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금융'이란 말의 이미지는 차갑다. 종종 '약탈적'이란 수식어가 붙기도 한다. 그러나 금융에 인간의 체온을 불어 넣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사회적 금융기관들이다. 특히 미국의 대형재단 등 비영리단체들은 기부에 투자, 융자 등 금융 기법을 활용해 사회적 가치 창출에 레버리지를 일으키고 있다. 사회적기업 이로운넷의 에디터들이 다녀온 미국 사회적 금융 현장을 머니투데이가 3편에 거쳐 소개한다.

안토니 레빈(Antony Levine) 비영리기금펀드(NFF) 대표.콜럼비아 경영대 초빙교수이기도 한 그는 "최근들어 MBA학생들이 비영리기업에 진출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이형기 에디터
"투자의 95%는 문제는 만들고, 투자의 단 5%만이 그걸 교정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만약 투자의 포인트를 이익창출에서 사회적 가치 창출로 바꾸면 세상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벤처캐피탈리스트로 손꼽히는 미치 카포(Mitch Kapor). 요즘 미국 하버드와 콜롬비아, 스탠포드 등 최상위 경영대학원들의 인기 강사로 가장 잘 나간다는 그가 벤처캐피탈 수업을 진행할 때면 학생들에게 가장 먼저 던지는 질문이라고 한다. MBA의 우수한 인재들에게 '재무적 수익'과 '사회적 가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혁신적 금융서비스에 대한 도전과제를 심어주는 한 마디이다.

콜럼비아 경영대 초빙교수인 비영리기금펀드(NFF)의 안토니 레빈 대표는 "최근들어 MBA학생들의 트렌드를 살펴보면 비영리기업에 진출하는 경우가 점차 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레빈 교수는 2009년부터 컬럼비아 경영대 전임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2011년 비영리기금 펀드의 대표를 맡게 되면서부터는 초빙교수로 강의를 계속하고 있다.

레빈 교수는 "10년 전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MBA학생들은 졸업 후 금융업, 컨설팅, 대기업과 같은 돈을 많이 버는 직장을 선호했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사회적기업을 직접 설립하거나 영리단체지만 사회공헌에 도움을 주는 직장에 근무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현저히 늘었다"고 귀띔했다.

물론 현실적인 조건만 따진다면 여전히 비영리기업의 경우 영리기업처럼 직원들에게 높은 연봉과 좋은 복지를 제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레빈 교수는 "비영리단체에서 일하고자 하는 학생들은 어느 정도의 낮은 연봉에 대해서는 기꺼이 감내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래도 과거와 비교해본다면 비영리기업과 영리기업의 평균 임금차이가 상당히 줄어들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캘버트재단나 록펠러, 포드, 카네기 등 미국의 대표적인 재단들만 보더라도 미국내 일반영리기업과 연봉에서는 거의 차이가 없다.

레빈 교수는 "물론 비영리기업 전체적으로 우수한 인재들에 대한 처우가 좋아지는 것도 중요한 배경이지만, 무엇보다 사회적 가치를 추구함으로써 느끼는 '성취감'이 학생들에게는 가장 큰 동기로 작용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실제로 경영월간지 패스트컴퍼니 매거진 등에서 선정하는 '가장 혁신적인 상위 100대 기업'에 포함되는 기업 중 임팩트투자를 중심으로 하는 비영리기관(사회적기업)은 해마다 늘고 있는 추세. 특히 인도나 중국 등 제3세계 지역에서 활동하는 비영리단체들의 경우, 사회적 성과뿐 아니라 재무적 성과도 탁월한 경우가 적지 않다.

레빈 교수는 "MBA 학생들은 비영리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문가들로부터 풍부한 성공 사례를 접하며 도전의식을 키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며 "아직까지는 그 비중이 그리 크지 않지만, 이런 뛰어난 인재들의 비영리분야 진출이 늘어나고 있는 흐름은 MBA를 희망하는 입학지원자들뿐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도 그 파급효과가 상당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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