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금융'이란 말의 이미지는 차갑다. 종종 '약탈적'이란 수식어가 붙기도 한다. 그러나 금융에 인간의 체온을 불어 넣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사회적 금융기관들이다. 특히 미국의 대형재단 등 비영리단체들은 기부에 투자, 융자 등 금융 기법을 활용해 사회적 가치 창출에 레버리지를 일으키고 있다. 사회적기업 이로운넷의 에디터들이 다녀온 미국 사회적 금융 현장을 머니투데이가 3편에 거쳐 소개한다.

사진 출처=캘버트재단 소셜 임팩트 리포트 2013
#1. 미국 버지니아 주에 위치한 리버사이드. 이곳에 거주하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리버사이드 PACE(Program of All-Inclusive Care, 노인을 위한 종합 케어 프로그램)'로부터 다양한 도움을 받는다. 매일 정기적인 건강 체크와 부족한 영양 보충은 기본. 물리치료와 의료 서비스가 24시간 임상 지원 서비스로 제공되고, 거동 불편한 노인들이 치료센터와 집을 편하게 오갈 수 있도록 무료 교통 서비스까지 세심하게 배려하고 있다.

#2.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애슈빌에는 저소득층의 시민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GO(Green Opportunities)' 프로젝트가 주목 받고 있다. 젊은이들은 물론 일자리를 원하는 누구든 GO 프로젝트를 통해 직업 훈련을 받도록 지원한다. 이를 통해 보다 좋은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것은 물론, 소액대출을 통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기회를 얻기도 한다.

노인들의 건강을 돌보는 것과 저소득층의 일자리 직업 훈련.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이 두 가지 프로젝트에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바로 캘버트 재단으로부터 '투자'를 받아 이같은 활동을 지속할 수 있다는 점이다.

◇'소액 채권' 상품으로 사회적 투자

'투자가 차이를 만든다.' 캘버트 재단의 슬로건이다. 지난 18년간 캘버트 재단이 소외계층을 돕는 사회적투자에 적극적인 이유 또한 바로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캘버트 재단의 이송배 대출사업팀장은 "보통 누구를 돕는다는 표현을 쓸 때는 투자라기보다는 '자선(philanthropy)'이라고 한다"며 "하지만 우리가 '투자'라는 개념을 사용하는 이유는 분명하다"고 설명을 이었다. 캘버트 재단이 비영리기관들에 지원하는 자금은 명확한 만기와 이율이 존재하며, 대출조건에 따라 반드시 갚아야 할 법적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투자'를 통해 사회적기업을 지원하는 대표적인 예가 캘버트 재단에서 판매 중인 지역투자채권(CIN, Community Investment Note) 상품이다. CIN은 쉽게 말해 소액투자자들이 증권을 구매하면, 이를 통해 자금을 모아 빈곤, 노동, 환경 분야에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마이크로파이낸스기관 혹은 사회 변화를 일으키는 비영리 단체와 사회적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금융상품이다.

캘버트 재단은 개인투자자들에게 소액채권을 판매해 투자금을 모으고, 이를 비영리단체에 '대출' 등의 형태로 지원함으로써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무엇보다 캘버트 재단의 CIN은 개인투자자들이 보다 손쉽고 간편하게 사회적 자본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는 점에서 높은 주목을 받고 있다.

캘버트 재단의 IR를 담당하는 메리 블랙포드 애널리스트는 "개인투자자들이 캘버트 재단에서 CIN를 구매하는 데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고 소개한다. 먼저 캘버트 재단에서 직접 채권을 구매하는 것이다. 최소 1000달러(약 105만원)를 기본으로 최대 10년 만기, 3% 연이율을 낼 수 있는 투자 상품이다. 캘버트 재단과 업무협약을 맺은 증권사나 은행 창구에서 구매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것 역시 마찬가지로 1000달러 투자가 기본이다. 마지막으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온라인을 통해서도 채권을 판매 중이다. 최소 20달러(약 2만원)를 기본으로 투자가 가능하다.

이렇게 모은 투자금을 바탕으로 캘버트가 지원하는 사업은 미국뿐 아니라 제3세계까지 다양하다. 리버사이드 PACE와 같은 헬스케어 분야에만 800만달러(약 84억원)을 투자했으며, 여성들을 위한 마이크로크레딧사업인 Win-Win 포트폴리오에도 250만달러(약 26억원)를 투자해 현재까지 300명이 넘는 여성사회적기업가들을 지원하고 있다.



캘버트재단은 개인투자자들에게 소액채권을 판매해 투자금을 모으고, 이를 비영리단체에 대출 형태로 지원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사진은 캘버트재단 성공스토리의 주인공들. 뉴욕=이형기 에디터

◇낙후 지역에 자금지원, 캘버트 CDFI


소액투자자들을 기반으로 하는 지역투자채권(CIN) 외에도 캘버트 재단은 지역개발금융기관(CDFI. Community Development Finance Institute) 의 비중 또한 점차 늘려가고 있는 추세다.

지역개발금융기관(CDFI)은 쉽게 말해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영업활동을 벌이고 있는 은행들이 해당 지역의 주민에게 비교적 낮은 이자율로 자금을 직접 대출해주는 것이다. 이를 통해 낙후되거나 소외된 지역을 개발하고 지역 주민들이 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해준다. 캘버트 재단은 CDFI중간기관으로서 지역사회 은행들이 CDFI 사업을 벌이는 데 필요한 자금을 간접 지원하는 역할을 도맡고 있다.

캘버트 재단은 미국 재무부의 CDFI기금을 통해 지역사회발전을 위해 직접 투자하기도 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슈빌의 저소득층 일자리지원 사업인 GO 프로그램이다. 지난 2012년만 하더라도 캘버트 재단은 애슈빌을 비롯한 미국 전역의 일자리지원 사업에만 3000만 달러(약 310억원)가 넘는 금액을 투자하고 있으며, 그 중 미국 재무부의 CDFI 기금을 통해서 투자한 금액은 약 145만 달러(약 15억원)에 달한다.

블랙포드 애널리스트는 "미국 재무부 CDFI 기금을 활용해 차터스쿨(미국 교육 개혁의 일환으로 학부모, 교원, 자치단체가 협력해 설립한 초중공립학교) 등에 투자하고 있다"며 "캘버트 전체 투자금과 비교하자면 아직까지 비중이 그리 크진 않지만 지속적으로 투자금을 늘려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미국 내 지원 사업뿐 아니라 해외지원 사업 또한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이 팀장은 "현재 CDFI 자금사용은 미국 내에 60%, 나머지 40%는 해외사업에 투자하고 있다"며 "과거의 경우 미국 국내 사업의 비중이 훨씬 높았지만 현재는 이자율이 높은 국외 투자사업의 비중이 많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블랙포트 애널리스트는 "캘버트 재단은 기부 대신 투자와 대출을 통해 사회적기업들이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사업을 지원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수익률을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우리가 임팩트투자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재무적 이익이 아닌 '더 나은 사회 발전'을 이루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메모>

CDFI(Community Development Finance Institute)= 낙후된 지역의 개발을 위해 저리로 자금을 대출해주거나 투자하는 지역금융 서비스 기관. 지역개발은행, 신협, 사회적벤처캐피털, 비영리단체 등 다양한 기관이 미국 정부의 인증을 받아 활동하고 있다.

CDFI 기금(Community Development Finance Institute Fund)= 1994년 미국의 ‘지역개발금융기관법(the Community Development Banking and Financial Institutions Act)에 따라 설립된 미국 재무부의 기금 이름. 인증 받은 CDFI 기관을 선별해 매년 기금을 배분한다. 해당 CDFI가 자금을 조달해 온 만큼 매칭을 통해 재무부가 자금을 지원하는 형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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