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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여파는 생각보다 잔인했다. 최소 10년~20년 동안 오로지 음악이라는 한 우물을 파고 든 아티스트들에게 잇단 공연 취소와 레슨 감소는 생활고와 직결됐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들은 ‘택배’전선에 뛰어들었다. 

 

순수 음악인들뿐 아니라 홍대에서 10년 넘게 활동하고 있는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만한 밴드들도 코로나19로 무대가 사라지면서 쿠팡맨이나 배민라이더스, 대형마트 배달기사 혹은 대리운전을 뛰기도 합니다. 한 가지 기술을 30년 동안 익히면 장인이라고 할 수 있는데 당장 생활고 때문에 배달업에 뛰어들고 심지어는 전업을 고민하는 실정입니다.” -- 최정훈 오디오가이 대표

 

최정훈 오디오가이 대표. 그는 20년 넘게 레코딩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사진=백선기

 

국내 최초 랜선 음악회로 물꼬를 트다

 

오디오가이는 음악예술가들의 레코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자체적으로 음반을 기획·제작하는 오디오 전문 회사다. 최정훈 오디오가이 대표는 지난 2월 국내 최초로 무관중 공연 스트리밍을 진행했다. 스위스 바젤에서 활약 중인 바리톤 이응광과 함께 오디오가이에서 랜선음악회 이른바 방구석 콘서트를 개최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국내 최초 온라인 스트리밍 콘서트 바리톤 이응광/피아노 이소영 (2020.2.26)

 

“사람들 반응이 좋았고 이후 전국적으로 방구석 콘서트가 붐을 이뤘습니다. 하지만 무관중공연의 경우 서울시향이나 KBS교향악단처럼 시스템이 잘 갖춰진 소수의 국공립기관을 제외하고는 콘텐츠의 완성도가 떨어지고 게다가 무료입니다. 비록 비대면 온라인 공연들이 많아지고 있다지만 예술인들의 수입은 전무한 상황인 거죠.”

 

고품질 유료 영상공연 플랫폼이 답이다

 

돌비애트모스뮤직 3D사운드 제작이 가능한 오디오가이 스튜디오 조정실

최 대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3D 사운드 기술을 접목한 유료공연 스트리밍 플랫폼 ‘라이브 360’을 빠르면 올해 말 선보일 예정이다. 라이브 360 스트리밍은 PC뿐 아니라 태블릿PC, 휴대폰을 통해 시·공간의 제약 없이 고품질의 공연을 접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여기에 음반 및 LP, 굿즈 제작을 통해 예술가들의 부가적 수입을 창출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서 공연문화에 대한 일반인들의 문턱을 낮추고 예술인들은 안정적인 수입으로 창작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든다는 것이다. 그가 벤치마킹한 플랫폼은 독일 베를린 필하모니의 디지털 콘서트홀이다.

 

온라인 플랫폼 독일 베를린 필하모니 디지털콘서트 홀

베를린 필은 최근 코로나19 사태 이후 유료로 운영하던 플랫폼을 60일간 무료로 개방했고 이 기간 동안 국내 가입자 수는 2만 명을 넘어섰다. 최 대표는 “양질의 콘텐츠를 경험한 회원들 상당수가 유료 고객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3D 녹음에 사용하는 바이노럴방식의 더미헤드마이크

 

“ 3D 사운드로 음악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회사는 국내엔 3-4곳 밖에 없어요. 특히 3D 사운드를 접목한 라이브 공연 스트리밍서비스는 전 세계적으로 보기 드뭅니다. 저희는 올해 초부터 돌비코리아와 협력해 국내 최초로 돌비애트모스뮤직 3D 사운드 콘텐츠 제작을 하고 있어요. 향후 한국 아티스트가 만든 영상이 애플TV나 넷플릭스에 송출된다면 큰 부가가치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2019년 인천답동성당 대건챔버콰이어의 공연실황 녹음 장면. 최 대표는 "코로나19로 최근 무관중 공연 녹음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음악인들이 준 도움 ... 음반 제작으로 돌려주고파”

 

오디오가이는 지난해 문체부 지정 예비사회적기업이 됐다. 2016년부터 경제적으로 힘든 예술가들을 위한 음반 제작지원 프로젝트인  ‘울림’이 계기가 됐다. 올해로 5년 차인 이 프로젝트는 지금까지 약 20여 명의 음악인들이 거쳐갔다. 올해의 경우 코로나 19로 힘든 상황을 고려해 두 차례 진행했고 LP도 제작했다.

 

울림프로젝트로 발매된 이재하의 거문고 산조 음반

울림 프로젝트는 음악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싶지만 경제적인 여건 때문에 음반 작업을 하지 못하는 예술가들에게 오디오가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녹음 마스터링을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보통 음반 하나가 나오기까지 약 100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듭니다. 그동안 회사를 운영하면서 많은 아티스트들과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번에는 제가 가진 기술과 공간, 인력 나눔을 통해 예술가들의 창작활동을 돕겠다는 뜻이죠.”

 

울림프로젝트는 한국에서의 활동을 포기하고 다시 고국으로 돌아가려던 네덜란드 음악가 부부의 재기를 도왔고 2018년에 발간된 이재하의 거문고산조 음반은 KBS 국악 대상을 차지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들이 나타나고 있다.

최 대표는 “울림 프로젝트 대상자 선정 기준은 기관에 소속되지 않은 아티스트들이 우선시된다”라고 설명했다. 이른바 4대 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프리랜서 음악인들로 음반을 낸 경험이 없는 음악인들이다.

 

음악인들은 그야말로 음악 말고는 세상물정에 어둡습니다. 음반 발매 과정을 경험하게 하고 간단한 홍보 기술도 알려드리고 있어요.”

 

사회적 경제 틀안에서 더 큰 꿈을 그리다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 자리잡은 오디오가이 스튜디오/사진=백선기

최정훈 오디오가이 대표의 지난 30여 년은 그야말로 음악에 미친 인생이었다. 고교시절부터 새벽 3시 반에 신문을 배달하고 4시 반 우유배달 그리고 방과 후에는 갈빗집 철판 닦기, 닭꼬치집, 솥밥집 등에서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다. 그렇게 모은 돈 1000만 원으로 집에 20평짜리 녹음실을 마련했고 어느 날 서점에서 읽은 음악 잡지에서 컴퓨터 음악의 세계를 접하곤 푹 빠져 오늘날 오디오가이 설립에 밑거름이 됐다. 

오디오가이가 자체적으로 제작한 레이블은 130여 장이 넘는다. 하지만 아쉽게도 아직 ‘대박’난 것은 없다. 

 

오디오가이가 만든 다양한 음반들 /사진=백선기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음악에서 중요한 건 독창성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실험적이고 어려운 비주류 음악들을 많이 제작했어요. 현대음악도 있고 그래서 흔한 말로 ‘대박’난 게 없나 봅니다.(웃음)”

 

실력파 록가수 하현우(오른쪽)도 오디오가이에서 음반을 녹음했다. /사진=백선기

그는 “사회적 경제를 알기 이전에는 그저 좋은 음반을 만드는 데만 몰두했다”면서 “지금은 이렇게 만들어진 음반들이 어떤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 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신촌세브란스병원 은명대강당에서 펼쳐진 '선율프로젝트'. 오디오가이는 음악회를 통해 코로나19와 맞서 싸우는 의료진들을 위로하고 환자,보호자들을 응원했다.

최 대표는 "음악은 문화예술 분야가 다 그러하듯이 양극화가 아주 심하다"면서 "겉으로는 화려해 보여도 본인들의 음악을 대중들에게 표현할 수 있는 기회는 단 소수의 스타플레이어들에게만 허락된다"고 말했다. 그는 "오랜시간 진실된 마음으로 음악과 함께 일생을 보낸 수많은 아티스트들의 삶과 예술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하는 것이 오디오가이의 미션이다"라고 덧붙였다. 

 

오디오가이가 녹음한 한국 포크록의 대부 한대수 음반(왼쪽)/사진=백선기

 

음악은 단시간에 장애인이나 고령층, 다문화 등 소외계층의 삶을 변화시키는 것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중학교 때 라디오 음악방송에 흘러나온 재즈곡이 너무 좋아 음악가에 길로 들어선 것처럼 좋은 음악은 누군가의 인생에 영향을 끼치고  때론 위로와 용기를 주는 훌륭한 도구가 아닐까요?”

사진제공= 오디오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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