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도시락으로 돌봄 사각지대 챙겨요”
“따뜻한 도시락으로 돌봄 사각지대 챙겨요”
  • 이로운넷=박유진 기자
  • 승인 2020.07.3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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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시범사업 마치고 25개 자치구 확장하는 ‘우리동네 나눔반장’
식사지원서비스 맡는 관내 사회적경제기업, 음식 제조부터 배송까지 직접
“남는 장사 아니지만 지역 사회 돌봄 밥상 의지 ↑”
디자인=윤미소

고령사회로 들어서면서, 사회적경제조직이 돌봄서비스 제공 주체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지자체의 의지도 있는데, 그중에서도 서울은 ‘돌봄SOS센터’를 만들어 8대 돌봄 서비스를 제공했다.

주민주도 돌봄공동체 조성사업 ‘우리동네나눔반장’은 돌봄SOS센터의 세부 추진사항 중 하나다. 지역 내 사회적경제기업이 돌봄을 제공받지 못하는 시민들에게 이동·주거·식사 등 일상편의서비스 3가지를 제공한다. 2018년 ‘돌봄SOS센터 추진 기본계획’ 수립 시 사회적경제 영역의 역할과 참여 방법을 협의하고 모색하는 과정에서 기획됐다. 지난해 5개 자치구(성동, 노원, 은평, 마포, 강서)에서 지난 4~6월 선행 사업을, 7~12월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서울시는 올해 하반기, 우리동네나눔반장 사업단을 확대해 시행 자치구를 25개로 늘린다. 

가파른 언덕도 찾아가는 도시락 서비스

도시락 배달 대상자에게 직접 도시락을 전달해주며 안부를 묻는 초초씨.

“도시락 배달 왔어요! 2분 후에 나와주세요.”

마을무지개의 중국인 직원 ‘초초’씨가 도시락 배달을 가는 집에 전화한다. 몇 분 뒤 집 주변에 왔는데, 차가 올라가기 어려울 만큼 경사가 급하다. 언덕 아래 주차해두고, 도시락과 함께 걸어 올라갔다. 도시락을 받으러 나온 주민에게 초초씨는 “오삼불고기는 따뜻할 때 드셔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난 21일, 시범사업부터 식사지원서비스를 맡아 취약계층에 도시락을 배달하는 '마을무지개'를 찾았다. 마을무지개는 우리동네나눔반장 사업 일환으로 은평구를 담당하는 기업이다. 구청에서 발굴한 돌봄서비스 대상자 22명을 맡아 일주일에 인당 세 끼 도시락을 제공한다. 대상자 1명당 30일을 지원할 수 있다. 화요일과 토요일에 직접 배송하는데, 직원들은 오전 8시부터 나와 도시락에 넣을 음식을 요리해 10시부터 배달할 수 있게 한다.

전명순 마을무지개 대표는 처음 우리동네나눔반장 도시락 배달 사업을 맡기까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식당 운영을 오래 했고 케이터링도 해봤지만, 도시락 사업은 처음이다. 할 일은 갑자기 늘어나는데 지원 금액이 적어 이익을 많이 남기기도 어렵다.

“식당에 손님이 와서 먹는 것과 도시락을 배달하는 건 정말 달라요. 음식이 식거나 상하면 안 되고, 하나하나 포장해야 하니까요. 배송까지 알아서 해야 돼요.”

그럼에도 마을무지개가 식사지원서비스를 시작한 건 지역사회에서 돌봄 사각지대를 메운다는 가치에 공감해서다. 전 대표는 “어차피 음식 만드는 기업인데, 마을기업이자 사회적기업으로서 사회공헌 차원에서라도 하는 게 옳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에 은평구 사회적경제허브센터로부터 제안을 받았을 때 망설였는데, 오히려 직원들이 더 열정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마을무지개 직원들이 배송할 도시락 용기에 음식을 담고 있다.
마을무지개 직원들이 배송할 도시락 용기에 음식을 담고 있다.

현재 마을무지개 도시락은 영리 사업으로까지 확장했다. 지난달부터 서울혁신파크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배달비용까지 합친 가격 7000원에 도시락을 판매한다. 녹번상상허브에서도 요청이 들어와 7월부터 배달한다. 고민 끝에 받아들인 도시락 배달 사업이 판로 확장의 계기가 된 거다. 전 대표는 “아직 한 달 정도밖에 안 됐는데, 사업이 이미 본궤도에 진입한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요 맞춰 메뉴도 제각각

우리동네나눔반장 식사지원서비스에 참여하는 기업마다 도시락 특징이 다르다. 마을무지개는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온 결혼이주 여성들이 직원인 기업이라 팟타이, 나시고랭 같은 외국 음식도 만든다. 익숙하지는 않아도 맛있는 요리에 주민 반응이 좋다. 전 대표는 “외국음식을 찾아먹을 기회가 없는 분들이 많은데, 우리 도시락을 먹고 이름을 궁금해 하면서 요리법을 알려달라고도 한다”고 전했다.

대상자가 집에 없으면 연락을 남기고 도시락을 문고리에 걸어둔다. 사진=사랑의손맛 

노원구를 담당하는 ‘사랑의손맛’의 도시락 특징은 ‘저염·저당’이다. 백미선 대표는 “건강이 안 좋은 대상자들이 많아 메뉴 선정에 고민이 많았다”며 “만성 질환자가 많은 점을 고려해 자극적이지 않은 반찬을 만든다”고 말했다. 입맛을 당기는 음식도 중요하지만, 건강이 먼저라는 기준이다. 총 대상자 80명은 현장 돌봄 매니저의 의견을 반영해 3종류로 나눴다. 밥과 반찬을 모두 제공해야 하는 대상자 20명, 반찬만 제공하면 되는 대상자 60명, 죽만 섭취 가능한 대상자 10명.

신선하고 안전한 음식 배송을 위해 지키는 규칙도 있다. 날이 더운 6~9월에는 식단에서 계란, 나물, 두부를 뺀다. 상할 가능성이 커서다. 또한, 백 대표는 “보통 오후에 외부 일정이 있는 대상자들이 많아 최대한 오전 8시~11시 사이에 배송을 모두 완료한다”고 설명했다.

마포구 사회적협동조합 ‘문턱없는세상’은 하루 60명, 주로 인지장애 어르신에게 연하식(죽)을 공급 중이다. 친환경 유기농 재료를 쓰고 친환경 용기에 담는다. 고영란 상임이사는 “친환경 유기농이 아닌 일반 재료를 사용하는 곳은 도시락 대상자가 많아질수록 규모의 경제로 수지 균형을 맞추고 이익을 어느 정도 낼 수 있는데, 우리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문턱없는세상은 형편에 맞게 값을 내고 밥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식당 ‘문턱없는밥집’을 운영한다. 고 상임이사는 “남는 장사는 아니지만, 우리가 본래 하는 나눔 사업과 취지가 맞고 지속가능한 돌봄 네트워크를 강화하기 위해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돌봄SOS센터 서비스로 대상자를 지원할 수 있는 일수가 30일로 정해져 있어 돌봄이 끊기는 게 안타깝다"며 "다음 단계 복지 서비스가 하루빨리 개발돼 이들이 다시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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