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공정무역 논의는 꾸준했다. 서울시는 재작년 세계 처음으로 인구 1천만 명 이상 도시 중 ‘공정무역도시’ 인증을 받았다. 그러나 여전히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4일 진행된 ‘2020 공정무역 랜선축제’에서 박범관 아름다운커피 공감마케팅팀 매니저는 영국과 독일을 방문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공정무역 제품이 한국에서보다 더 많이 보였다. 굳이 찾으려 하지 않아도 무심코 집은 물건에 공정무역 마크가 찍혀있더라”라고 회상했다.

이날 오후 4시부터 1시간 동안 진행된 프로그램은 ‘잡담회’ 형식으로, 공정무역계 ‘핵인싸’ 4인방이 공정무역 기업에서의 일과 삶, 공정무역을 대하는 자세, 공정무역의 미래 등을 자유롭게 이야기했다.

자리에 모인 실무자들은 공정무역계에서 일한지 3년 미만인 ‘MZ세대.’ MZ세대란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태어난 ‘Z세대’를 합친 말이다. 박범관 매니저를 포함해 권두현 어스맨 마케팅팀장, 안민지 피플스페어트레이드 협동조합 생산지코디네이터, 박혜원 페어트레이드코리아 무역팀 간사가 출연했다.

이미지=한국공정무역협의회 유튜브 캡처

“아직 모르는 사람 많다...제품으로 먼저 접근해야”

공정무역 제품 설명서나 홍보물에는 긴 소개 글이 실린 경우가 많은데, 일반인들이 더 어렵게 느끼는 이유가 될 수 있다. 안민지 코디네이터는 “가치와 운동이 소중하기 때문에 공들여 표현하고 싶은 건데, 소비자들에게는 무겁게 다가올 수 있다”고 통찰했다. 권두현 팀장은 공감하며 “공급자 입장에서 담고 싶은 내용을 회사 홈페이지에 넣으려니 스크롤을 몇 번씩 내려야 할 정도로 길어지더라”라며 “소비자들이 듣고 싶어 하는 내용에 집중해 상세페이지 개편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박범관 매니저는 성장하려면 ‘공정무역’ 카테고리에 머무르지 말고, 제품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윤리적 소비 시선으로만 접근하다보면 국제개발 분야에서는 인정받을 수 있지만 시장에서는 힘들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권두현 어스맨 팀장, 안민지 피플스페어트레이드 협동조합 코디네이터, 박혜원 페어트레이드코리아 간사, 박범관 아름다운커피 매니저. 이미지=한국공정무역협의회 유튜브 캡처

공정무역 분야서 일하다보니 제품 소비 시선 바뀌어

각자 공정무역 분야에서 일하게 된 계기도 달랐다. 권두현 팀장은 해외에서 지내며 공정무역 상품을 두루 접했고, 생협 분야에서 일하다 해외 공정무역 제품 생산지에 들렀던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박혜원 간사는 의류 회사에서 일하다 수공예, 지속가능한 패션에 관심이 생겼다. 무역학과를 졸업한 박범관 매니저는 아름다운커피 시민 대사로 활동하다 직업으로까지 이어졌다.

패널들은 공정무역 제품 공급자 위치에서 일하기 시작한 후 소비 행태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박범관 매니저는 “건강하게 먹기 위해 요리 재료를 생협에서 주로 산다”고 말했다. “일회용 컵이 아닌 텀블러를 사용하는 등 윤리적 소비도 늘었다”고도 덧붙였다. 예전부터 생협을 이용했다는 권두현 팀장은 “관계가 생기면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예전에는 가격에 초점을 뒀다면 이제는 공정무역 제품인지도 살핀다”고 전했다.

안민지 코디네이터는 “잘 모르는 입장에서는 마냥 ‘좋은 거,’ ‘비싼 거’라고만 인식할 수 있는데, 이 분야에서 일을 하다 보니 가격이 높은 이유는 단지 ‘공정무역이라서’가 아니라 ‘건강하고 질이 좋아서’라는 걸 알게 됐다”고 전했다. 박혜원 간사는 제품의 유통과정에 대한 책임감이 커졌다고 말했다.

공정무역의 생명 ‘생산지’

제품을 만드는 해외 생산지에 나갔던 경험도 공유했다. 박범관 매니저는 “네팔에 처음 갔을 때, 커피 생산 공정보다 생산자 개개인이 더 눈에 들어왔다”며 “이들의 노력과 땀을 담아 팔아야겠다고 다짐했다”고 회상했다. 권두현 팀장은 “직접 현장을 본 경험은 홍보담당자 입장에서 더 열심히,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안민지 코디네이터는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해진 탓에 해외 관계자들과 소통이 느리다고 느껴질 때가 많았는데, 직접 나가보니 문화 차이를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디지털 인프라 유무를 떠나, 우리나라 업무가 비교적 빠르게 돌아간다는 것. 그는 이어 “생산자 분들과 직접 만나서 하는 소통도 중요한데 지금은 코로나19 탓에 쉽게 움직일 수 없어 답답하다”고 아쉬움을 털어놨다.

이날 영상은 (사)한국공정무역협의회(이하 한공협) 유튜브 채널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공협은 3일부터 5일까지 3일간 ‘2020 공정무역 랜선축제’를 연다.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공정무역 생산지 및 공정무역 제품에 대한 지지를 담았다. 유튜브 채널과 '그립' 라이브쇼핑에서 시민들에게 공정무역을 소개하고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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