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가 함께하는 사회적기업] <3> 빅워크 탐방기

[alert style="green"]?가치있는 물건을 팔아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들이 있습니다. 머니투데이와 이로운넷은 가치를 파는, 영혼이 있는 기업을 찾아 소개하고 있습니다. 더 나은 지구, 더 진화된 인류를 만들기 위해 오늘도 한걸음씩 나아가는 사회적 기업들을 만나봤습니다. [/alert]

청년 실업 문제가 한창이다. 대학생들이 대기업, 공무원 등 안정된 직장을 구하기 위해 뛰어다닌다. 하지만 젊음이란 무한한 것을 창조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닐까? 안정보다는 새로운 것에 뛰어들 때 젊음은 그 빛을 발하는 것이 아닐까?

서른을 갓 넘긴 젊은이가 사회적 기업을 창업했다고 해서 양천구청 별관 해누리타운을 찾았다. 이 곳 8층에는 청년 사회적기업 육성센터인 ‘소셜 벤처 인큐베이팅 센터(SVIC)’가 있다. 실제 이곳에는 많은 젊은이들이 소셜 벤처를 만들어 기업이 자신과 사회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찾아간 곳은 ‘걸으면서 기부한다’는 독특한 컨셉을 가진 ‘빅워크’라는 서울시 예비 사회적 기업이었다. 단순히 자선단체도 아니고 기부를 컨셉으로 기업을 운영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실험으로 보였다. 그래서 또한 호기심이 강하게 생겼다.

한완희 대표를 만났다. 이제 서른을 갓 넘긴 젊은이다. 남들은 직장에서 수동적으로 일하고 있을 나이에, 어엿하게 한 기업을 이끄는 CEO로 활동하는 것이 용기 있어 보였다. 우리 시대 젊은이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이처럼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갈 수 있는 용기 있는 태도가 아닐까?

그도 한 때 광고홍보 회사에 취직해 시각디자이너로 2년을 일했다. 그 이전에 한 간이역에서 기차표를 파는 일을 하기도 했다. 그 역시 한 때는 평범한 일상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늘 가슴 속에 ‘가치 있는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것이 어느 순간 그를 이렇게 끌고 온 것이다.


어린 시절 그는 다큐멘터리를 즐겨봤다. 아프리카의 굶주리는 아이 등 빈곤 문제와 환경 문제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었다. 그는 이런 사회적 문제를 바꾸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그것을 바라보고 인식할 수 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직장에 다닐 때에도 '재능기부'에 참여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일 자체가 하나의 '가치' 창조가 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일 따로 가치 따로’ 가 아니라 그 둘을 통합시키고 싶었다. 남들이 가는 길과 똑같이 가고 싶지 않았다. 남들이 사는 방식이 무조건 잘못되었다는 뜻이 아니라 내가 가야 할 길을 스스로 찾아가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그것은 어느 직장이 안정되고 남들은 어디에 다니고’ 등의 비교 문제가 아니라 순수하게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일’의 차원이다.

그런 차원에서 일반 기업보다는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사회적 기업을 창업하는 것에 관심이 쏠렸다. 그렇게 해서 창업을 한 것이 빅워크다.

처음 빅워크 창립했을 때 기부금을 후원해주는 스폰서를 모집하기 위해 100군데 이상 대기업에 자신들의 취지를 알리는 이메일을 보냈다. 하지만 생소하기 짝이 없는 이 낯선 기업을 돕겠다고 자청하는 대기업은 아무도 없었다.

한완희 대표는 여기에 낙심하지 않고 '스폰서 없이 우리끼리라도 일단 시작해보자'라고 마음먹었다.

이렇게 시작된 빅워크 스마트폰 앱에 1만명 가량의 회원들이 참여했고, 응원의 메시지가 있었다.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일부 후원금을 내기도 했다. 빅워크를 함께 창립했던 멤버들은 부족한 금액을 자신의 주머니에서 털어 의족이 필요한 첫 번째 수혜자에게 자금을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 그렇게 첫 프로젝트를 성공하자, 일부 언론에 알려졌고 기부금을 후원해 주겠다고 참여의사를 알려온 기업들이 생겨났다.

올해로 빅워크는 창업한 지 3년이 다 되어간다. 지난 10월 서울시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기부금을 제외한 순 수익원은 스마트폰 어플의 수수료 비용과 일부 광고에서 나온다. 하지만 '카카오톡'처럼 전국민적인 어플이 될 때까지는 수익원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현재는 그 곳을 향해 가고 있는 걸음마라고 할 수 있다. 한 대표는 “빅워크를 교육, 건강 컨텐츠, 상품 등 여러 컨텐츠와 연계해 범위를 넓혀갈 예정”이라며 “기부문화를 확산시켜 실생활에서 쉽고 즐겁게 기부를 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고 뜻을 전했다.

끝으로 <빅워크 10계명>이 인상적이어서 적어봤다. 이것은 빅워크는 물론이고 젊은이들이 살아가야 할 방침으로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1. 우리는 인류의 삶을 위한 비즈니스를 한다.
2. 우리는 매 순간 세상을 바꾸는 일에 기여하고 있다.
3. 우리는 수익의 90%를 사회서비스에 재투자한다.
4. 우리는 한 번의 완성이 아닌 지속적인 혁신을 추구한다.
5. 우리의 이익보다 고객과 직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6. 우리는 크게 생각하고 작게 시작한다.
7. 우리는 즐겁게 일하고 모든 것을 공유한다.
8. 우리는 빠르게 결정하고 실행에 옮긴다.
9. 우리는 소통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생각한다.
10. 우리는 세상을 바꾸는 소중한 인재다.


빅워크는 걸은 거리만큼 자연스럽게 기부가 되는 애플리케이션이다. ‘걸으면서 기부한다’는 이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은 빅워크가 자체 계발한 것으로 현재 특허 출원 중이다.


도대체 걸으면서 얼마만큼 기부가 되는지 구체적으로 알아보기 위해 직접 스마트폰에서 애플리케이션을 깔아봤다.

맨 처음 앱을 깔게 되면 성별, 생년월일과 몸무게를 적도록 한다. 이는 걸으면서 소모하는 칼로리를 계산하기 위한 것이다.

홈으로 들어가서 ‘start’버튼을 누르고 잠깐 주변을 거닐다 왔다. 걸은 걸음은 만보기처럼 걸음수로 표시되지 않고 거리 즉 0.53km식으로 표시됐다. 그 아래에 53눈(noon)이 기록되고, 칼로리는 19.2kcal로 쓰여 있다.

스마트폰에 깔려있는 GPS(위치확인시스템)가 걸음을 측정해 10m에 1원씩 기부금이 적립되는 방식이다. 방금 530m를 걸었기에 53원이 기부금으로 적립된 것이다. 또한 방금 걸음으로 소비한 칼로리가 19.2였다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매번 얼마만큼 걸었는지 ‘History’에 일일이 다 기록된다. 또한 내가 얼마나 많이 걸었는지 랭크 순위도 알 수 있고(30분 마다 갱신) 내가 쌓은 눈(기부금)이 누구에게 전달되는지도 알 수 있다.

지금 기부금을 전달하고자 하는 어린이의 아픈 사연이 나와 있고, 이 아이의 수술비에 필요한 목표금액이 4480만원이라고 적혀 있다. 현재 기부금으로 쌓여있는 금액은 1457만원이며, 참여인원은 1만3817명이라고 표시되어 있다.

방금 걸으면서 쌓은 기부금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전달되는지 알 수 있어 좋았다. 모든 것이 투명하게 공개되며 도움을 주고자 하는 이의 정보를 알려줌으로써 누군지도 모르고 기부하는 것이 아니라 간접적으로 소통을 할 수 있게끔 해 놨다. ‘내 걸음이 누구에게 소중히 쓰이고 있구나’ 생각이 들어 약간은 뿌듯한 느낌이 들었다.


빅워크는 회원들이 걸으면서 쌓아올린 기부금으로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등에서 도움이 필요한 어린이의 명단을 추천받아 재활에 필요한 의족, 특수 휠체어 등을 전달하고 있다. 지금까지 온라인에서 25명, 오프라인에서 15명 등 약 40명의 어린이가 빅워크의 도움을 받았다.

기부금은 기업의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기업의 사회책임이라는 뜻으로 기업이 경제적 책임이나 법적 책임 외에도 폭넓은 사회적 책임을 적극 수행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기금 등 후원으로 마련된다. 현재 SBS 등 몇 개 기업이 후원 스폰서로 참여하고 있다.

빅워크는 기부금을 계속적으로 쌓지 않고, 한 어린이의 수술이나 재활에 필요한 목표금액을 설정해놓고 그것이 달성되면 종료하는 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매 회마다 프로젝트 형식으로 진행하고 있고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빅워크는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 함께 걷기 행사를 하며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 10월엔 북한산 우이령 길을 걷는 ‘제4회 드림워크 페스티벌’을 개최하기도 했다.

걷고 기부하는 것을 넘어서서 아름다운 길을 같이 걸음으로써 ‘나의 꿈이 아이의 꿈이 되고 우리 모두의 꿈이 모여 지구의 꿈이 되는 소통의 시간’을 지속적으로 가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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