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속 비대면 시대가 빠르게 도래하고 있다. 대면접촉으로 인한 감염위험이 고조됐기 떄문이다. 비대면으로의 전환은 고도로 발달한 기술과 빠른 인터넷망 덕에 예상외로 수월하게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사람이 직접 사람을 보살피는 ‘돌봄’의 경우 비대면 체제 도입이 쉽지만은 않다. 올바른 비대면 돌봄 정착을 위해 무엇이 중요한지 묻기 위해 美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The Universty of North Carolina at Charlotte) 사회복지학과 이은경(Othelia Lee) 교수를 지난달 28일 은평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이은경 교수는 노년학 전문가로, 노인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는 방안을 연구한다. 정신건강, 지역 사회 참여, 명상, 노인학 등에 대한 53개의 논문을 발간했다.
이 교수는 “노인대상 돌봄에서 핵심은 정서적 교감”이라며 “정서적 교감 기능을 갖춘 비대면 돌봄 확대를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학을 맞아 한국에 잠시 돌아온 그는 비대면 돌봄 스마트 로봇 ‘부모사랑 효돌’ 관련 연구를 준비하고 있다.
부모사랑 효돌은 스튜디오 크로스컬쳐(대표 김지희)에서 만든 스마트 로봇으로 4G망이 깔려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작동한다. 손주같이 귀여운 외모의 효돌이는 이용자와 간단한 대화도 가능해 정서적 교감 기능을 갖췄다. 또한 전용 어플리케이션을 통한 ‘비대면 다중돌봄 시스템’도 구현했다.
성공회대 남일성 교수는 최근 ‘효돌이가 노인의 우울척도 및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논문은 오는 9월 발표 예정이다. 이 교수는 이 연구에 함께 참여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도 관련 논문을 발간할 계획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미국 복지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하며 노인에게 필요한 돌봄 시스템은 무엇인지에 대해 말했다. 이 교수는 먼저 코로나19 사태 속 미국은 아비규환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미국은 전반적으로 예방 차원의 인프라가 현저히 부족함을 느꼈다”며 “인공호흡기가 부족해 포드 등 자동차 회사가 대신 만들기도 했고, 마스크는 구할 엄두조차 낼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코로나19 등 전염병이 노인 등 취약계층에게 더 위험함을 목격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6월 29일 뉴욕타임즈 보도에 따르면, 미국 요양원과 장기요양시설에서 최소 5만4000명이 코로나19로 사망했다. 이는 분석 당시 미국 전체 코로나19 사망자의 43%에 이르는 수치다.
미국 각 주는 현재 요양원 및 장기요양시설에서 감염문제가 떠오르자 대면 면회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 이 교수는 “면회 금지가 길어지면서 치매와 같은 중증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분들이 고립된 채 건강이 더 악화될까 걱정”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봄 학기 수업을 전면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했다. 이처럼 미국 역시 비대면이 점차 일상의 영역으로 들어오고 있다. 그는 생활양식이 전반적으로 비대면 사회로 바뀌고 있어 소외계층인 독거노인 등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비대면 사회에서도 지켜져야 할 노인 돌봄의 핵심은 무엇일까? 이 교수는 “노인은 대체로 왕래가 잦지 않은 가족보다 이웃사촌에 더 친밀감을 느낀다”며 “꾸준한 정서적 교감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코로나19 등 감염병이 창궐할 때는 사람이 직접 그 역할을 담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이럴 때 꾸준한 정서적 교감이 가능한 챗봇·스마트 로봇이 돌봄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대표적 사례로 일본의 챗봇 파로(PARO)와 한국의 ‘부모사랑 효돌’을 거론했다.
그는 “가족이 있는 노인의 경우, 가족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매개체가 있으면 더욱 좋다고 생각한다”며 “이는 노인 대상 정보화교육을 통해서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로는 일본 산업기술종합연구소가 개발한 아기 하프물범 모양의 간호용 로봇으로 내장된 카메라로 사람의 얼굴을 인식해 의사소통을 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이 교수는 “챗봇 등 스마트 로봇이 말동무뿐만 아니라 취미생활, 산책 등을 돕는 등 기능적 요소까지 갖추면 금상첨화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은경 교수 약력
현 샬럿 노스 캐롤라이나 주립대(The Universty of North Carolina at Charlotte) 교수
미국 노인 학회(The Gerontological Society of America) 펠로우
콜럼비아대(Colombia University) 사회복지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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