 이주해 왔다. 높은 주거비용을 마련하지 못한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며 슬럼가가 생겨났고,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직접 집을 지어 거주하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슬럼가는 식민 지배, 경제적 고립, 정치적 무정부 상태에 있는 국가들에서 생겨났다. 그런 슬럼가의 가장 큰 문제는 땅이다.

빌헬손은 이렇게 설명한다.

“시골 땅의 구조 변화가 사람들을 도시로 내몹니다. 도시가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도시로 밀려나는 거죠. 도시가 그들이 살아도 되는 유일한 곳이기 때문입니다.”

빌헬손은 5년간 뭄바이를 비롯해 남반구 국가들의 이런 비공식 주거지를 연구했다. 어느 날, 건축학 교수인 빌헬손은 학생들을 데리고 뭄바이의 좁은 골목들을 누비다 아무렇게나 지은 함석지붕 집 앞을 지나게 되었다.

걱정스런 눈으로 응시하던 그에게 한 여성이 말했다.

적어도 우리는 노숙을 하고 있지는 않아요. 그러니 지금 우리에게 건축을 해줄 사람은 필요 없답니다. 다만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큰 문제가 하나 있긴 하죠. 바로 더 이상 나빠질 수 없는 공중위생이에요.


그랬다. 뭄바이의 빈민촌은 공공 화장실 하나를 500명이 함께 쓰고 있었다. 그나마도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더러울 때가 많았다. 특히 여성들에게는 곤혹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물을 적게 마시고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때까지 용변을 참다 보니 신장결석 같은 질병에 노출되거나 변비에 걸리기 십상이었다.

심지어 어두운 저녁, 집 근처 외딴 곳에서 용변을 보다 성폭력과 성희롱의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되는 상황이었다.

이 같은 위생 불량 상태는 그곳 주민들에게 커다란 고통을 안겨주고 있었다. 더위와 쓰레기, 각종 배설물은 유해균과 박테리아 번식에 이상적인 환경이었다. 물도 구하기 힘든데 그나마 있는 물마저도 오염된 경우가 많았다.

이런 열악한 위생 환경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질병을 퍼뜨렸고 장티푸스와 설사는 너무나 흔한 질병이 되어버렸다. 게다가 의사까지 부족한 상황이라 질병으로 인한 사망률이 매년 치솟고 있었다.

개발도상국에서는 질병의 80퍼센트와 사망 원인의 25퍼센트가 인간의 배설물에 오염된 물에서 기인한다.

어려운 도전의 전문가? "건축은 건물을 짓는 것만이 아닌, 하나의 정치"

빌헬손은 대학 시절 이방인 취급을 받곤 했다. 건축에 대한 일반적인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독일에 잠시 머물 때 건축가의 또 다른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단순히 ‘집을 짓는 사람’이 아닌, 다른 의미의 건축가를 꿈꾸게 된 것이다.

그는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

“나는 70년대에 건축학 전공으로 대학을 졸업 한 후 미술계에서 활동하기 시작했어요. 당시 미국 추상미술이 소련 미술과 경쟁 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독일에서는 미술이 정치색을 띠며 뒤셀도르프의 요셉 보이즈를 중심으로 특별한 부류를 형성하고 있었습니다. 독일에서 뭔가 치열하게 일을 진행하려면 뒤셀도르프로 가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죠. 그리고 나는 그곳에서 깨달았어요. 건축은 건물을 짓는 것만이 아닌, 하나의 정치라는 걸 말이죠.”

여러 건축 사무소에서 경험을 쌓은 후 그가 자신의 건축사무실을 열었을 때 의뢰 받은 많은 프로젝트들은 그에게 어려운 문제의 해결사, 도전의 전문가라는 명성을 안겨주었다.

키루나라는 도시 건축도 그중 하나였다. 키루나는 스웨덴 최북단 북극권 안의 도시로 1900년경 철광석 광산을 중심으로 형성된 지역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곳은 주민들에게 재앙이 되고 말았다. 계속되는 철광석 채굴로 지반이 내려앉아 주민들을 위협하고 있었다. 키루나 주민들은 철광석 채굴을 포기할 것이냐 다른 곳으로 이주할 것이냐를 놓고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되었다. 하지만 철광석 채굴을 포기하는 것은 키루나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그곳 사람들은 도시를 이전하기로 했다. 바로 그 일이 빌헬손에게 맡겨졌다.

빌헬손은 키루나에서 북서쪽으로 5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새로운 키루나를 만들기로 했다. 도시의 윤곽을 잡는 일에서부터 인프라 형성, 이주 과정 전체를 진두지휘했다. 키루나 중심부의 오래된 목조 주택들과 시청 같은 커다란 건물들은 가능하면 원형 그대로 보존할 생각이었다. 빌헬손은 이 일의 성패가 정체성을 얼마나 제대로 구현해 내느냐에 달려 있음을 알고 있었다. 물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이후 그는 건축 분야의 틈새 테마를 연구하기 시작했는데, 그 과정에서 법적 근거 없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무허가 판자촌들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에 대한 연구 성과로 그는 교수가 되었고 경계 없는 건축학 강의를 개설하기도 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여행을 자주 권했는데, 실제로 학생들과 함께 한 여행에서 뭄바이의 슬럼가를 방문하게 된 것이다.

비닐봉지 하나가 슬럼가의 위생 상태를 바꿔 나가고 있다. 소사업가들이 판매를 담당하는 동시에 배설물 다루는 법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역사 속 문제가 현재의 슬럼가로

건축은 시대에 따라 적용 방법에 여러 변화를 겪었지만 수천 년 전부터 우리 곁에 존재했다. 그중 화장실은 기원전 3000년경 수메르인의 집까지 그 역사가 거슬러 올라간다. 그들은 관을 통해 배설물을 하수구로 흘려보냈고 하수도는 대양과 연결되어 있었다.

그 후 기원전 600년경 로마는 클로아카 맥시마(Cloaca Maxima)라는 대하수도를 통해 세계에서 가장 발전된 하수처리시스템을 선보였다. 클로아카 맥시마는 지하를 거쳐 티베르 강, 그리고 대양까지 이어져 로마의 하수를 흘려보냈다. 하지만 위생과 건강에 대한 인식이 중세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 결과 전염병이 도시를 휩쓸었다. 수 세기가 흐른 지금 안타깝게도 당시의 모습은 슬럼가에서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빌헬손이 방문한 슬럼가의 유일한 하수 시설은 길 중앙의 배수로였다. 사람들은 요강에 용변을 봤고 거리의 배수로에 그대로 쏟아 버렸다. 그렇게 오염된 물은 식수와 생활용수에 섞여 들어갔다. 콜레라, 이질, 장티푸스, 페스트 같은 전염병이 돌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1347년에서 1532년 사이 페스트로 유럽 인구 1/3이 희생당한 후 현대적인 하수 처리 시스템이 만들어졌지만, 인구가 빠르게 불어나는 슬럼 지역에는 시도조차 되지 않았다.

시설을 만드는 데 필요한 엄청난 비용을 투자할 곳도 없을 뿐더러 설령 비용이 있더라도 그 돈은 뭄바이 부유층 거주 지역의 보수비용으로 들어갔을 것이다. 슬럼가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들은 빌헬손에게 만만치 않은 도전이었다. 하지만 그는 학생들에게 내기를 걸었다. 이 문제의 해답을 누가 먼저 찾을 것인가에 대한 내기였다. 그는 자신이 학생들보다 먼저 해결책을 찾겠노라 호언장담하며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였다.

피푸(Peepoo)의 탄생

‘피푸’는 기발한 아이디어다. 이 봉지에 배설물을 담으면 박테리아와 병균이 제거되며, 땅에 묻으면 매우 유용한 거름으로 변신한다. 사진제공 프롬북스
뭄바이 프로젝트는 새로웠지만 엄청나게 까다로운 것이기도 했다. 슬럼의 위생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유연하고 단순하며 대규모로 투입될 수 있는 것이라야 했다. 비용면에서도 부담이 없어야 했다. 그는 책상에 앉아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건축가에게 기본이 되는 도구 상자도 제쳐버렸다. 오직 자신의 재능에만 집중했다. 보잘것없는 건축가를 위대한 ‘바우 마스터(건축 장인)’로 만들어줄 그런 재능 말이다.

드디어 그는 변화의 열쇠를 손에 쥔다. 그리고 그 해답에 피푸(Peepoo)라는 이름을 붙였다. 피푸는 무게가 10그램도 채 되지 않는 길쭉한 봉투다. 봉투 안에는 넓적한 봉지 하나가 더 들어 있는데, 이것은 깔때기처럼 사용할 수 있는 봉지로 사용자가 배설물을 직접 접촉하지 않게 한다. 봉지의 아래쪽에는 요소 분말이 담긴 작은 주머니가 들어 있다. 요소는 위생 수단으로 2~4주 안에 배설물 속 모든 병균을 제거한다. 피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봉지가 배설물과 함께 스스로 분해된다는 사실이다. 피푸의 재료는 에코바이오(Ecovio)라는 바이오 플라스틱 재질로 땅에 묻으면 배설물과 함께 자연스럽게 분해되어 땅에 이로운 거름이 된다. 그 과정에서 암모니아가 방출되지만 무해한 요소로 전혀 신경 쓸 필요가 없다. 피푸는 척박한 땅에 단비 같은 존재로 그렇게 등장했다.

테스트 단계에서 대량 생산까지


그러나 피푸의 탄생 과정이 밝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대답할 수 없는 수많은 질문이 있었다. 예를 들어, 서로 다른 문화에서 실용가능성에 대한 문제였다. 모슬렘들은 일회용 변기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힌두교도들은? 기독교도들은?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이 필요했다.

“일회용 변기는 많은 나라들이 수용할 수 있는 것이라야 했어요. 용변을 보는 방식, 살아가는 방식이 각기 다른 사람들이 큰 무리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것 말이에요. 그래서 우리는 이 봉지를 세계 각지에서 테스트했어요. 방글라데시의 모슬렘들은 소말리아의 유목민들과 마찬가지로 피푸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습니다.”

슬럼가 주민들에 대한 시험 사용에서 그들은 배설물 봉투를 일반적인 쓰레기와 마찬가지로 거리낌 없이 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글라데시 같은 모슬렘 국가는 배설물에 대한 언급 자체를 금기시하는데 그 점을 생각한다면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피푸가 지급된 최초의 기관은 케냐 나이로비의 슬럼 지역인 키베라의 가트베케라에 소재한 베델 학교다. 이 학교는 교사들과 학생들이 함께 이용하는 화장실이 두 개뿐이라 화장실을 깨끗이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하지만 피푸를 사용하자 200여 명의 학생 중 설사를 하는 비율이 현저히 감소했다. 뿐만 아니라 교사들과 학생들은 피푸를 거름으로 활용해 채소를 키웠다. 이렇게 재배한 배추와 시금치는 점심시간에 사용되고 있으며 학생들의 가족에게까지 제공되고 있다.

케냐 나이로비 키베라 슬럼가의 실랑가 마을은 피푸가 가장 처음 테스트된 마을이다. 키베라 지역은 아프리카에서 두 번째로 큰 슬럼 지역으로 2만 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슬럼 지역처럼 위생 시설이 부족한 곳이다. 현재 이곳에서는 피푸가 매일 판매·이용·회수되고 있다. 매일 4,500명이 피푸를 구매하는데 피푸는 삶의 질을 개선함과 동시에 사회적 공존에 기여하고 있다.


일회용 변기 덕에 아동 청소년 성폭력 빈도도 감소하고 있습니다. 인종 갈등도 줄고 있지요. 일회용 변기 같은 단순한 제품이 삶의 질을 이렇게 크게 개선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쁩니다.


빌헬손은 세계를 바꾸겠다는 목적으로 피푸플(Peepoople)이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피푸플은 지금도 다양한 사업 모델을 시험 중이다. 첫 테스트에서는 옥스팜(Oxfam: 전 세계 빈민구호를 위해 활동하는 국제 NGO단체)과 독일 국제개발협력공사(GIZ)의 재정 원조를 받았지만 장기적으로는 기부금 없이 흑자를 낼 계획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간과 환경, 봉투가 최적으로 상호작용하는 방법, 제품이 현지 문화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법을 먼저 찾아야 한다.

주변 환경이 사업 모델을 제시한다

친환경 일회용 변기 제조 회사인 ‘피푸플’은 여러 곳에서 수집소를 운영한다. 한 번 사용한 비닐봉지들은 이곳을 통해 회수된다. 사진제공 프롬북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도 슬럼의 현실을 접하는 순간 한계에 부딪힐 때가 많았다. 그는 지역의 요구에 부응하는 사업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상황과 배경을 정확히 파악하려는 노력을 먼저 했다.

하루에 1~2달러만을 쓸 수 있는 사람이라면 생활에 꼭 필요한 물건만 구매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격민감도*는 절대적인 중요성을 갖는다. 상품의 질도 매우 중요한데 이 시장의 소비자들은 가격 대비 성능을 누구보다 꼼꼼히 따질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피푸의 가격은 매우 세심하게 정해졌다. 일회용 변기 하나의 가격은 3센트다. 그 안에는 1센트의 보증금이 포함되어 있어 사용한 변기를 수집소로 가져가면 1센트를 돌려받을 수 있다. 피푸플은 이렇게 회수한 제품을 비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지역 농부들에게 싼값에 되판다.

노동자들의 힘든 일상을 고려해 여성 판매원들과 소사업가 망을 통해 판매하는데, 기업은 이들이 자신의 사업을 확장해 나갈 수 있도록 교육시킨다. 판매원들은 집집마다 방문해 제품을 판다. 어떤 사람들은 타파웨어 같은 플라스틱 용기를 팔 때처럼 사람들을 모아 놓고 시연 행사를 열기도 한다. 판매를 할 뿐만 아니라 구매자들에게 사용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이다.

지역 상황상 필요한 또 한 가지는 물건을 언제든지 구매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슬럼가 주민들은 지금 막 손에 들어온 돈을 바로 지출해버린다. 저축도 하지 않지만 물건을 많이 사서 쟁여 놓을 수도 없다. 따라서 그들에게는 원할 때 물건을 바로 살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 처음에 실랑가 마을에는 피푸가 하루에 4,500명분만 공급되었다. 반자동 생산 방식으로 생산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피푸는 대량으로 생산된다. 새로 개발한 기계가 하루에 50만 개의 봉투를 만들고 있다. 시장은 더욱 커지고 있다. 피푸플은 앞으로 26억 명이 이 일회용 변기를 사용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위생 시설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 수와 맞먹는 수치다. 물론 그들 모두에게 피푸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안데르 빌헬손은 지속적인 피드백과 최적화를 통해 서서히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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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격민감도: 가격 또는 가격 변화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 태도를 나타내는 주관적인 특성. 소비자들은 동일한 가격이라도 개인적 평가 기준에 따라 자각 정도가 다르고 구매 의사 결정이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가격민감도는 소비자의 제품 구매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세계와 사회는 차별화된 사고를 원한다.

빌헬손은 인간과 물건, 그리고 환경 사이의 균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제품을 개별적으로 바라보기보다 특정 환경과 관련된 제품 콘셉트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제품이 시스템 안에서 순환할 수 있도록 유기체적인 사고를 한다.

캔, 페트병, 장난감, 티셔츠, 가방, 인형, 오디오, 냉장고, 세탁기 같은 것들은 사용이 끝나면 고철이 되거나 소각·매립되며 때로는 재활용된다. 하지만 이런 과정은 과거의 일이 될지 모른다. 이미 우리는 그동안의 생산과 소비 습관을 전환해야 하는 중대한 기로 앞에 서 있다.

피푸플 외에도 사회의 많은 영역에서 차별화된 사고가 필요하다. 고령화 사회, 사회생활과 가정생활의 부조화, 기후 변화로 인한 에너지 위기 등 우리에게는 수많은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영자와 건축가, 기업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은 그 대안을 사회복지공학에서 찾을 수 있다. 또 다른 안데르 빌헬손이 나타나기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건축은 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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