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무역 제품을 사는 것은 당신의 지갑으로 ‘다른 세상’에 투표하는 것이다.”

최근 책 ‘가난한 사람들의 선언’을 출간한 프란시스코 판 더르 호프 보에르스마 신부의 말이다. 그는 멕시코에서 원주민 공동체와 커피 생산자협동조합을 만들어 지난 50년간 민중과 함께 땀 흘리며 일해왔다. 세계 최초의 공정무역 라이선스인 ‘막스 하벨라르’를 만들어 ‘공정무역’이라는 대안 경제체제를 제시하기도 했다.

송경용 성공회 신부 겸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SVS) 이사장은 지난 27일 한국공정무역협의회가 온라인에서 개최한 포럼에서 보에르스마 신부가 공정무역에 헌신한 사연을 소개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사회적경제와 공정무역’을 주제로 열린 행사에 강연자로 나선 송 이사장은 “코로나를 계기로 어떻게 사는 것이 인간과 사회, 지구를 살리는 길인지 성찰하기를 요구받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7일 한국공정무역협의회가 온라인에서 개최한 포럼에서 송경영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이사장이 강연자로 나섰다./사진제공=온라인 화면 갈무리

먼저 코로나로 전 세계 경제위기가 현실화한 상황을 공유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6월 발표한 ‘세계 경제 전망’에 따르면,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은 -3%에서 -4.9%로 하향 조정됐다. 지난해 4분기에 비해 올해 1분기 일자리가 1억 3천만개 줄고, 각국 봉쇄가 길게 이어지고 있으며, 소비와 서비스업 생산이 급감한 데 따른 것이다.

세계 경제가 악화하면서 저개발국의 채무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아프리카 최빈국들의 채무는 10년 전 GDP 대비 38%에서 평균 60% 이상으로 급증했다. 이들의 부채는 대부분 인프라 구축, 질병 퇴치, 아이들 교육을 위해 도입된 것인데, 코로나 여파로 채무를 상환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송 이사장은 “위기가 닥치면 항상 아래에서부터 붕괴되기 시작한다”며 “국가 역시 빈곤한 저개발국 먼저 감당할 수 없는 채무의 늪에 빠져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송 이사장은 “소득·소비·성장보다는 안전·건강·행복이 우선되는 공동체 사회로 변해야 한다”면서 “더 커진 역할을 요구받는 정부는 ‘한국판 뉴딜’을 통해 시스템 개선에 나섰다”고 말했다./사진제공=온라인 화면 갈무리

실제 코로나 여파로 ‘생산자-수입-제조-유통-소비’로 이어지는 글로벌 가치사슬(Value Chain)이 무너지고 있다. 특히 공정무역을 제품을 생산하는 저개발국 농민·노동자의 어려움이 가중되는데, 노동 집약적 방식의 생산 구조와 위기 대응 시스템이 부족한 소규모 생산자의 고통은 더욱 심하다. 감염 위험 때문에 서로 모일 수가 없으니, 제품 생산 자체가 불가능한 탓이다.

가치사슬 붕괴를 막기 위해 협의회는 국제공정무역기구(FI), 한국국제협력단(KOICA), 국제사회적경제협의체(GSEF) 등 단체들과 힘을 모아 저개발국 공정무역 생산자 지원 프로젝트에 나서기도 했다. 송 신부는 가치사슬 복원을 위해 세운 ‘생산력·시민력·공동체 보존’이라는 3가지 원칙을 소개했다. 그는 “생산자들이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하고, 공정무역의 가치에 공감하는 시민과 공동체를 보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송 이사장은 공정무역,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활동하는 이들에게 “전 세계인 모두가 무척이나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10배·100배 더 어려운 이들을 생각해야 한다”며 “정성 들여 제품을 만든 파트너가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존재한다. 그들과의 연결, 연대를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그물의 한 코처럼 떨어져 있지만, 서로 연결돼 함께 물고기를 잡는 공동체다”라고 당부했다.

한국공정무역협의회는 공정무역 생산지 현황을 공유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2020 공정무역 포럼’을 진행 중이다. 향후 9월에는 △3일 김재구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 ‘사회가치경영의 실천을 위한 집합적 임팩트’ △10일 송진호 코이카 사회적가치본부 이사 ‘국제개발협력과 공정무역’ △17일 장승권 성공회대 경영학교 교수 ‘한국 공정무역이 나아갈 길’이 강연이 차례로 이어진다. 참여를 원하면 온라인 페이지에서 신청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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