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30일 통계청이 공개한 ‘2019년 생활시간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 평균 출퇴근 시간은 하루 1시간 31분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출퇴근 시간인 28분에 비해 약 3배에 달하는 수치다. 선진국과 비교해 한국의 출퇴근 시간 낭비 문제가 심각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통계청의 발표가 있던 날, ‘로켓펀치’와 ‘엔스파이어’(합병 기업명 ‘알리콘’)는 출퇴근 시간 낭비 문제를 해결할 대안을 제시해 SK 임팩트 유니콘으로 선정 됐다. 출퇴근 시간 낭비라는 사회적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이들은 도보 15분 안으로 출퇴근 가능한 ‘집 근처 사무실’을 표방하는 공유오피스 ‘집무실(執務室)’을 통해 문제를 하겠다고 나섰다.

로켓펀치-엔스파이어는 SK 임팩트 유니콘에 선정된 후 4일만인 8월 3일, 시청역 인근 덕수궁 돌담길 옆에 위치한 집무실 1호점 정동본점을 열었다. 다른 임팩트 유니콘에 비해 빠르게 사업화가 진행된 편이다. 여기에는 대표들의 남다른 추진력이 큰 역할을 했다. 

집무실 사업을 준비하기 전까지 접점이 없었던 로켓펀치와 엔스파이어는 집무실 사업을 기점으로 합병을 결정했다. 그만큼 집무실의 사업성에 대한 확신이 강했다. 합병에 따른 상승효과도 크다고 분석했다.

김성민 집무실 대표가 워크모듈의 3가지 유형 중 하나인 네스트에 앉아있다.
워크모듈은 총 3가지 유형으로 제작됐다. 개방형인 '네스트', 감성형 '하이브', 집중형 '케이브'다. 후자로 갈수록 구조가 폐쇄적이다.

김성민 집무실 대표는 “엔스파이어의 브랜딩, 공간기획 능력이 로켓펀치의 온라인 비즈니스 네트워킹 서비스, 재택근무 노하우 합쳐진다면 큰 시너지가 생길 것으로 봤다”며 “집무실 사업을 위해 협업을 넘어 합병을 결의하고 실제 사업화까지 진행해 나가는 강한 의지와 추진력을 보인 것이 SK 임팩트 유니콘에 선정되는데도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집무실은 쾌적한 업무 환경 조성을 최우선으로 두고 있지만, 사업이 확장되면 비즈니스 네트워킹의 장으로서 역할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집무실 회원은 로켓펀치 앱에 가입하고 개인 프로필 공개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집무실 회원 간에는 업무상 필요에 따라, 교류, 협업이 가능하다. 또한 앞으로 로켓펀치 뿐 아니라 직장인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회원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합리적으로 제공하는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할 예정이다. 

이런 서비스 제휴를 위해서는 규모가 중요하다. 제휴사는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큰 규모의 고객군에 좋은 조건을 제시한다. 정형석 엔스파이어 대표도 규모의 확장을 강조했다. 그는 “1년 내에 100호점·8000석에 달하는 오프라인 망을 구축하고, 장기적으로 이들을 적극 활용해 부가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정형석 대표는 뉴욕 파슨스 제품디자인을 졸업했다.

정 대표가 제시한 ‘1년 동안 100호점’이라는 목표는 업계 현황을 고려할 때 현실성이 높은 목표는 아니지만, 근거없는 자신감은 아니다. 수요만 있다면, 가능하다. 집무실의 기획부터 구성, 활용 등 전반에 걸쳐 효율성을 고려한 덕분이다. 우선 집무실은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이 짧은데, 실제 정동본점 건물을 리모델링하고 서비스를 시작하기까지 단 2주가 걸렸다. 

김 대표는 “각 지점이 열기까지 최소 2주에서 최대 한달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이는 기본 공간 구성에 들이는 비용과 시간을 줄이고 자체 개발한 워크모듈을 활용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워크모듈은 집무실의 핵심이다. 개인의 성향에 맞춰 제작한 3가지 유형의 워크모듈을 통해 적절한 업무 환경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공간 조성에 드는 비용과 시간을 줄였다. 다른 공유오피스 기업과 비교해 면적대비 투입 비용이 낮은 편이다. 또한 워크모듈은 지점의 수요에 따라 이동할 수 있도록 제작 돼 상황에 따른 효율적인 활용이 가능하다. 집무실이 주거 지역에 위치해 중심 업무 지구보다 임대료가 저렴한 것도 강점이다. 이런 요소들을 바탕으로 소비자에게도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가 제공한다.

아직 조정해야 할 세부 사항도 남아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항이 ‘보안’이다. 공유오피스는 여러 기업의 직원이 한 곳에 모여 해킹에 대한 우려도 크다. 같은 네트워크망을 이용할 경우 해킹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이에 집무실은 회원제를 통해 외부 인원의 네트워크 사용을 엄격히 제한하고, 방화벽 사용, 개인 간 네트워크 접촉 차단 등 다양한 방안을 마련 중이다. 보안 담당자는 “개인 간 네트워크 접촉을 차단해 보안측면에서는 회원 개개인이 개별 회사처럼 존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자신했다.

집무실 정동본점 내부 모습.

이외에도 사용일 수에 따른 회원권 가격 및 공동사용여부, 집무실 내 에티켓, 각 지점간 프리패스제도, 회의실 공간 구성 방안 등도 조정해야 한다. 김 대표은 이런 사항은 사업을 진행하며 조정할 수 밖에 없는 점이 있다면서도, 회사 차원에서 이런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앞으로 사업을 진행하면서 고객의 반응을 살피고, 변수에 대응할 계획이지만, 사실 미리 준비한 부분도 많다. 예를 들어 화상회의 등의 경우 발생할 소음에 대비해서는 워크모듈에 흡음소재를 사용했고, 직접 화상회의를 해보는 등의 테스트를 진행했다. 또한 집무실 내의 분위기를 독서실보다는 활동적이고, 카페보다는 차분할 수 있도록 인테리어, 마스코트 등 디자인적인 요소를 활용했다”

집무실 정동본점은 카페같은 분위기를 내면서도 차분한 느낌이 드는 공간이다. 전반적으로 디자인에 많은 공을 들인 티가 난다. 집무실의 사전적 의미는 ‘높은 지위의 사람들이 쓰는 사무공간’인데 김 대표는 이런 집무실을 모두와 나누고 싶었다고 한다.
 
“이번 사업을 생각하면서, 집무실이라는 말이 가진 의미가 브랜드로서는 좋다고 판단했다. 동시에 높은 사람만 좋은 곳에서 일하는 게 아니라, 모두가 집무실처럼 좋은 공간에서 일하면 행복하겠다고 생각했다. 많은 이들이 이곳에서 고귀한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