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뉴딜에 대해 ‘비판도 좋지만 지금은 대안이 필요하다’라고 쓰는 순간, 나는 벌써 두렵다.

누군가 ‘어용’이라는 프레임에 나를 가둘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프레임이라는 것이 무서워서, 주장의 근거나 타당성을 따지기도 전에 말에 갇혀 편을 가르게 된다. 어쩌면 나의 주장은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할 것이다. 그래도 말과 글로 먹고사는 사람으로 내 주장을 기록하려 한다.

일단, K뉴딜에 대한 장식을 걷어내고, 재정(財政)의 관점에서 K뉴딜을 살피면,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앞으로 5년간 나랏돈 114조를 사용해서 코로나19의 충격으로부터 우리경제를 구출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정부는 코로나19 이전에 우리경제가 맞이한 저성장, 양극화 심화와 같은 근본적 문제들도 이번 기회에 잡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문제는 의제를 설정하고 정책을 결정하고 정책을 집행하는 과정에 대한 평가가 일치하는 경우는 드물고, 사람마다 의견이 분분하다는 것이다.

K뉴딜이라는 정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정부정책은 '뉴딜(NewDeal)'이 아니라 '헌딜'이라고 비판하며 처음부터 그리고 근본적으로 새로운 검토를 해야 한다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현재까지 정부정책이 이런 식으로 바뀔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K뉴딜이라는 이름으로 구획해 놓은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안전망 강화라는 범위 안에서 관료들이 제시한 28개 과제에 대해 재정이 투자되고 필요한 제도가 바뀌어 나갈 것이다.

한국판 뉴딜에 대한 비판도 필요하지만 지금은 제시된 K뉴딜의 과제들을 분석해 K뉴딜이 그린 뉴딜, 휴먼 뉴딜, 사회적 뉴딜이 될 수 있도록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주장한다. 비판도 필요하지만 지금은 제시된 K뉴딜의 28개 과제들을 분석해서 K뉴딜이 진정한 그린 뉴딜, 휴먼 뉴딜, 사회적 뉴딜이 될 수 있도록 대안을 제시하자는 것이다.

예를들어 그린 뉴딜의 8번째 과제로 제시된 ‘그린 리모델링’을 사회적경제 조직이 일자리 창출의 관점에서 햇빛발전과 결합하여, LH라는 공기업의 사회적가치 과제와 함께 수행 할 수 있도록 제안해 보자는 것이다. 물론, 처음부터 정책과 과제를 설계하는 테이블에 같이 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그렇게 되지 못했다.

그러나 일단 일의 효능감이라는 측면에서 지난 정부나 지난 국회에 비해 지금의 정부와 국회의 환경이 사회적경제에 유리하다. 사회적경제에 대해 우호적인 정부가 정책에 관여하고 있고, 21대 국회 역시 변화가 있다. 일단 K뉴딜을 통해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책과 제도개선 제안이 제시되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1%라도 개선된 것은 현실이다. 설사 이번 기회에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해도 열린 정책의 장에서 근거를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한 제안이 이번에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다음 대선과 총선에서 또 주장 할 수 있다.

나는 정책이라는 것이 결정 당시에는 그럴 듯 해 보이지만 시행 후 목표 달성에 실패할 가능성을 가지며, 정책을 생산하는 과정과 절차들이 인간행위를 제약하지만 개인 간 상호작용의 결과 제도가 변화할 수도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동시에 베버의 말처럼, 정책의 형성에서 대중과 정치인 대신에 자신들의 특권을 확장시키고 자 하는 정부 관리들에 의해 정책이 형성될 것이라는 사실에 주목한다. 더구나 관료가 어떤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해도 돌아오는 보상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실패했을 경우에 져야 할 책임의 무게를 생각하면 정책이라는 것이 혁신적이기는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기 만큼 어렵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정책형성 과정에 참여하는 다양한 이익집단의 영향력이라는 측면에서 근본적 사회변화를 바라는 세력이 가진 정책의제설정 능력이 크지 않다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1997년, 2008년에는 사회적경제가 굳이 존재를 증명할 주장을 할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구원투수처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등판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정부도 환경도 변했다. 이대로라면 114조는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해관계자에게 먼저 쓰여 질 것이다. 하여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코로나19가 쏘아올린 정책의 장에서 사회변화를 바라는 생각들을 모아 과제를 제안하고 변화를 요구했으면 좋겠다.

나는 이번 K뉴딜을 통해 우리사회가 연대와 협력의 정신에 기초하여 사람중심 경제로 전환하는 계기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적경제는 각각의 정책이 가지는 빈틈을 메우고 이어주는 아교와 거멀못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나는 지금은 K뉴딜, 비판도 좋지만 대안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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