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온지 6년차인 몽골인 ‘가나’씨는 지난 24일 밤 공연을 잊지 못합니다. ?“ 타국에서 저의 노래로 취약계층인 모국의 아동들을 도울 수 있어 기뻤습니다. 제 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아동들에게 도움을 주었으면 합니다.”

“인천국제공항 입국장 무대가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전 세계 사람들이 오가는 특별한 장소잖아요. 한국의 첫인상을 노래로 전달할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다양한 나라에서 온 단원들의 공연이라서 그런지 외국인들의 호응이 남달랐어요. 사실 언어와 풍습이 다르다 보니 소통의 어려움이 있어요. 그러나 이런 불편함 들은 무대에 올라서는 순간 모두 잊혀 집니다 .그 순간만큼은 하나가 돼?살아있는 무대를 만들죠. 음악의 힘을 느끼는 순간입니다.” -조규진 단원

인천국제공항 공연

‘몽땅’은 다국적으로 이뤄진 문화예술단입니다. (몽땅 블로그 가기)
중국, 한국, 미얀마, 필리핀, 미국, 인도네시아, 티베트, 모로코, 몽골 등 9개국입니다.

문화예술로 사회의 변화를 꿈꾸는 사람들 …
그들의 노래에는 다양한 국적만큼이나 다양한 문화적 요소가 버무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이들의 공연에는 지극히 한국적인 말하자면 ‘아리랑’같은 노래가 없습니다.


‘다문화’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예술로 씻고 싶다며 당찬 발걸음을 내딛은 ‘몽땅’ 김희연대표의 꿈은 어디까지 와 있을까요?
둥지를 튼 부천 복사골문화센터에서 만났습니다.

김희연 몽땅 대표이사

곧 창단 1주년이 됩니다. ‘몽땅’ 의 탄생 배경은?


3년전 ‘구로아트밸리극장’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다문화축제 였습니다.

당시 ‘노리단’의 대표로, 단원들과 이주 노동자 분들과의 합동공연을 기획했죠. 사실 그 무대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저희들이 이주 노동자 분들의 현실을 잘 몰랐기 때문이죠. 명색이 합창인데. 다같이 모여 연습한 적이 없어요. 사는 곳도 근무시간도 너무 달랐기 때문이죠. 그래서 제각각 연습하고 공연 당일 날 처음으로 호흡을 맞출 수 있었죠.

그런데 본 무대에서 참 재미난 일이 벌어졌어요. 캐롤을 다 함께 부르는데 그때까지 점잖게 노래를 부르던 3-4살 가량의 어린이단원 2-3명이 갑자기 무대 위에서 뛰어 놀기 시작했어요. 그러자 객석에 있던 애들도 덩달아 무대로 올라와 술래잡기를 하더군요.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었지만 참 흐믓했어요. 여러 나라사람들이 서로 마주보며 웃고 지내는 모습…제가 꿈꾸는 평화로운 마을의 모습 이였습니다..

공연이 끝난 후 열린 조촐한 파티에서 이주노동자 한 분이 그러시더군요. “한국에 와서 오늘처럼 많은 사람들이 나를. 웃으며 박수 치면서 그런 눈빛으로 바라보는 걸 처음 봤다.” 구여... 그래서 이런 기회를 더 자주 만들고 싶었습니다.’

김대표의 막연한 바램이 현실화 될 수 있었던 건 때마침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내건 공모전 덕분입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 2011년 3월 사회공헌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다문화를 주제로 한 사회적 기업을 후원하겠다는 공고를 냈습니다. 김대표는 이 사업에 응모했고 당당히 선정됐습니다.

단원들은 어떻게 뽑았나요?


‘저는 한국에 계신 다양한 분들과 만나고 싶었어요. 모두 세 차례로 나눠 오디션을 봤어요. 1차로는 이주노동자분들 2차는 한국에 유학 온 청년들 그리고 3차로 경력이 단절된 분들을 선발했어요. 한꺼번에 뽑으면 실력 좋은 경력자 분들만 선발 될 것이기 때문에 일부러 나눠서 뽑았습니다.

우린 좋은 실력을 가진 분들을 뽑아서 출중한 공연을 만드는 게 목표가 아닙니다. 저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문화적 수용성, 도전정신, 그리고 조화입니다.’

몽땅 단원들

김대표가 생각하는 다문화란 어떤 것입니까?


‘문화란 말 속엔 이미 다양성이 들어가 있는데 왜 굳이 다문화라는 말을 사용하는 지 이해가 안돼요. 사실 다문화라는 말을 떠올리면 본래의 취지와 달리 우리 사회에선 어떤 특정계층이 생각나요.

주로 동남아시아, 사회적 약자 같은 … 그게 저만의 느낌일까요? 저는 문화란 다양 해야 하고 문화의 다양성이 살아있어야 건강한 사회라고 믿고 있습니다. 서로의 문화적 색채가 살아있고 더 나아가 이를 발전시켜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것 이게 진정한 다문화라고 생각합니다.

이 같은 취지에 공감해 가수 인순이씨는 2011년 예술감독으로 ‘몽땅’에 힘을 보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피부색도, 언어도, 서로 먹는 음식도 다르지요. 지금 그들은 함께 노래합니다.‘몽땅’ 모여서 말이죠. 노래는 그렇게 서로를 연결시켜주고 마음을 열게 하며 서로가 다른 차이를 인정하고 공생하는 길이 되었습니다”

‘몽땅’이 부르는 노래는 60%가 창작곡입니다. 나머지는 편곡 또는 몽땅 스타일로 바꾼 것입니다.

“각 나라의 지형과 언어가 다르듯이 나라마다 소리의 질감이 달라요. 예를 들어 필리핀은 울림소리, 중국은 비음, 몽고는 탁 트인 소리를 많이 내죠. 이런 질감의 차이를 노래에 잘 녹여내려고 노력합니다. 창작곡의 주제는 크게 환경, 평화 , 연대감입니다. ‘

서울 청계천 광장 공연

몽땅 단원들은 공연은 물론 재능 교육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음악창작교육 ‘소리배낭여행’이 그 한 예입니다. ‘마법나무재단’의 후원을 받아 전국 학교를 돌며 1박2일동안 15시간에 걸친 워크숍을 통해 창작곡을 만들고 음반으로 제작해 ‘벅스’를 통해 무료로 배포하고 있습니다.




소리배낭여행

각국의 다양한 문화를 전파하는 일도 그들의 주요 사업입니다. 체험학습시간에 미국에서 온 ‘필립’은 포크댄스를 가르치고, 몽골인 ‘가나’는 매듭팔찌 만들기를, 티베트에서 온 ‘뺀빠’는 실크스크린 기술을 가르칩니다.




춤으로 떠나는 세계여행
“공연만으로 수익을 내기 힘듭니다. 그래서 다양한 수익모델을 개발하고 있죠. 사회적 기업이 성공하려면 지속성을 유지해야 하는데 수익은 필수불가결한 요소입니다. 체험워크숍이라든지 기업체 신입사원연수나 교사 연수 등에서 문화의 다양성을 주제로 강연도 합니다.

최근에는 시니어그룹들을 위한 ‘원종동시민노래단’도 결성했습니다. 오는 8월31일부터 이틀동안 인천국제공항에서 다문화 청소년 60여명을 대상으로 음악캠프반도 열 예정입니다."

토요 문화학교 워크숍
“방학이면 아이들이 영어캠프다 체험캠프다 많이 가잖아요. 그러나 여전히 그런 캠프는 꿈도 못 꾸는 아이들이 있어요.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것이 음악이다 보니 그냥 와서 놀고 즐기는 것도 좋지만 가능하면 음악적 도구로 같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노래도 배우고 동영상도 만들어 사회적인 캠페인으로 확대시켜 볼 생각입니다."

문화와 풍습이 다른 사람들끼리 부대끼다 보면 자주 충돌이 있지 않나요?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날 없다고 하잖아요. 그런 충돌은 매일같이 일어납니다. 충돌했다 융합했다 맞춰졌다가 깨졌다 하기를 반복하죠.

그러나 낯 설음 때문에 오는 충돌보다는 잘 모르니까 실수할까봐 서로를 지나치게 배려 하는 데서 오는 문제가 더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답답해서 못 살겠더군요. 그래서 요즘은 서로 눈치보지 않고 사건이 터질 때마다 덮으려 하지 않고 드러냅니다. 토론을 통해 방법을 찾아가고 그때마다 우린 한가지씩 새로운 것을 터득하게 되죠."

메세나 희망공연
인터뷰를 마칠 무렵 단원들은 제게 깜짝 선물을 해주었습니다. 바로 즉석공연이었습니다.

노래 제목은 ‘잘람하르’ …한국말로는 ‘검은 말’이란 뜻이라는군요. 지면에 담지 못해 아쉽지만 몽골의 넓은 초원을 달리는 말의 모습이 떠오르는 멋진 곡이었습니다. 노래도 좋았지만 더 감동적 이었던 건 그 순간 제가 바라본 단원들의 행복에 찬 눈망울이었습니다.

우리 모두에게서 그런 눈망울을 보고 싶습니다.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