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경기 전 특별한 시구와 시타가 준비됐습니다. 이분들 덕분에 대구가 코로나19를 물리쳐서 이렇게 프로야구도 재개되고 우리나라도 버틸 수 있었습니다.”

지난 11일 2020 KBO리그 ‘삼성-두산 10차전’이 열린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는 특별한 손님 2명을 소개하는 방송이 울려 퍼졌다. 김성아 사회적기업 공감씨즈 공동대표, 조기현 다울건설협동조합 대표가 각각 시구자와 시타자로 등장했다. 

지난 11일 2020 KBO리그 ‘삼성-두산 10차전’에서 시구하는 김성아 공감씨즈 공동대표의 모습./사진제공=공감씨즈

대구 사회적경제 기업 대표들이 시구?시타자로 나선 건 삼성라이온즈 후원사인 DGB대구은행의 초청에서 시작됐다. 두 기업은 대구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가팔랐던 당시 의료진에게 무료로 숙소를 내놓고, 노숙인에게 도시락을 건네며 나눔의 정신을 보여줬다. 

이날 시구에 나선 김성아 공감씨즈 대표는 지난 2월 말부터 4월 중순까지 대구로 달려온 의료진을 위해 자신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를 내놓았다. 게스트하우스 2곳의 15개 방을 총 50일간 546박이나 제공했다. 시타에 참여한 조기현 다울건설협동조합 대표 역시 비슷한 시기, 코로나 여파로 무료 급식을 받지 못하는 노숙인 120여 명에게 도시락과 마스크를 나눴다.

행사 다음 날인 12일 전화로 인터뷰한 김 대표는 “연습할 때는 공을 더 잘 던졌는데, 실전은 많이 다르더라. 아쉬움이 좀 남는다”면서 “남편이 제 시구를 보고 ‘분노의 패대기’라는 이름을 붙여줘서 한참을 웃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삼성라이온즈에서 선물한 유니폼에는 이름 대신 '공감씨즈'라는 기업명을 새겼다. 대구에서 활동하는 사회적기업 공감씨즈는 '공감게스트하우스'와 '공감씨즈투어' 등을 운영한다./사진제공=공감씨즈

김 대표는 “시구자로 초청을 받고나서 부담이 컸지만, 저 같은 중년 여성도 공을 잘 던질 수 있다는 것, 나이 든 아줌마도 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지인들이 멋지게 던져보라고 ‘아이돌 시구 영상’을 많이 보내줘서 봤는데, ‘절대 저렇게 던지지 말아야지’라면서 참고한 지난 7월 선동열 전 선수의 패대기 시구처럼 돼버렸다”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삼성라이온즈 측에서 시구자에게 선물한 기념 유니폼에는 허영철 공동대표가 추천한 오승환 선수의 등 번호 ‘21’과 ‘공감씨즈’라는 이름을 새겼다. 김 대표는 “내 이름보다는 공감씨즈를 더 알리고 싶었는데, 조기현 대표님도 유니폼에 ‘마을목수’라고 새긴 걸 보고 사회적경제 기업 대표들의 마음은 다 똑같다는 걸 느꼈다”라고 이야기했다.

대구 사회적경제 기업을 알리기 위해 공감씨즈와 컨소시엄을 맺은 ‘문화콘텐츠생산자협동조합(ETC)’이 생산한 노란색 운동화를 신고 나오기도 했다. ETC가 향촌동 수제화 골목에서 생산한 신발 샘플을 ‘협찬’받은 것이다. 김 대표는 “혹시라도 ‘어머 저 노란 신발 예쁘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유니폼부터 신발까지 온몸으로 열심히 홍보했다”라고 말했다.

김성아 공감씨즈 대표(오른쪽)는 대구 사회적경제 홍보를 위해 ‘문화콘텐츠생산자협동조합(ETC)’이 만든 노란 운동화를 신고 시구에 참여했다./사진제공=공감씨즈

바이러스 극복을 위해 나눔 활동을 펼쳤지만, 사실 대구 사회적경제 분야 역시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김 대표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공감씨즈 본점에는 3달간 숙박객이 전무했고, 지난해에 비하면 10분의 1로 손님이 거의 없는 수준이다. 지금도 여행객보다는 출장객 위주로 아주 조금씩 회복 중이다”라며 우려감을 드러냈다. 최근에는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같은 지역 기관과 협업해 ‘청년 귀환 프로젝트’에 공간을 제공하는 등 재기에 나섰다.

전국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대구 지역은 12일 기준, 40일째 신규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희생하고 헌신한 의료진과 시민들 덕분이다. 삼성라이온즈와 DGB대구은행은 코로나19 사태 속 고군분투한 의료?보건?소방 관계자들을 위해 ‘DGB 덕분에 ZONE’을 만들어 이달 11일부터 잔여 정규 시즌까지 매 경기에 100석씩을 무료 제공하고, 의료진?자원봉사자 등 ‘코로나 의병’을 시구?시타자로 초대해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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