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가 3살 무렵 자폐성 장애판정을 받았죠.?곰곰이 생각해 봤어요. 그 아이의 탄생 의미에 대해… ?장애아의 부모로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쉽지만은 않았지만?제 맘 한 구석엔 이런 다짐이 있었습니다.?‘언젠가는~~ 꼭~ 이 같은 장애를 갖고 태어난 아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에?내 열정을 바치리라…’ 라구여~. 이진희대표

NHN이 상장되자 창립멤버인 저는 30대에 갑자기 큰 부자가 됐어요.?그 전까진 제대로 된 집 한 채도 없었죠..?주변을 돌아보니 자폐성 자녀를 둔 동료와 친지들의 고충이 눈에 밟히더군요..?내 사업적 재능을 이들을 위해 발휘해보기로 했습니다. 김정호 대표


목표가 발달장애인 고용 촉진인 회사 ‘베어베터’ 는 이렇게 탄생했습니다.?그래서 일반직원보다 장애직원이 더 많은 일터입니다.

많은 사회적 기업들이 수익성이 낮아 고전하는 가운데 창업 1년만에 눈부신 성장을 일궈낸?예비사회적기업 ‘베어베터’ 의 성공비결은 뭘까요?


서울 성동구 성수2가 서울숲 코오롱 디지털타워 1차 807호에 자리잡은 베어베터 사무실에?들어서자 직원들의 활기찬 손놀림이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어떤 분 들 입니까??

??


"전체 직원70명 가운데 86%인 60명이 발달 장애직원입니다. 발달 장애인이란 자폐와 지적 장애를 합쳐 부르는 말입니다. 일반 직원 10명은 발달장애인의 특성을 이해하고 관리해주시는 사회복지사와 직업재활사 그리고 각 해당 사업 분야의 전문가들이십니다."

-발달장애인이면 누구나 취업할 수 있나요?

"기본적으로 혼자 출 퇴근이 가능한 친구들이어야 합니다.?저희는 장애인들을 보호해주는 시설이 아니라 엄연한 기업체입니다.

누군가 데려다 주지 않으면 출퇴근을 못 한다는 것이 상징하는 의미는 자신의 일을 독립적으로 처리하는데 상당히 문제가 있다는 거죠. ?심한 장애를 가진 부모님들은 그래서 저희 회사의 문턱이 높다고 하지만 보호의 대상이냐 노동이냐는 반드시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선을 긋고 있다.

지적 장애1급, 자폐1급은 간혹 있지만 거의 없고 주로 2-3급 장애인이 대부분입니다.?저희 회사는 일을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기 보다는 일 한다는 것의 의미를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임하는 의욕을 높이 삽니다."

이진희 대표

?-어떤 일들을 합니까?


?"베어베터의 사업영역은 크게 3가지입니다.?디지털인쇄와 원두커피제조 그리고 제과 제빵입니다.

회사의 업무시스템은 장애직원들의 부족한 부분을 경쟁력있는 고성능 설비와 전문가의 지도아래 생산성과 품질을 확보하는 것이죠. 예를 들어 디지털 인쇄분야를 보면 최신 고성능 복사기나 제본기 ,재단기 등을 도입해 생산성을 높이고 전문오퍼레이터나 디자이너들이 참여해 품질을 보장합니다.

그리고 제본과 가공, 배달 등 장애친구들이 교육과 훈련을 받으면 할 수 있는 일들을 최대한 단순화하고 분업화해 생산에서 ?완제품 배달까지 이뤄내는 겁니다."


?"장애친구들이 제일 좋아하는 업무가 무엇인지 아세요? ?배달입니다.?어려서부터 늘 밖에 나가지 말라며 보호적 환경에서 자란 그들에게 배달이란?자유를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업무이죠.?배달업무는 지하철을 이용합니다."

?-직원채용은 주로 어떤 경로를 통해서 합니까?

"복지관이나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을 통해 추천을 받습니다.??복지관에는 취업을 위해 교육을 받고 있는 장애인 친구들이 항시 대기 중입니다.?취업의 문이 좁아서 그렇지 인력은 넘쳐납니다. 발달장애인은 그 특성상 취업의 장에서 가장?소외된 계층이죠.

의사소통이 안되거나 지적 능력이 떨어져, 인내심을 갖고 될 때까지 계속?반복훈련을 시켜야 하는데 일반 기업체처럼 경쟁적인 환경에선 현실적으로?이들이 할 일이 없어요. "

-자폐성 장애인들은 어떤 특정한 분야에서?탁월한 재능을 갖고 있지 않나요? ?

"영화 등을 통해 일반인들은 특별한 능력을 가진 자폐아 얘기를 많이 하시는데 이를 서번트 증후군(Savant Syndrome)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모든 자폐아들이 그런 능력을 갖고 있는 건 아니에요.

일반인들 가운데도 천재적인 또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적은 것처럼 자폐아도 마찬가지에요. ?아주 예외적인 일이죠. (참조: http://www.autismkorea.kr)?또한 이 능력이 직업 능력으로 연결되기 까지는 또 다른 역량이 필요합니다.

저는 발달장애인인 우리아이를 표현할 때 ‘찢어진 종이컵’이라고 말합니다. ?안 찢어진 쪽을 보면 멀쩡해 보이죠. ?그러나 우리 아이에겐 사회성이란 면이 찢어져 있어요. ?그럼 물을 온전히 채울 수 없어요. ?자꾸 새어 나오기 때문이죠. 제 아이는 미술을 좋아합니다. ?디자이너를 꿈꿉니다.

그러나 전 마음 속으로 ‘차라리 순수미술을 하지…. ‘이렇게 되뇌입니다. 순수미술은 자기가 원하는 걸 표현하는 거지만 ?디자인은 고객이 원하는 걸 해주는 거잖아요... ?의사소통이란 가장 중요한 요소가 결여되있기 때문에 특별한 환경이 받쳐주지 않으면 직업적 능력을 발휘하기가 힘든게 발달장애인입니다."

-급여는 어떻게 되나요?

"저희는 자유근무제인 동시에 최저임금을 보장합니다. ?하루 8시간 근무할 경우 한달 봉급은 105만원이죠. 하지만 발달장애인들의 특성상 8시간 근무를 채우는 직원은 10%정도밖에 안됩니다. ?대부분은 평균 4시간 정도 일해요. ?자폐성 장애직원들은 업무를 하면 할수록 정교하게 합니다. ?정교하다는게 그러나 빨리 한다는 의미는 아니죠. 일반적으로 일반인 5명이 할 일을 장애직원 1명이 해낸다고 보시면 됩니다.

베어베터는 발달장애인 고용을 최대화하기 위해 매출에 비례해서 장애인들을 고용하는 정책을?채택하고 있습니다. ?매출이 늘어날수록 ?장애인 직원 채용을 늘리는거죠.. 이것은 연계고용이란?정책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연계고용이란 무엇인가요??

김정호 대표

"우리나라 100인 이상 사업장은 의무적으로 장애인을 2.5% 고용해야합니다.?이 의무를 다하지 못하면 고용부담금을 내야 합니다. 그러나 ?많은 회사들이 장애인 고용보다?벌금의 형태인 부담금을 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저희와 같은 장애인표준사업장이나?장애인 재활시설등과 거래를 하면 간접적으로 장애인을 고용한 것으로 인정돼?부담금을 최대 50%감면 받습니다.

여기서 아이디어를 창안해 새로운 사업모델을 만들었습니다.?기업은 저희와 거래를 함으로서 부담금 감면등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저희 입장에선?거래대금이 늘어나는 것과 비례해 장애인 고용을 늘릴 수 있어 서로 윈윈하는 거죠."

-연계고용형태는 자칫 기업의 직접고용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변질될 위험도 있지 않을까요?

"장애인 고용 정책 담당자들은 직접 고용만을 고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그러나 직접고용과 연계고용 중 ?어느 것이 더 효과적인가? 하는 문제는?일률적인 답이 나올 수 없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단순 휠체어장애인은 직접고용이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장애의 유형과 정도에 따라 다르다는 얘기죠. ?그러나 발달장애인의 경우 기업이 직접고용만을 고집한다면 늘 소외될 수 밖에 없습니다. 할 일이 없고 관리가 안되기 때문이죠.

결국 중증발달장애인은 일할 기회를 잃게 됩니다.. 장애인 취업률 가운데 가장 취약한 분야가?발달장애인입니다. ?그나마 대부분 정규직이 아니라 보호고용의 형태로 임금이 일반장애인의?25% ~ 40% 수준에 머무는 등 열악한 상황입니다.

물론 기업이 직접고용이 가능한 장애인까지 연계고용을 통해 고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제 생각엔 직접 고용이 불가능한 중증장애만 연계고용의 대상으로 인정한다면 남용을 줄일 수 있으리라 봅니다. ?직접 고용을 하고 싶어도 업무 성격상 할 수 없는 기업 대신 저희가 ?직접 고용을 하고 기업은 거래를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장애인들이 일할 가능성을 더 높이는 것이 아닐까요?"

?-기업들의 참여도는 어떻습니까?

"저희와 거래하는 업체는 IBM, NHN, 대림, 후지제록스등 50여개가 넘고 연계고용으로 연결된 업체는 이 가운데 30여 군데가 됩니다. ?그러나 처음 몇 달 동안은 아무리 영업을 해도 단 한 건도 성사시키지 못했어요. ?미덥지 못해서인지 아무도 일을 맡기지 않는 거에요. ?영업을 나가면 상대방이 그저 ‘좋은 일 하십니다.’라고 말할 뿐 정작 일을 의뢰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는 장애인 부모조차 맡기지 않더군요. 그래서 ?사업모델을 기업에게 이득이 가도록 더 연구했습니다.

전 늘 아이디어를 구상할 때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봅니다. ?장애인회사인데 왜 안 도와주나? 개념이 없는 것 아닌가? 이런 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선 안 된다고 봅니다.

내가 뭔가 열심히 일해서 이른바 ‘갑’에게 이득을 주어야 합니다. ? 사업적 요소로만 들여다 봤을 때 발달장애인만으로 운영되는 회사는 일반회사와 비교해 ?경쟁력을 가질 수 없어요. ?그걸 자꾸 부정하니까 혼란이 오는 겁니다.. 경쟁력이 없다는 걸 인정하고, 그러나 없으니까 못 한다는 게 아니라 없기 때문에 이를 보완할 방법을 찾아내야 합니다.

그래서 정부의 연계고용과 같은 제도를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베어베터를 운영하면서 복잡한 기술과 특정업무에만 일반인이 투입되고 나머지는 모두 장애인이 할 수 있는 영역 예를 들면 인쇄업이나 커피제조 같은 영역이 있다는 걸 발견했죠. ?실적이 좋으니까 기업들의 참여도는 점점 높아져 다음달 이베이, 엔씨소프트, 다음컴뮤니케이션등과도 계약을 추진하고 있고 SK와 고려대학교에 컨설팅을 해주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저의 꿈은 베어베터 회사 자체가 커지는 게 아닙니다. 앞으로 .연매출이 100억정도가 되면 장애인 250여명을 고용할 수 있습니다.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회사란 규모가 너무 커지면 밀착 운영하기가 힘들어집니다. 대신 저희 같은 회사가 몇 백개든 점점 늘어나길 바랍니다.

제 경험에 비춰봤을 때 세상이 바뀌는데는 시간이 좀 걸리더군요. 10년 후쯤 되면 이런 쪽의 직무로 발달장애인의 고용문제를 해결 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다고 봅니다.

아울러 우리나라가 발달장애인 고용문제에 대한 실질적 대안을 수출하는 정책 한류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지금 개도국과 같은 여러 나라에서 한국의 공공인프라를 배워가고 있지 않습니까? ?새로운 수출 먹거리가 될 수 있다고 자부합니다.

김정호 대표는 이미 오래 전부터 고려대학교에 부모님 성함을 딴 장학금과,?내몽고와 실크로드에 만든 희망학교, 북한어린이를 위한 빵 공장,?그리고 자폐인 단기보호센터인 ‘봄’ 설립 등 다양한 사회공헌프로그램을 운영 중입니다. "

-김대표의 지속적인 나눔의 에너지는?어디서 나오는 겁니까?

"인정받고 싶은 욕구죠…. 전 종교도 없구요. ?좋으니까 하는거죠. ?왜 좋은지 설명하라면 힘든데. 그냥 좋아서 하는거에요. 저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알고보니 개념있는 괜찮은 사람이었네~~’라고 얘기할때면 희열을 느끼구여. 제 아이들이 사춘기 청소년이라 방황을 많이 할 시기인데 저를 보면서 덜 비뚤어지는 것 같아요. ?그러면 된거죠.

또한 사회관계가 풍요로와지는 것 같아요. ?좋은 차를 타고 좋은 집을 사고 좋은 시계를 차고 그를 통해 느끼는 만족 보다 훨씬 큰 것 같아요. 전 이 분야에서 감히 프론티어라고 생각합니다. ?제 뜻을 보다 많은 분들께 펼치고 싶습니다.?전 새로운 아이디어로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일이 즐겁습니다.

김대표는 사업가답게 인터뷰 도중 자신은 효과가 없는 일에는 투자를 하거나 나서지 않는다는 말을 여러 번 강조했습니다. 그래서 아프리카 등지에 가서 단지 보여주기 위해 며칠 자원봉사를 하고 오는 일은 하지 않는다는군요. ?그 왕복 비행기 값이면 그 지역 아이들이 1년을 먹고 살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데 회사가 떠들썩 했습니다. ?창립1주년을 맞았다는군요.?회사는 원래 지난해 5월에 설립됐지만 장애인 고용이 목표인 기업인만큼?처음 6명의 직원이 출근한 6월을 기준으로 삼는다고 합니다."

[베어베터 직원들 창립 1주년 기념행사]
살다 보면 세상은 참 불공평하다고 생각될 때가 많습니다.?나의 잘못도 아닌데 장애를 안고 태어나?자신이 아무리 노력해도 이룰 수 없는 어떤 한계상황에 부닥칠 때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러나 한계상황에서 뜻을 굽히지 않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선구자들이 있기에?세상은 조금씩 발전하는 거겠죠.?앞서 이진희대표의 말처럼 ’언젠가는~~ ‘ 이란?그 말속에 담긴 꿈을 향한 기대감속에?우린 어려운 하루하루를 버텨나가는 건지도 모릅니다.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각자의 분야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여러분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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