쟤 이름은 윙크야. 내가 맡을 때부터 눈 한쪽이 없었어. 항상 윙크를 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윙크라고 이름을 지어줬지
"윙크, 꾸꾸, 단비, 노을, 두부..."
박정수 아지네마을 소장에게 개 이름을 묻자 각 개의 이름과 스토리를 술술 풀었다. 보호하고 있는 유기견이 200마리가 넘는데도 막힘이 없다. 200마리의 유기견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유기견은 사설 유기견 보호소 ‘아지네마을’을 시작하는 계기를 만들어준 ‘업’이다.
'업'과의 만남, 아지네마을의 시작
박 소장은 약 10년 전 봄을 만났다. 서울에서 생활을 정리한 뒤 인천의 전원주택으로 내려왔을 때였다.
“우연히 산속 건물에 묶여있는 업이를 만났어. 주인은 있었는데, 진드기, 개미가 득실대는 곳에서 강아지를 키우더라고, 내가 밥도 주고 했었는데 주인이 보신탕집에 판다고 하는 거야. 그래서 절대 안 된다고 했지. 그럼 돈 내고 사가라고 하더라고. 결국, 50만원 주고 업이를 데려왔지, 알고 보니 그 사람은 유기견을 주워다 키워서 팔아먹는 일은 반복하는 사람이었더라고”
업이를 키울 상황이 되지 않았던 박 소장은 다시 사비를 들여 업이를 보호소에 맡겼다. 처음에는 별문제가 없었지만, 업이가 새끼 10마리를 낳으면서 보호소에 더 이상 업이와 새끼를 맡길 수 없게 됐다. 박 소장은 직접 유기견을 맡기 시작했다. 처음 자리를 잡은 곳은 인천 서구였다. 땅을 빌려서 견사를 만들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박 소장이 유기견을 보살펴준다는 소식이 퍼졌고, 강아지를 유기하는 사람들이 급속도로 늘어났다. 그곳은 자연스럽게 유기견 보호소가 됐다.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유기견호보소
인천에서 10년 동안 보호소를 운영했지만, 그 자리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임대를 받은 땅은 농수로였고, 개가 짖는 소리 때문에 인근 주민들의 불만도 많았다. 결국 2018년 8월 현재 아지네마을이 위치한 김포로 왔다. 인천에 있을 당시 100마리 수준이었던 유기견도 함께 늘어 현재는 200마리에 달하는 유기견을 보호하고 있다.
아지네마을은 어렵게 김포에 자리를 잡았지만, 곧 이곳을 떠나야한다. 올해 4월 임대 계약이 만료 됐기 때문이다. 박 소장은 소셜벤처 파뮬러스, 건국대학교 유기동물 봉사 동아리 쿠니멀과 함께 보호소 이전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진행된 와디즈 ‘터치’ 펀딩을 통해 약 5500만원을 모금했다. 2차 펀딩도 준비 중이다.
이번 펀딩은 후드티를 리워드로 1억원 모금을 목포로 한다. 박경렬 파뮬러스 매니저는 “들어간 비용을 제외하면 약 3000만원 정도가 모인 상태”라며 “이전에는 약 2억원의 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더 많은 성원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돈 부족해도 안락사 안돼...입양은 까다롭게
이전 비용도 문제지만, 당장 시설 운영비도 만만치 않다. 한 달에 1200만원~1300만원에 달하는 운영비가 필요하다. 아지네마을은 안락사를 하지 않아 정부의 지원도 받을 수 없다. 박 소장 개인의 힘으로는 운영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박 소장은 이미 시설 운영 초창기 5년 동안에만 사비 10억원을 사용했다. 빚도 상당하다. 박 소장은 “동물병원에서 50% 할인을 해주는데도 작년 1년 동안 병원비만 2천~3천만원 정도가 들었다”며 “그 돈을 아직 3분의 1도 갚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개인이 가지고 있는 빚도 있다. 아지네마을에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운영비를 줄이려면 유기견 수를 줄여야하지만, 박 소장은 안락사를 전혀 고려 하지 않는다. 반드시 우리나라에서 안락사를 중단 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안락사에 금지에 많은 관심을 가져 달라고 호소했다. 최근 보성군이 관리하는 동물보호소에서 일어난 불법 안락사 논란을 이야기하면서는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그 소식을 들었을 때는 마음이 너무 아파 눈물이 다 나왔다”며 “그 생각을 하면 너무 힘들고 쓰러질 것만 같았다. 나는 할 수 있는 게 많이 없으니, 많은 사람이 이 일에 관심을 가지고 도와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그는 유기견을 입양 보내는 일에도 철저하다. 아지네마을에서 유기견을 입양받기 위해서는 적어도 7~8회의 봉사를 와야한다. 주인이 될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입양을 보내도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한 절차 중 하나다. 같은 이유로 집에 어린아이는 없는지, 모든 가족이 입양에 동의했는지, 개를 키울만한 환경이 조성 돼 있는지 등 가정환경도 살핀다. 입양 후에도 일정한 주기로 입양된 개의 사진을 받아 이상유무를 확인한다.
그는 “처음에는 불안한 마음에 입양을 잘 안 보냈다”면서 “그런데 입양을 보내도 가족 중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 있다며 다시 파양한 경우도 있었다. 이런 경험을 통해 제대로 된 곳에 애들을 보내자는 생각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에는 입양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바뀌었다 적은 인력이 많은 유기견을 관리해야 하는 특성상 많은 신경을 써주지 못하는 아쉬움이 남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에는 입양을 통해 가정에서 더 사랑받고 산책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 표창..."명예로 산다"
유기견을 품고 있는다고 능사는 아니다. 환경이 중요하다. 박 소장도 이런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여건상 한계는 분명하지만, 최대한의 노력을 다한다. 아지네마을 곳곳에서 노력의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청결이다. 200마리가 넘는 유기견 대부분이 마치 주인에게 잘 관리받은 듯한 모습이었다. 아지네마을 관계자에 따르면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목욕을 시켜주고 털도 주기적으로 관리한다고 한다. 박경렬 매니저도 “여러 유기견 보호소를 지원하고 있는데 아지네마을은 그중에서도 상태가 굉장히 좋은 편에 속한다”고 귀띔했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아지네마을은 정부로부터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박 소장이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표창이 그 증거다. 박 소장은 2018년, 안락사 없는 유기견 보호소를 운영해 사회에 공헌한 공로를 인정받아 표창을 수상했다. 그는 “이건 국민이 추천하고 나라가 검증해 주는 상으로 표창 수상은 굉장히 명예로운 일”이라며 “나는 돈보다, 명예와 존경심을 받고 살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