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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가 진행된 양천향교.

“맨 날 아파트 층간소음 때문에 신경 쓰였는데, 오늘은 마음이 편하네요.”

지난 8월 8일 주택가 사이에 조용히 자리한 양천향교. 부모님들이 옹기종기 앉아 아이들이 뛰어 노는 모습을 지켜보며 담소를 나눈다. 모처럼 아이들이 크게 웃으며 자유롭게 뛰어 노는 모습을 봐서 그런지, 엄마들의 표정도 평화롭다.

이 자리는 모해교육협동조합(이하 모해교육, 조합원 22명)이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에서 진행한 ‘작은행사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연 ‘2020 가족역량강화 프로그램’ 행사장이다.

오전에는 양천향교와 궁산 일대 투어를 진행하고, 옛고을협동조합에서 가족들에게 ‘공자밥상’을 제공했다.

손녀와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한 할머니는 “공자밥상 반찬이 짜지 않고 종류도 많고, 집에서 손수 다 만들었다고 하니 더 맛있다”며 “아이도 오랜만의 외출이라 기분이 좋은 것 같다”고 오전 프로그램에 만족해했다.

오후 시간에는 ‘학생’팀과 ‘부모’팀으로 나뉘었는데, 학생팀에서는 ‘떡만들기, 산가지’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부모팀에서는 강서교육복지센터장의 교육이 진행됐다. 프로그램이 끝나고 나서는 가족들이 다 같이 모여 다도를 하는 것으로 행사가 마무리됐다. 코로나 여파로 참가자들은 프로그램 진행 내내 마스크를 써야했지만, 아이들과 부모님은 프로그램 시작부터 마무리인 다도시간까지 내내 눈웃음을 보였다.

프로그램이 진행된 양천향교 내부
부모교육에 참여중인 부모님들

“감정을 읽어주는 게 문제 해결의 단초”

부모교육 프로그램은 향교 안에서 센터장을 중심으로 부모들이 둥글게 앉아서 각자의 고민과 어려움들을 털어놓는 시간을 가졌다.

“솔직히 속상하죠. 아이들도 학습능력이 느리고 내맘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아니까”

부모 프로그램에 참석한 이들 대부분의 속마음이다.

박자양 센터장은 “많은 부모님들이 ‘부모는 이래야한다’는 신화를 갖고 있다. 하지만 우리도 엄마와 아빠를 처음 해본다. 처음부터 완전 성숙한 부모의 역할을 할 수 없다”고 위로를 전했다.

“청소년기에는 호르몬 분비가 많아서 감정이 오르락내리락해요. 아이들이 감정에 대해서 죄책감을 느끼게 하면 안 됩니다. 10대 친구들의 호르몬과 뇌를 이해해야 합니다.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줘야 하는데, 감정을 읽고 이해해주는 게 중요하죠. 감정을 인식하고 조절하는 것은 외국어를 학습하는 것과 비슷해요. 부모님은 판단하지 말고 계속 들어주고 같이 대화를 많이 해서 감정에 대한 학습을 도와줘야 합니다. 부모님들 중에는 감정을 추스를 시간을 주면서 앞에서 화해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는 감정을 읽어주는 게 아니에요. 감정을 읽어주는 친구나 동반자와 같은 격려자 그리고 파트너 역할을 해야 합니다.”

청소년기의 자녀들과 갈등 상황에 대한 박 센터장의 조언이다.

센터장의 교육 이후에, 부모들은 여러 가지 궁금한 사항들에 대해 추가로 질문하는 시간을 가졌다. 잠시 아이들과 떨어져서, 각자의 고민을 공유하고 고민들에 대해 공감하면서 웃고 떠들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시간을 가졌다. 교육이 끝나고 나서 한 참가자는 “다음에 또 언제 교육을 하나? 또 참여하고 싶다. 참여하게 해달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프로그램에 참여중인 가족들

부모교육 프로그램 내내 열심히 호응하고 질문을 던진 김호진씨는 “향교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니 심리적으로 안정되고, 꼭 뭔가를 배우지 않더라도 같이 모여서 노는 게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우리 동네에 이런 좋은 곳이 있는 줄 몰랐어요.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이 역사 속의 한 곳인 게 신기하구요. 오전에 궁산투어도, 산이 높지 않고 험하지 않아 아이들이 쉽게 다닐 수 있었습니다. 산에 가면 그저 공기 좋다는 생각만 드는데, 앞에 나무가 어떤 나무인지 어떤 역사가 있는지 설명을 같이 들을 수 있어서 좋았고, 오늘 프로그램에 강서구내에 있는 ‘시각장애인 모임’ 5가정 중 4가정이 참여했는데, 좋은 파트너를 만난 것 같습니다.”

프로그램 참여자들이 만든 부채

작은행사에는 강서교육복지센터의 직원들, 향교 다도 선생님, 모해교육의 7명의 조합원들이 스탭으로 참여했다. 오전 프로그램부터 참여한 이정실 조합원은 점심시간에도 향교에서 바쁘게 가족들이 만든 부채를 말리고 있었다.

이 조합원은 “느린학습자 친구들에게 향교가 익숙한 공간이 되면 좋겠다”며 “다도나 예절 프로그램을 진행하기에는 향교 분위기가 딱”이라고 칭찬했다.

“가족 프로그램 진행이 별거 아니라 생각할 수 있지만 아이들도, 부모님도 성향이 다 제각각이라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그럼에도 아이들이 부모님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보니 좋고, 부모님들에게도 편한 시간을 마련해줘서 좋습니다. 작은행사 사업의 일환으로 펀딩을 받았었는데, ‘잘되길 바라는 마음이 모였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열심히 부채를 말리고 있는 이정실 조합원

모해교육 강사양성과정 수강생인 이금주는 “봉사는 처음 와봤는데, 교육 내용이 재미있다”며 “부모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했었는데, 센터장님이 아이들의 뇌나 발달과정을 쉽게 설명해줘서 나 또한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손자들이 태어난다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처음 자원봉사에 참여한 이금주 수강생

<미니 인터뷰>

이번 행사는 5개 조직이 연대했지만, 모해교육협동조합이 직접 신청했다. 최정희 대표는 “평소에 고민하던 것을 작은행사로 실행 할 수 있어서 좋았다.”라고 말했다.

“지역의 관심과 도움에 감사하다”

Q. 모해교육에 대해 소개해 달라.

A. 모해교육은 ‘햇살을 비추는 모퉁이’라는 뜻으로, 강서구에서 소외된 계층에 대한 돌봄교육을 하는 협동조합이자 마을기업이다. 마을기업이기 때문에 지역의 문제를 자원을 활용해서 해결하고 공동체성을 활성화하는 게 주목적이다.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지역 연대가 많다. 이번 행사에도 강서교육복지센터·모해교육·흥사단·양천향교·옛고을협동조합 5개 단체가 연합했다.

모해교육 최정희 대표

Q. 아이들만이 아닌 부모대상 프로그램도 기획했는데.

A. 이번 작은행사는 느린학습자 아이들과 부모님 공동을 대상으로 기획했다. 느린학습자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나 지원이 많이 없는 편이다. 느린학습자 친구들이 학교생활에서 어려움을 많이 겪는데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보다가 작은행사를 신청하게 됐다. 강서교육복지센터는 느린학습자를 비롯해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센터인데, 가족사례들을 속속히 알고 있다. 아이들에게 무엇이 어떻게 필요한지 알기 때문에 같이 협력해서 프로그램을 설계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님도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고자 ‘부모교육’ 프로그램을 같이 진행하게 됐다.

Q. 행사 장소를 양천향교로 택한 이유가 있나.

A. 향교가 고요한 공간인데, 느린학습자에게 정서적으로 안정된 공간이 된다고 생각해서 장소로 선정했다. 향교가 지역에서 소중한 자원인데, 지역주민들이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모해교육에서는 양천향교를 자주 활용했었다. 양천향교의 유건 전교님(교장선생님)이 감사하게도, 모해교육에서하고자 하는 다도나 예절 프로그램 진행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준다.

Q. 오프라인 활동이 어려운 때 행사를 치러 남다를 거 같다.

A. 코로나로 인해서 온라인 콘텐츠만 제작하다가, 올해 처음 오프라인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카카오펀딩을 통해 목표 값을 일주일도 안 되어서 채우고, 지역에서 더 도와줘서 증액이 되었다. 지역분들에게 감사했고, 모해교육이 잘하고 있구나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또한 기존의 공모사업들과 다르게, 우리가 사업주체로 참여하면서 평소에 고민하던 것을 실천할 수 있어서 좋았다.

모해교육은 일주일 뒤 아이들만을 대상으로 한 개별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느린 학습자 아이들이 직접 여행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실행하는 프로그램으로 박자양 센터장이 사전에 많은 기대를 한 프로그램이다. 최정희 대표는 “개별프로그램이 작은행사의 핵심”이라고 이야기했다.

다도프로그램으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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