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는 복지국가를 넘어 복지사회로 가야하는가? 복지국가(welfare state)는 국가에 의한 강제적이고 제도적 방식의 사회복지 공급을 의미한다면 복지사회(welfare society)는 공동체의 자발성과 참여를 중시하는 사회복지 접근을 의미한다. 필자의 생각은 국가복지를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공동체복지도 함께 확대되어야 한다고 본다. 특히 한국 사회서비스 영역은 private(私)이 강하고 public(公)이 중간 그리고 common(共)은 미약한 구조이므로 공공성(公共性)을 확대해야 한다. 전자의 예는 사회서비스원이라면 후자의 예는 사회적경제 활성화이다.

2007년 55개였던 (인증)사회적기업은 2020년 6월 현재 2518개로 양적 성장을 하였다. 사회적기업 외 자활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등을 포함하면 한국의 사회적경제는 비약적인 성장을 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청와대에 사회적경제 비서관이 신설되고 정부는 2017년 11월 사회적경제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는 등 사회적경제 생태계의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사회적경제 활성화 방안을 두고 국민적 관심을 이끈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는 반면에 무늬만 사회적경제인 조직을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와 정부가 사회적경제를 일자리정책으로 접근한다는 비판도 있다.

?사회적경제 활성화 방안의 추진전략은 지속가능한 생태계 조성을 위한 인프라 확충과 유망분야 진출확대를 통한 확산, 즉 집중지원이다. 이 가운데 사회서비스는 유망분야에 포함되어 있다. 사실 한국의 사회서비스 정책과 사회적경제 정책은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목적으로 펼쳐졌다. 즉, 1997년 경제위기로 양산된 실업문제를 일자리로 해결하기 위해 사회서비스를 복지와 고용의 연계개념으로 사용했으며, 이후 사회서비스 분야에서 전자바우처를 2007년 도입하면서 사회서비스 시장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였다. 한국사회에 사회적경제가 재등장한 것도 97년 경제위기이며, 공공일자리 및 사회적일자리에 대한 논의과정을 거쳐 2007년 사회적기업육성법이 발의되기도 했다.

최근 한국사회 사회서비스와 관련된 주목할 중앙정부 정책은 행정안전부의 주민자치형 공공서비스와 보건복지부의 지역사회 통합돌봄, 일명 커뮤니티케어 그리고 사회서비스분야 사회적경제육성지원사업이다. 지자체 정책으로는 서울시의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와 돌봄 SOS사업이다. 특히 주민자치형 공공서비스와 서울시 사업의 경우 ‘public’과 ‘common’의 사회서비스 확대를 기대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며 사회적경제 조직에게는 기회라고 볼 수 있다.

?지역사회 통합돌봄, 서울시 찾동 및 돌봄 SOS사업은 많이들 알고 있으므로 지면상의 이유로 행안부 주민자치형 공공서비스 구축사업과 복지부 사회서비스분야 사회적경제육성지원사업을 소개하고자 한다. 주민자치형 공공서비스는 국정과제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의 최종목적인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공동체 가치 회복을 목표로, 행정이 주민과 접촉하는 최일선인 읍면동을 주민생활 자치와 공동체 돌봄을 위해 혁신하려는 사업이다. 따라서 사업은 크게 주민자치와 찾아가는 보건복지서비스로 나눌 수 있다. 두 사업 모두 사회적경제와 관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찾아가는 보건복지서비스 사업에서는 아직 사회적경제에 대한 관심은 적은 반면에 주민자치 사업에서는 올해부터 시범적으로 주민자치회 사회적협동조합 설립과 관련된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한편, 사회서비스분야 사회적경제육성지원사업은 2019년 시작한 사업으로 작년에는 모델 개발, 올해부터 2022년까지는 모델 확대, 2023년부터는 모델 확산을 로드맵으로 갖고 있다. 추진목표는 지역 사회적경제조직을 통해 사회안전망 사각지대 해소 및 선도적 사회서비스(신사회서비스 분야)를 제공하고 2020년부터 지역공동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사회서비스분야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지원하는 것이다. 후자는 주민자치형 공공서비스 구축사업의 주민자치지원팀이 10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하는 컨설팅사업과 유사하다. 사회서비스분야 사회적경제육성지원사업은 정말 잘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기존의 정부 혹은 기업이 사회적경제 지원방식은 개별 조직 혹은 개인에게 지원하는 방식이지만 이 사업은 컨소시엄으로 사업에 참여해야만 한다. 개별조직에게 지원하는 방식은 연대와 협력을 상쇄시키는 기능을 하는 것을 현장에서 너무나 많이 목격했다. 따라서 앞으로 사회적경제를 지원하는 방식은 함께 일을 하는 구조 즉, 프로젝트식 방식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변하길 바란다.

?정책위주로 이야기를 하니 독자들이 재미가 없을 것 같아서 내용을 바꾸고자 한다. 하나는 공공성에 관한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 사회적경제에 대한 이야기이다. 먼저 많은 사람들은 공공성하면 국가 혹은 국립을 생각한다. 특히 사회복지현장에서는 공공성하면 국가복지를 이야기한다. 그럼 국가역할이 확대되면 혹은 정부에 의한 사회서비스가 제공되면 공공성은 정말 담보되는가? 필자의 지도교수인 성균관대 홍경준 교수의 2017년 연구에 따르면, 2015년 중동 호흡기 증후군(MERS), 일명 메르스 사태 때 모 공공병원에서 동료 전문의들한테 환자를 받지 말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던 사례를 통해 공공가치론자인 보즈먼(Bozzeman, 2007)과 멀튼(Moulton, 2009)이 말했듯 공공성의 핵심은 가치와 규범이지 서비스의 속성이나 제공주체가 아니라고 하였다.

?여러 지면을 통해 주장했듯이 한국의 사회적경제 조직은 권력과 자본에 휘둘리고 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자원(돈)이 나오는 곳, 정부(지자체)나 기업에 사회적경제 조직(소셜벤처 포함)들이 줄을 서고 있다. 정부(지자체)는 사회적경제가 가지는 가치보다는 사회적경제를 통한 일자리창출을 중요시하고 대학도 마찬가지로 사회적경제의 철학보다는 사회적기업 창업에 열을 올린다. 이러는 동안 한국의 사회적경제는 시민성이 약화되었다. 어느 곳에서는 유토피아를 현실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추진한 정치가이자 사업가였던 협동조합의 선구자 로버트 오언의 사상에 대해 논하고, 한국의 사회운동가이자 원주 협동조합의 역사인 무위당 장일순 선생님을 이야기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숭실대 사회복지대학원은 사회적기업전공에서 사회적경제전공으로 명칭을 바꾸는 것을 추진 중이다.

                      오단이 교수

 

※이 글은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시민경제연구유닛에서 발행하는 '이슈브릿지(Issue Bridge)'에 게재되는 글입니다.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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