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학양 (재)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사무총장이 이달 13일 <이로운넷> 창사 12주년 인터뷰를 위해 서울 사직로 본사를 방문했다. 박 총장은 신용보증기금(신보)에서 약 30여년을 재직한 금융 전문가다. 사회적금융에 대한 인식이 없던 지난 2012년 신보 내에 ‘사회적기업 신용보증제도’를 만드는 등 초창기 사회적경제기업에 자금 조달을 도왔다. 그는 지난 2019년 1월 연대기금 설립부터 현재까지 사무총장을 맡으며 재단의 성공적 출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본지는 박 총장에게 코로나19 위기와 한국판 뉴딜 정책 등을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풀기위한 사회적금융의 역할 등을 들었다. 

“사회적 금융은 민간 중심으로 작동이 되어야 합니다. 정책 금융으로만 남아있게 되면 미래가 불투명할 수 있습니다. 정치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점차 정책에 대한 의존을 줄이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박 총장이 몸을 몸을 담고 있는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이 출범한지 약 1년 8개월 지났다. 연대기금은 정부의 사회적금융 활성화방안의 일환으로 민관 협력을 통해 설립되는 도매기금을 운영한다. 출연기관, 지자체, 상호금융기관을 포함한 여러 파트너와 협력하며 사회적금융 생태계 조성에 힘쓰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의 사회적금융이 초기단계라 정부의 역할에 기대하는 것이 많지만, 사회적 금융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려면 민간의 역량을 높이도록 체계적으로 준비해야한다”며 연대기금의 운영 철학을 말했다. 

“사회적경제기업에 대출을 주기 위해 평가를 하는데, 기존 금융권의 평가 체계를 활용합니다. 하지만 이 기준으로는 사회적경제 주체들은 돈을 구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다보니 민간 주도의 사회적금융이 생태계를 형성하지 못한 것입니다.”

박 총장은 사회적가치에 대한 평가를 담은 신용 평가 시스템이 수년 전부터 개발되고 있어, 머지 않아 ‘사회적가치가 높은 기업이 좋은 기업’라는 신용평가를 받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평가 데이터가 쌓이면, 사회적금융의 전환기가 온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박 총장은 "최근에는 기업들은 사회적가치에 관심을 갖는 분위기다. 이런 분위기가 이어지다 보면 사회가치 평가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것이고, 사용하는 기관이 많아질 것"이라며 "자연스럽게 그동안 써왔던 신용평가시스템 내에 일부분이 탑재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박 총장과의 일문일답.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이 출범한지 약 1년 8개월 지났다. 박학양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총장은 "사회적 금융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려면 민간의 역량을 높이도록 체계적으로 준비해야한다"고 말했다./사진=진재성 기자

Q. 연대기금의 그동안의 역할과 성과는?

- 그동안 사회적경제 분야는 대표적인 금융 소외지역이었다. 돈이 되는 쪽으로만 몰리는 금융의 특성 때문이다. 소위 돈이 안되는 사회적경제는 금융 결핍의 시대를 살았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서 사회적경제기업의 수가 늘었고, 연대기금도 출범했다.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해 직·간접적으로 다양한 금융조달 채널이 필요하다. 연대기금이 시장채널, 직접 금융 채널, 프로젝트 채널 등에서 여러 자금 조달 경로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출범 초기 기대 때문인지 현장에서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있긴 하지만, 나름대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Q. 현 정부의 사회적금융 활성화 방안이 ‘중앙정부의 지원 정책에 의존하는 방식’이라는 시선도 있는데.

- 중앙정부 주도는 맞다. 하지만 정부의 사회적금융 활성화 방안 대책을 살표 보면 3가지 축이 있다. ▲연대기금 설립 해 민관 도매기금 형성 ▲사회적금융 공급 확대 ▲사회적금융 확충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 등이다.

특히 사회적금융 공급의 양은 정부에서 하다보니 정책자금 중심으로 설계가 되어있다. 중앙정부 중심으로 정책, 금융, 신용보증 등이 이뤄지다 보니 민간의 자조금융이 주춤하다. 그런 것에 대해서는 생태계를 복원 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오는 9월에는 사회적경제 분야의 공동의 목소리를 내기위해 24개 관련단체가 뜻을 모아 사회적금융 포럼을 출범한다. 사회적금융포럼은 사회적기업·사회혁신 기업에 자금을 공급해 사회적가치를 실현하려는 사회적금융 기관들의 협력 네트워크로, 출범이후 정부 정책제안, 입법활동 등에 사회적경제 공동의 목소리를 낼 예정이다.

Q. 코로나19 이후 사회적금융 분야에서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그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는가.

-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설문 조사 결과를 보니 코로나19로 직접 타격을 받은 사회적경제기업이 많았다. 이들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급하게 사회적금융 중개기관과 관련 기업과 논의해 재난연대기금 4억원 정도를 조성했다. 조성한 기금은 월세를 내지못해 문을 닫는 등 긴급한 상황에 놓인 27개 사회적경제기업에 2억5천만원 정도를 긴급자금으로 지원했다. ‘목숨부터 살리고 보자’는 긴급함이었다.

그 과정에서 사회적경제기업들도 소위 긴급 구제자금을 상시적으로 조사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원이 워낙 다급하게 진행되다보니 긴급지원이 필요한 기업에 제대로 전달됐는지에 대한 고민이 들었다. 앞으로 긴급구호를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추가로 고민해 내년 사회적금융에 구제금융을 조성해 보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Q. 지역의 사회적금융을 강화하기 위한 연대기금의 노력이 궁금하다. 특히 중개기관 육성 등에 초점을 맞췄는데.

- 민간의 사회적금융 중개기관은 서울·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서울·수도권 시장이 크다 보니 밀집해 있는 것이다.

지역에서는 시장 규모가 작아 금융업으로 비용을 충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각 권역별로 묶어 대표성을 갖는 사회적금융 기관을 만들어야 한다. 지역의 대표성을 띄는 중개기관을 통해 사회적경제기업이 규모화 되면 자생력을 가질 수 있다. 

연대기금도 지역에 금융기관이 만들어지는 것을 도우려 한다. 최근에는 지역의 사회적금융 중개기관을 만들기 위해 여러 지역과 협의하는 중이다. 현재 가시화 된 지역은 경남과 전북이다. 두 곳은 지역의 사회적경제기업들이 자조기금을 조성했고, 이것을 기반으로 한 매칭 자금으로 해보려는 움직임이 있다.

지역에 금융기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전문성과 지역 금융기관이 가져야 할 인프라와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전문직 연수나 시스템 구축에 대한 지원과 컨설팅이 요구된다.

연대기금은 지역 금융 중개기관을 지원하기 위해 전체심사기법, 자산관리 등을 컨설팅한다.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중개기관에는 실제 사례, 사후관리방법 등을 알려주고, 중개기관 형태(사단법인·협동조합·주식회사·사회적협동조합 등)도 합의한다. 그러면서 지역 특성에 맞는 방식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Q. 최근 정부가 한국판 뉴딜 정책을 발표했다. 한국판 뉴딜 정책을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풀어가기 위해 어떤 금융 수단(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 한국판 뉴딜은 코로나19로 시작됐다. 코로나19로 가장 많은 타격을 받은 소상공인, 자영업자가 폐업하면 특수고용 시장으로 나오는데, 이들을 위한 안전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존 산업이 와해되면서 발생하는 문제는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예를들어 그린뉴딜의 경우 신재생 에너지 등 환경분야에 주민이 참여하는 방식의 뉴딜이 돼야 수익이 민간으로 공유된다. 그래야만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

디지털 뉴딜은 사회적경제가 사회혁신 기술을 통한 사회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높다. 사회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며, 이를 뒷받침 할만한 금융이 있어야 한다. 때문에 디지털 뉴딜의 사회혁신 기술을 위해 사회적금융이 어떻게 역할을 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

이를위해 연대기금은 내년도 사업을 추진하는데 환경, 안전, 지역에 역점을 두고 해당 분야의 기업의 내실화 및 규모화에 집중할 계획이다. 친환경, 스마트 시티, 바이오 헬스케어, ICT 등 혁신 기술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초기 스타트업에 중점적으로 투자하는 사회혁신기술펀드에 기술기반 사회적경제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를통해 수익을 올리고, 성공하는 사례를 만들려는 생각이다.

관련기사 혁신 기술로 사회 문제 해결할 ‘사회혁신기술펀드’ 1호 조성

사회적경제기업의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역할의 결과가 국민에게 돌아올 수 있는 방식으로 설계돼야 한다. 연대기금도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연대기금은 향후 사회적경제 발전을 위해 사회적경제 3법이 국회에 잘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을 제1과제라고 설명했다./사진=진재성 기자

Q. 연대기금이 사회적경제 발전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할 것인가.

- 사회적경제 관련 법이 국회에서 잘 반영되도록 같이 노력하는게 첫 번째 과제다. 또 코로나19로 시작된 이슈에 대해 연대기금도 환경, 안전, 지역 분야에 대해 역점을 두고 지원할 계획도 있다. 사회적경제기업의 규모화, 그리고 지역에 있는 사회적경제 생태계가 제대로 육성될 수 있게 하고, 환경·안전·지역을 핵심으로 그 안의 사회적경제기업의 내실화를 위한 활동을 해나갈 생각이다.

추진을 계획하고 있는 몇가지 핵심사업을 소개하자면, 펀드를 조성해 순조롭게 지원하고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공제조합도 전략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것이다. 또 뉴노멀 시대에 사회적경제 시장이 커지려면 새롭게 진입하기 위한 컨설팅이 필요하다. 이를위해 엑셀러레이터와 협력해 교육, 컨설팅, 창업 활성화를 위한 여건을 조성할 계획이다. 아울러 사회적금융 참여기관 간 공통의제를 갖고 24개 단체와 뜻을 모아 사회적금융포럼을 출범할 계획도 갖고 있다.

연대기금이 설립된지 얼마 안되다 보니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년부터는 설립할때의 비전이 아닌 현장에 자리잡아 새로운 비전과 전략을 수립해 반영할 계획이다.

사회적금융은 제도권 밖에 있는 금융 시장이다. 민간은 못하지만 사회적경제는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겠다. 민간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금융 프로그램을 사회적금융에서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고 업종·지역별로 연합해 민간에서도 시도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 수 있었으면 한다.

*박학양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사무총장이 걸어온 길

[약력]
-신용보증기금 상임이사(2015)
-(現)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사무총장/상임이사(2019)
-(現) 경기도 사회적경제위원회 위원(2019)
[포상]
-국무총리 표창: 사회적경제 활성화 유공(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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