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뉴스1 제공) 이동원 기자

'축구선수 박지성이 언제 하버드에?'

아닙니다.
그 '박지성'.

하버드대에서 그린카펫상을 받은 박지성 씨는 이 사람입니다.

센스앤서스테이너빌리티 설립자 겸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과정의 박지성 씨

?


여러분들한테 이 글을 읽게 하고 싶어서 이름으로 낚아봤습니다.
그만큼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이슈를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주실거지요? ^^

2014년 미국 하버드대의 그린카펫상(Green Carpet Award)을 받은 박지성 씨는?하버드대 경제학 박사과정 중??옥스퍼드대에 다니던 시절 친구들과 함께 비영리단체를 설립했습니다.

이름하여 ‘센스 앤 서스테이너빌리티 Sense&Sustainability ’.
줄여서?S&S라 불리는 온라인 기반 비영리단체이지요.

이 단체 이름을 우리 말로 번역하자면 '이성과 지속가능성'쯤 될까요?
제인 오스틴의 소설 '이성과 감성(sense and sensibility)'을 떠오르게 하는 센스 넘치는 작명이죠?
혹시 소설 사이트?
그러나 S&S 사이트 (www.senseandsustainability.net) 에 가보면 물, 기후, 에너지 등 지속가능성 이슈에 대한 전문가들의 글과 팟캐스트가 빽빽하게 차 있습니다.??

하버드대는 ?이들에게 “전 세계적으로 지속가능성 사례를 널리 알리고 지속가능한 개발에 대해 교육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사유로 그린카펫상을 줬습니다. 그린카펫상?역대 수상자 중엔 한국어로 '우리는 미래를 훔쳐 쓰고 있다' 등 20여권의 책이 번역되어 알려진 ‘환경운동가의 구루’, 레스터 브라운 지구정책연구소장도 있는 걸 보면, 한국에선 유명하진 않지만 꽤 멋진 상인 모양입니다.



사진 = 하버드대 홈페이지. 2014년 4월
박지성 ?S&S 공동디렉터 등 필진 16명은 4월 23~24일?한국에서 열리는 국제행사 ‘2014 키플랫폼’(keyplatform.or.kr)에 참가할 예정인데요,?S&S는 그동안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교수, 퓰리처상을 받은 니컬러스 크리스토프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등 지속가능성 이슈의 리더들을 인터뷰해 팟캐스트, 블로그 등 SNS로 전파했습니다.
이들의 팟캐스트는 140여국에서 1만여 건이 다운로드됐다지요.

그와 함께 오는 필진을 보니 S&S의 활약상이 짐작됩니다.

헤더 헨릭센 하버드대 지속가능센터장
의사이자 사회역학자인 압둘라만 엘 사예드 연구원
앤드류 박 블룸버그 매니저
제니퍼 윌슨 베인앤컴퍼니 컨설턴트 등등

(맨 위 왼쪽부터) 제임스 해커 편집장 겸 공동 디렉터, 패트릭 베러 편집주간, 에릭 알렌 제트 웹마스터, 헤더 헨릭센 하버드대학교 지속가능센터장, 앤드류 박 블룸버그 국제 지속가능성 그룹 선임 전략가, 알둘라만 엘 사예드 (내과의사, 사회역학자), 애덤 웰시 오파워 아시아태평양 규제 부분, 김성우 KPMG 아시아태평양 기후변화·지속가능성 팀장, 가리카이 니아루와타 맥킨지 컨설턴트, 데이비드 임버트 온밸류스 애널리스트, 이스한 나스 옥스퍼드대 경제학 석사과정, 래트나 길 하버드대 경제학 석사과정, 후안 아파리시오 하버드대, 제니퍼 윌슨 베인앤컴퍼니 컨설턴트, 루카스 메릴 브라운 레드아울 애널리틱스 선임 데이터 전문가.
이들은 키플랫폼에 참석하는 1000여명의 CEO 및 투자자들과 함께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며 창조적으로 성장하는 전략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하네요.

하버드대에 경제 공부하러 간 박지성 씨는 왜 먼 타국에서 비영리단체를 만들었을까요?

제프리 삭스 교수, 나이리 우즈 옥스퍼드대 교수 같은 쟁쟁한 석학들과 대학·연구소·기업 등 제각기 다른 기반의 전문가 50여명은 왜 그가 세운 비영리단체에 가담한 걸까요?

우리는 그를 이메일로 먼저 만나봤습니다.
그는 “인류가 지금 같은 방식으로 사는 건 지속불가능하다는 데 대해 우리 멤버들 모두 공감하고 있다”며 사회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의 말을 인용했습니다.

“우리는 신과 같은 기술과 석기시대의 감성을 가진 스타워즈 시민을 만들었다.”

↑원유 유출 사고로 인해 죽은 새. 1989년 일어난 엑손발데스호의 원유 유출로 25만 마리의 새와 2800며 마리의 동물이 죽은 것으로 알려진다. ⓒS&S 홈페이지
그의 말처럼, 최근 100여년 동안 우리 인류의 기술은 지구의 지질시대를 바꿀 만큼 빠르게 발전했습니다.
그와 함께 인류의 개체수 역시 쥐라기 공룡 못지 않게 빠르게 늘었고요.
72억4천만 명을 돌파한 세계 인구는 2050년이면 95억5천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UN인구기금 추정)

그렇지만 지금도 우리 인류는 석기시대인처럼 기회만 있으면 육류를 탐하고 개체수를 늘리며 더 큰 자본과 권력을 차지하려는 본능을 억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석기시대엔 없어서 못 먹었던 게 육류라 눈에 보이면 탐식했지요. 지방과 각종 단백질 등 육류의 영양분을 몸에 축적해두려고요.
생물학자들은 그게 우리 유전자에 본능으로 남아 지금도 우리는 고기를 보면 침이 솟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 때문에 패스트푸드들은 육류를 기본으로 넣고 있지요.
인류에게 육류를 공급하기 위해 가축들이 과밀하게 집단사육되면서 축산업은 예상치 못한 전염병과 메탄 등 온실가스 과다 방출의 온상이 되고 있고요.

개체수를 늘리려는 본능은...
뭔지 아시죠?
인권 의식이 낮은 지역일수록 조혼, 어린 소녀를 임신시키기, 성폭행이 만연하는 건 우연이 아닐 겁니다.
아직도?개발도상국에선 하루에 2만 명의 18세 미만 소녀가 아기를 낳습니다.
한 해에 7만 명의 청소년이 임신합병증과 출산 때문에 죽습니다.

기술과 금융의 발전으로 인류 전체의 부는 늘었지만 그걸 누리는 사람들은 소수입니다.
8%의 사람들이 세계 부(富)의 82%를 가지고 있습니다.
10억 명이 넘는 사람들은 여전히 극한의 빈곤 속에서 사회 보호망이나 의미 있는 일자리, 공공의료나 교육 없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유엔인구기금은 만약 우리가 불평등에 대해 고심하지 않는다면, 절대빈곤의 감소세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지요.

과연 2050년 이후엔 인류 중 얼마나 번영을 누릴 수 있을까요?
아마 미래는 인류가 내뿜어놓은 온실가스와 늘어난 인구, 심화된 양극화로 인해 지금보다 살아가기가 더욱 힘겨워질 것입니다.

그러나 하버드대의 박지성 씨는 자신들-20대 청년-이 기성세대가 될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지속가능성이 이슈가 되면서 기업, 정부, 시민사회에서 혁신이 일어날 것이라고 했죠.
심지어 지속가능성이라는 인류의 화두가 발전과 양립할 수 있으며, '수익성'도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 전제가 흥미로웠습니다.
"올바른 정책 프레임워크가 있는 한...(as long as the right policy frameworks are in place...)"

긍정 에너지가 넘치는 그의 얘기를 전합니다.

박지성 센스앤서스테이너빌러티 공동디렉터

- 어쩌다 비영리단체를 만들게 됐는가.

"영국 옥스퍼드의 오래된 석조건물의 지하에서 졸업생들이 저녁을 함께 먹다 이야기가 시작됐다. 내 전공은 경제학이고 내 친구들의 전공은 정치학·철학·보건학·기술· 교육 등 다양했지만 우리는 한 가지 사실에 공감했다. 우리 세대가 아주 근본적인 어려움에 처했다는 것, 지구 온난화·사이버테러리즘 같은 위협 말이다. 토론을 벌이던 우리는 어느 날 팟캐스트를 시작했다. 처음엔 재미로 했는데 꽤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팟캐스트를 듣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저명한 교수와 저자 등 해당 분야 전문가들을 인터뷰해 내보냈다. 우리 인터뷰가 SNS를 타고 퍼지면서 필진과 에디터가 저절로 늘어났다. 박사과정, 비정부기구(NGO), 민간기업 등등 다양한 부문의 사람들이 모이면서 전 세계에 기반한 지속가능성 전문가 네트워크를 만들게 됐다.”

- S&S는 지속가능성 관련 기존의 조직들과 무엇이 다른가?
“크게 두 가지가 다르다. 첫째, 우리는 정부 비정부기구 기업 등 세 그룹과 학계의 교차 지점에서 이들 사이의 간극을 줄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둘째, 우리는 디지털조직이다. 어떤 건물이나 지역에 존재하는 게 아니라 전 세계를 커버하는 사이버 공간에 존재하는 네트워크 조직이다. SNS가 사이버공간에 존재하는 비영리기구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

- 운영진과 필진은 어떤 사람들인가?
“편집장인 제임스 해커는 시러큐스대 맥스웰 환경정책행정연구소의 부연구원으로 전력시장, 에너지, 기후정책에 대한 글을 쓴다. 편집주간 겸 경영이사인 패트릭 베러는 하버드대에서 개발도상국의 생태계 보존을 위해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연구하고 있다. 웹마스터인 에릭 알렌은 2011년 '더 데일리 디쉬' 등 여러 매체로부터 ‘최고의 풍자’로 꼽힌 기고가이자 작문 선생이다. 필진과 에디터는 몇 명인지 정의하기가 어렵다. 다양한 배경의 수십 명의 사람들로부터 글을 받고 있다.”

- 무엇에 공감했기에 모였나.
“인류가 지금과 같은 일상으로 사는 건 더 이상 지속불가능하다는 데에 우리 모두 공감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중산층이 늘어나고 있다. 기후 변화 속의 지구는 이들을 충분히 만족시킬 만큼 식량을 생산할 수 없다. 에드워드 윌슨이 말했듯 우리는 '신과 같은 기술과 석기시대의 감성을 가진 스타워즈 시민'을 만들었고, 이것이 지구환경을 한계로 몰고 가고 있다. 과학자들은 현 시대를 ‘인류세(Anthropocene)’라 부르기 시작했다. 인류가 생태계를 침범하고 지구 온난화를 일으키면서 지질시대를 바꿀 정도로 영향을 주고 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것을 긍정적인 상황으로 이끌 실질적인 솔루션이 있다고 믿는다. 그건 가까이 있다. 비즈니스·공중보건·금융·교육 등 지금 우리가 일하고 있는 바로 그 곳에서 우리는 지속가능한 삶을 향한 길로 나아갈 수 있다."

- 인류가 발전을 지속할 수 있다고 믿는가.
"가능하다. 지속가능성과 발전은 양립할 수 있다. 지속가능성 이슈는 비즈니스·정부·시민사회에 혁신을 촉발할 수 있다. 올바른 정책 프레임워크가 있는 한, 공기를 오염시키거나 기후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행위는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내면화되면서 수익성이 떨어지게 될 것이다. 또 투자자나 소비자들이 이런 경향을 알게 되면서 지속가능한 상품을 개발하거나 관련 사업에 종사하는 것이 더 높은 수익성을 주게 됐다. 친환경 전기차 '모델S'를 내놓은 테슬라를 봐라. 지난해 초만 해도 30달러 대이던 주가가 매출 향상에 힘입어 최근 200달러 수준으로 올랐다."

- 한국은 어떨까.
"한국 정부는 경제학자 폴 그루그먼이 '땀에 의한 경제성장(perspiration growth)이라고 말한 성장 전략에서 '영감에 의한 경제성장(inspiration growth) 전략으로 옮겨가고 있다. 혁신, 삶의 질 같은 것으로 주의를 돌리고 있다. 이것은 지속가능발전 패러다임에서 중요한 단계다. 태양광 발전이나 풍력 발전뿐 아니라 혁신적 스타트업을 키우거나 깨끗한 도시를 삶의 공간으로 제공하는 것은 중요하다. 지속가능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공간이 생기면 똑똑한 마인드를 지닌 사람들이 모일 것이다."

- 키플랫폼에 멤버들과 함께 참가해 '혁신'에 대해 논의한다고 들었다. 혁신이란?
"혁신은 종종 예상하지 못한 곳, 계획하지 않은 곳에서 온다. 혁신은 태도(attitude)이고, 사고방식(mindset)이다. 지금의 편안한 상태를 넘어 모험을 하려는 의지다. 그것은 절차나 규칙보다는 풀어야 할 문제에 초점을 둔다. 감춰져 있던 지형이 환한 조명 속에 드러나듯, 이런 태도와 사고방식은 어떤 이슈에서 혁신적인 결과를 이끌어낸다."

Image Credit: Phillip Capper via Wikimedia Commons
[용어설명]인류세(Anthropocene)란?

노벨화학상을 탄 네덜란드의 대기화학자 파울 크뤼천이 2000년 '인류 때문에 지질시대가 바뀌고 있다'며 제안한 개념입니다.
인류가 일으킨 지구 온난화로 해변이 가라앉고 환경오염과 무분별한 개발이 다른 생물들을 멸종시키면서 지구의 환경체제가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지요.
현생 인류가 1억3500만 년 전 쥐라기에 지구를 뒤덮었던 공룡들만큼이나 뚜렷한 흔적을 남길 것이라는 과학자의 견해는 인간의 개체수를 보건대 전혀 허풍스럽지 않습니다.
4월7일 유엔인구기금(UNFPA)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72억4000만 명에 이른 인류는 2050년엔 95억5000만 명을 넘어설 전망이거든요.

[용어설명]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란?

원래 이 말은 '미래에도 현재의 상태가 유지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뜻합니다.
다르게 말하자면 유지가능성, 생존가능성이라고 할 수 있지요.
이 개념은 비영리단체 '로마클럽(www.clubofrome.org)'이 1972년 발표한 '성장의 한계(The Limits to Growth) 보고서에서 처음 언급됐습니다.
로마클럽은?아우렐리오 페체라는 이탈리아 기업가가 돈을 대고 MIT 등 과학자와 경제학자, 정치인들이 참여해 만들었죠.
이 보고서는 인구, 환경오염, 식량 생산량, 공업생산량, 자원 등 인류 생존을 위해 필요한 주요 요인을 분석해 2030년 이후 세계 경제 붕괴와 인구 급감이 일어날 수 있으며 현재 방식의 발전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결론을 냈습니다.
그러나 이건 40년 전 연구결과.
문명이 좀더 발전한 현재에도 그러할까요?
그래이험 터너란 호주의 물리학자가 1970년~2000년의 데이터로 다시 분석했는데 40년전과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합니다.
"아주 분명한 경종이 울리고 있다. 우리는 지속가능한 길을 가고 있지 않다."


글.편집=이경숙 머니투데이 기자 겸 이로운넷 대표에디터
인터뷰=조철희 머니투데이 기자


식량문제를 다시 생각해 보자!

농약을 사용하고, 유전자 조작 식물을 허용하는 것에 대한 가장 강한 변론은 생산량 증가일 것입니다. 늘어나는 인구가 모두 소비할 수 있을 만큼의 식량을 생산하려면 부작용은 어쩔 수 없다는 것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사회투자,공유경제…창의적 자본주의는 황금알 낳을까?

키플랫폼 창의적 자본주의 세션 연사 ? 특별강연 : ?박원순 서울시장 ?’황금알을 낳는 창의적 자본주의’? 야닉 롤트 반 더 바르트 아브라마(브라질 B-corp 인증기업) 대표 ‘ 사회적 도시화 : 하늘의 한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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