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와 그 적들 2: 다솜이재단, 간병업계의 장시간 노동을 혁신한 비결
산타와 그 적들 2: 다솜이재단, 간병업계의 장시간 노동을 혁신한 비결
  • 이경숙
  • 승인 2014.02.25 15: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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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ert style="green"]사회에 선물이 되는 비즈니스를 하는 ‘산타 회사’. 필자는 [산타와 그 적들]에 다양한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비영리단체, 소셜벤처 등 우리 사회의 산타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그 가운데 일부를 독자와 나눕니다. [/alert]

서울 성애병원에서 일하는 조창옥 간병사는 50대 후반, 8년 경력의 간병사다. 2007년부터 다솜이재단에서 일하고 있다. 그전에 그는 혼자서 환자 6명을 24시간 동안 돌봤다. 그렇게 보름 일한 후 다른 간병사와 교대했다. 휴식은커녕 집안의 대소사도 챙길 수 없었다.

두 명이 보름씩 번갈아 일하다 보니 예전에 연차는 꿈도 못 꿨어요. 딸아이가 결혼했을 때는 내 돈으로 일당 8만 원을 주고 다른 간병사를 사서 썼어요. 명절 때는 단가가 높아져서 명절 쇠러 가려면 일당 10만 원은 줬어요. 지금은요? 연차를 쓰면 되죠. 연차수당도 나와요.


다솜이 재단은 간식도 주고 정년퇴직도 보장한다. 그는 “우리 방 여사(간병사)들하고도 맘이 잘 맞아서 우리끼리 모이면 ‘만 63세까지 일하자’고 한다”고 말했다. 직업으로서 ‘괜찮은 일자리’니까.

다솜이재단 간병사는 하루 평균 9.4시간 일한다. 다른 민간업체 간병인들에 비하면 절반도 안 되는 시간이다. 간병사가 교육 받으면 교육수당을 준다. 근무 중 휴식시간도 준다. 병원에 따라 휴게공간도 있다. 종사자 400여 명 전원은 정규직 혹은 계약직으로, 100% 4대 보험에 가입되어 있다. 눈에 띄는 건 이 중 195명이 여성 가장, 고령자 등 소위 사회 취약계층이라는 점이다. 2012년부터는 장애인 간병보조사도 10명 고용했다.

간병업계 현실: 시급 ’3,000원’ 하루 ’19시간’ 근무

이번에는 국내 간병업계의 현실을 보자. 국내 간병사들은 하루 평균 19시간 이상 일한다. 월급은 평균 210만 원. 시급으로 치면 3,000원 수준이다. 종사자의 70.3%는 소개업체의 알선을 받아 일한다. 나머지 11.4%는 용역이나 파견직이다. 정규직 비율은 2.7%, 계약직 비율은 12.8%다. 4대 보험 가입자는 31%뿐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여러 연구자의 2010년 자료를 종합한 것이다. 간병사들이 다솜이재단을 ‘괜찮은 일자리’라 할 만하다.


처음에 이 사업은 저소득층 환자들을 무료로 간병해주는 사회공헌 사업으로 출발했다. 교보생명이 실업극복국민재단(현 함께일하는재단)과 함께 2004년 시작했던 ‘다솜이 간병봉사단’은 2007년 재단법인으로 재출범하면서 공동간병 전문업체 ‘다솜이재단’으로 거듭났다. 2007년 국내 1호로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6년간 271억 원 사회적 가치 창출

다솜이재단은 노무 혁신을 통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 모두 승수효과를 냈다. 매출 즉 경제적 가치를 보자. 2008년과 2009년에 30억 원대였던 것이 2010년과 2011년 40억 원대로 올라섰다가 2012년 61억 9,400여만 원으로 급증했다. 2013년 매출은 68억 원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교보생명이 저소득층 무료 간병을 위해 매년 기부하는 11억 원을 합하면 2013년 수입은 79억 원대일 것으로 전망된다. 기금 즉 자본금 규모가 17억 5,200억여 원이니, 재단 설립으로 늘어난 경제적 가치만 따져도 2013년의 승수효과는 4.5배, ROI(투자수익률)는 11.4%에 이른다.

일반 간병업체와 다른 부분은 사회적 가치다. 재단의 공동간병서비스 덕분에 줄어든 간병비용은 2012년에만 30억 4,400여만 원에 이른다. 간병사들은 타 업체에서 일했다면 받았을 급여보다 모두 합해 12억 8,000만 원을 더 받았다.

중요한 건 삶의 변화다. 재단이 교보생명의 사회공헌 자금을 받아 저소득층 환자를 돌봄으로써 환자를 간호하느라 바깥에 나가지 못했던 가족구성원이 일할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환자 가족들이 일할 기회를 얻어 벌어들인 소득은 2012년에 총 3억 9,000여만 원이었다. 다솜이재단은 품질경영 보고서를 통해 설립 후 6년 동안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면 모두 합해 271억 1,500만여 원이라고 전했다. 2012년에만 52억 2,800여만 원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했다.


혁신 비결은 ‘규모의 경제’ 확보와 ‘노무 혁신’

설립 초기 사회적기업으로서 정부로부터 세금을 받던 곳, 정부 지원이 끊기면서 2010년부터 2년 동안 적자를 냈던 곳이 어떻게 이런 승수효과를 낼 수 있었을까.

재단의 처음 기반은 기부금이 마련해줬다. 교보생명이 사회공헌사업으로 매년 일정 규모의 무료간병을 구매해줌으로써 재단은 품질관리 등 혁신을 일으킬 만한 ‘규모의 경제’를 남보다 빨리 확보할 수 있었다. 또 교보생명 브랜드가 가진 신뢰에 힘입어 병원들에 유료간병서비스 도입을 영업할 때에도 도움을 받았다.

다솜이재단은 교보생명(주)과 함께일하는재단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사회공헌 사업 때의 경험, 그 후 생긴 규모의 경제 효과 덕분에 다솜이재단은 다른 간병업체는 할 수 없던 노무 혁신을 일으켰다. 첫 번째, 공동간병의 체계화. 인적 자원 관리를 전산화했다. 두 번째, 공동간병 체계 도입. 6인 병실에는 평균 4인의 간병사가 3교대로 투입됐다. 간병사들의 노무가 전산화되면서 인적 자원과 품질 관리의 기반이 됐다. 재단은 공동간병실의 특성과 환자의 생활패턴에 따라 간병사를 탄력적으로 배치하고 지속적으로 업무를 점검하고 있다.


노무 혁신은 경영 성과를 끌어올렸다. 라준영 가톨릭대 경영학 교수는 “다솜이재단의 공동간병은 개인간병 대비 서비스 가격을 40% 정도 낮출 수 있는 비용절감 효과가 있었다”며 “탄력적인 3교대 근무는 간병사의 피로감을 줄여 서비스 질을 높였다”고 분석했다.

위기를 지렛대 삼아 돌파하다

그러나 이러한 것이 그리 수월하게 만들어진 체제는 아니었다. 이만한 혁신을 일으키기까지는 구성원들의 ‘절박함’이 작용했다. 2005년부터 받던 정부의 사회적 일자리 지원이 2009년 종료된 것이다. 게다가 당시 간병 시장에는 중국인 간병인을 중심으로 2만 5,000원짜리 공동간병 서비스가 나오고 있었다. 2010년, 재단은 적자를 냈다.

재단은 위기를 지렛대로 삼았다. 저가 경쟁에 뛰어드는 대신 품질을 더 높이는 길을 선택했다. 저가 경쟁은 일자리의 질을 낮출 뿐 아니라 고용 유지를 어렵게 할 게 뻔했다. 노무구조 혁신, 서비스 질 향상에 박차를 가한 것도 그즈음이었다. 김서연 다솜이재단 사무국장은 이렇게 회상했다.

“당시 상황이 얼마나 절박했으면 그런 돌파구를 찾아냈겠어요. 삐삐가 휴대전화에 밀려났던 때 그랬듯 우리 경쟁력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시장 구조가 바뀌고 있었어요. 이대로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상황 판단을 했지요.”

교보생명 사회공헌 사업이 준 경험, 규모의 경제 효과, 여기에 구성원들의 절박한 심정이 합쳐져 다솜이재단의 사업에 ‘승수효과’를 만들어냈다. 이러한 승수효과가 복지 분야 전반에서 나타난다면 어떨까. 복지비용을 낮추고 복지의 질은 높일 수 있지 않을까.

“사회서비스는 핫한 창업 아이템”

지금은 보육 등 다른 사회서비스 분야에서도 다솜이재단과 같은 혁신적 창업을 하기에 좋은 시기다. 정부는 사회서비스를 창조경제의 한 영역으로 잡고 있다. 기업, 은행들은 사회적기업 설립 지원을 통한 사회공헌을 늘리고 있다.

김서연 다솜이재단 사무국장은 “사회서비스는 창업의 핫한 아이템”이라며 “베이비부머가 자신과 비슷한 연령대를 고객으로 삼아 적은 창업비용으로 진입할 수 있는 분야”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사회서비스는 업체가 많이 생겨 많이 죽는 분야이기도 하다. 사업으로 대박 내서 내 몫을 챙기려는 사업자한테는 맞지 않다. 그보다는 사회적 비용을 낮추는 혁신, 나보단 남의 일자리 창출에서 보람을 느끼는 사업자에게 적합하다.

[산타와 그 적들](2013, 굿모닝미디어),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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