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무늬있는집 5호점 내부는 모습. 집은 오래전에 지어졌지만, 내부는 리모델링을 진행해 깔끔하다.

지난 6월 말 성북구에 위치한 ‘터무늬있는집’ 5호점에 3명의 청년이 입주했다. 한 달 주거비는 인당 10만원 남짓으로 개인 방과 공유 거실·주방을 갖췄다. 서울 집값을 고려하면 주거비가 저렴한 편이다. 터무늬있는집이 비영리 목적으로 운영되기에 가능한 일이다.

터무늬있는집은 사회투자지원재단이 시민출자를 통해 조성한 청년 공동체 주택이다. 기존 임대주택·사회주택과 달리 입주자로 개인이 아닌 청년 공동체를 선정하고, 입주자가 지역사회에서 창업, 공동체간 교류 등의 지역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특히 ‘공동체성’과 ‘당사자성’에 주목해 청년공동체를 선정하고 돕는다. 입주자를 선정할 때 청년공동체가 이곳에서 어떤 활동을 할 계획인지, 활동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등을 중점에 두고 평가한다. 또한 청년공동체가 당사자로서 거주 지역 선택부터 주택 운영, 활동 방향 등 사업 전반적인 부분을 결정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부여한다. 

10·10·10 달성까지 한 걸음 남아

2018년 시작된 터무늬있는집은 현재 5곳이 운영 중이고, 1곳은 입주를 앞두고 있다. 규모는 더 커질 예정이다. 김수동 터무늬제작소 소장은 “이번해에는 10·10·10을 달성하고 싶다. 누적 출자액 10억원, 주택공급 10호, 인당 주거비 10만원을 달성하는 게 목표”라며 “현재 누적 출자액만 달성되면 목표를 이룰 수 있는데, 달성할 가능성이 높다”고 자신했다.

김수동 소장은 인터뷰 사진에도 터무늬있는집이 홍보 돼야 한다며 관련플릿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근거없는 자신감이 아니다. 터무늬있는집 사업은 최근 강력한 우군을 얻었다. SH와 북서울신협이다. SH는 자체 프로젝트인 ‘빈집활용도시재생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터무늬있는SH희망아지트’ 사업을 재단과 함께하기로 했다. 이번에 문을 연 터무늬있는집은 터무늬있는집 5호점이자 터무늬있는SH희망아지트 1호점이다. 

SH는 빈집을 매입하고 비교적 저렴한 금액에 전세주택을 제공한다. 덕분에 재단은 믿을 수 있는 임대인과 거래함과 동시에 더 많은 물량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북서울신협에서는 ‘터무늬있는소셜예금’ 상품을 출시했다. 예금으로 들어온 돈은 터무늬있는집 보증금으로만 사용된다. 예금 상품은 자금 확보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재단에 도움이 되고 있다. 김 소장은 “기존에 개인 최대 출자금액은 2천만원 이었다”며 “예금 상품이 나오고 나서는 5000만원을 출자한 개인이 나왔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출자자는 약 150명, 출자액은 약 7억원이 모였다. 아직은 기대치에 부족한 못 미치는 수준이다. 재단은 더 많은 모금을 위해 기존 개인 위주 모금에서 나아가 기업, 단체를 대상으로하는 모금 활동도 고려하고 있다. 이미 사무금융우분투재단에서는 보호종료청년을 위한 출자금 1억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많은 ‘돈’보다 많은 ‘참여’가 중요

김 소장은 “출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은 중요하다”면서도 “액수보다 많은 시민의 참여가 더 값지다”고 강조했다. 터무늬있는집이 지닌 가치에 많은 사람이 공감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터무늬있는집은 단순히 청년에게 주거 공간을 제공하는 일에 목적을 두고 있지 않다. 

김 소장은 “우리는 주거 정책이나 주거 대안이 될 수 없다. 다만, 터무늬있는집을 통해 주된 출자자인 기성세대와 청년세대가 연결되는 계기를 만들고 싶었다”며 “많은 시민이 참여했을 때, 그 의미가 더 커진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실제 터무늬있는집은 세대 간의 연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심리상담이 필요한 청년과 심리상담가인 출자자가 만나 도움을 받기도 하고, 사업을 준비하는 청년은 출자자에게 사업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재단은 앞으로 이런 연결을 더욱 강화한다. 출자자로 터무늬있는집과 관계를 맺은 개인과 기관 등이 청년들이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늘리고, 관계를 기반으로 청년들에게 주거를 넘어 더욱 다양한 지원을 제공할 계획이다. 

황박동염 성북청년시민회의 대표가 지금까지 해온 활동이 기록된 판을 들고 있다.

터무늬있는집에는 도시재생·청년공간 사업을 하는 예비사회적기업부터, 청년주거협동조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스타트업까지 다양한 청년공동체가 입주해 있다. 이번에 문을 연 5호점에도 특색있는 활동을 하는 청년공동체가 입주했다. 입주자인 황박동염 성북청년시민회의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Q. 성북청년시민회는 무슨 일을 하는 곳인가?

-지역 청년들과 함께 성북구에 필요한 청년정책을 구청에 제안하고, 일상 속 민주주의 실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페미니즘 교육을 여는 등 안전과 평등과 관련된 교육을 열기도 한다. 현재 4명이 함께 일하고 있다. 

Q. 어떤 계기로 터무늬없는집에 입주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2013년도부터 성북구에서 활동했다. 2년마다 이사를 다녀야했는데, 안정성에 대한 불안이 컸다. 지역에서 계속 살려면 주거 문제가 핵심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속한 단체가 정식 법인이 아니라, 비영리법인을 준비 중인데 주소지로 등록할 장소도 마땅치 않았다. 

Q. 공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3명이 사는데, 둘은 개인 방을 갖고, 방 하나는 사무실 겸 침실로 이용한다. 같은 단체에서 일하는 동료들이 방문해 사무실을 이용하기도 한다. 앞으로는 사무실 겸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할 생각이다.

Q. 같이 사는 입주자들이 불편해하지 않을까?

-입주 전부터 어떤 활동을 할지, 공간은 어떻게 활용할지 등을 합의해서 들어온다. 다른 입주자들도 비영리법인이 설립되면, 발기인으로서 일부 활동도 같이할 계획이다. 큰 불편함은 없을 것 같다. 

Q. 터무늬있는집 장·단점이 있다면?

-아직 단점은 못 느껴봤다. 장점은 주거비 경감 등 경제적인 부분도 있고, 밥도 같이 먹고 생활을 같이 하다 보니 사람들과 늘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어 좋다. 차후에 새로운 입주 공고가 나오면 망설임 없이 신청하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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