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인의 의사소통방법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수화’라고 자신 있게 외친다면 당신은 청각장애를 잘 모른다. 청각장애인의 의사소통방법은 사람의 입모양을 보고 뜻을 이해하는 구화, 손을 이용한 수화, 직접 글을 쓰는 필담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그나마 세간에 알려진 수화통역서비스는 국가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지만, 구화 또는 필담으로 의사소통하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서비스는 없었다. 여기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문자통역서비스를 제공하는 에이유디 사회적협동조합(이하 에이유디)의 박원진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장애가 없었더라면 앉았을 자리에 앉을 수 있도록”
에이유디의 핵심 서비스는 문자통역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쉐어타이핑(일명 문자통역앱)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제공된다. 속기사(문자통역사)가 듣고 타자를 치면 청각장애인은 스마트 기기로 쉽게 받아보는 플랫폼이다. 이 플랫폼이 없었을 때는 청각장애인들의 자리는 항상 속기사 옆이었다. 속기사가 타자 친 것을 바로 보려면 그 방법 밖에 없었다.
쉐어타이핑 앱은 “속기사 바로 옆이 아니라 장애가 없었더라면 앉았을 자리에 앉을 수 있도록” 청각장애인의 생활을 보장해준다. 코로나19 감염증으로 비대면 수요가 늘어난 요즘도 변함없이 쉐어타이핑 앱을 통해 문자통역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다. 특히 코로나19 감염증으로 비대면 문자통역서비스를 원활히 이용하기 위해서는 쉐어타이핑 앱의 사용이 필수적이었는데, 에이유디에서는 이번 사태의 긴급성을 고려해 쉐어타이핑 앱 플랫폼 이용료를 일절 받지 않고 무상으로 지원했다.
“청각장애인의 생애주기에 맞게 촘촘하게 지원해 청각장애인을 위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초·중·고등학생 때부터 대학생, 청년, 중년, 노년에 이르기까지 청각장애인이 공통적으로 겪는 것이 의사소통의 어려움이다. 생애주기에 맞게 초중고 학생들에게는 원격으로 문자통역을, 대학생들에게는 플랫폼을, 청년기에는 취직을 위한 자기계발에 문자통역을, 취업 후에는 근로지원서비스를 지원한다.
에이유디의 주요사업은 목적사업과 기타사업으로 나뉜다. 목적사업에는 △의사소통 지원사업(문자통역서비스 등) △보조공학기기 지원사업(쉐어타이핑 등)이 있고, 기타사업에는 △장애인식 개선사업 △지역사회 개선사업 △제도 개선사업 △속기록/녹취록/회의록 사업 △소액대출 지원사업(추진예정) △서울 청년 청각장애인 문자통역 지원 시범사업이 있다. 기타사업에서 벌어들인 사업은 다시 목적 사업으로 재투자되는 구조이다.
“‘문자통역서비스가 10년만 더, 20년만 더 빨랐다면’이라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도록”
2012년 고용노동부 주최 소셜벤쳐 경연대회에서 첫발을 내딛었던 에이유디는 어느덧 7년차가 됐다. 조합원 277, 직원 6명의 어엿한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성장했다. 7년 동안 이용자수가 꾸준히 증가해온 덕에, 현재 매출은 안정적이다. 사회적협동조합을 운영하면서 어렵거나 힘들었던 시기가 언제였냐는 질문에 박 대표는 초창기를 꼽았다.
“청각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이해가 낮아서 왜 문자통역서비스를 지원해야하는지에 대한 공감을 얻기 힘들었어요. 낮은 사회적 인식과 직접 부딪혀가며 문자통역서비스의 필요성을 설득하려니. 지금은 문자통역서비스 지원의 필요성에 대해 비교적 많은 사람이 알고 있어서 문자통역서비스를 지원하는 게 어렵지 않습니다.”
에이유디는 활동영역이 수도권에 한정돼 있다. 다른 지역으로도 확장시키고 싶지만, 운영방식과 방법은 여전히 고민이다.
동남아시아 쪽으로 진출 계획이 있지만 아직 검증 단계다. 국제개발협력을 위해 관계자들을 만나고 직접 발로 뛰며 배워가는 과정이라고 한다.
박 대표는 “동남아시아 중 특히 베트남의 국내총생산(GD)P가 우리나라의 1980년대와 비슷한 수준인데, 그곳에서는 ‘문자통역서비스가 10년만 더, 20년만 더 빨랐다면’이라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먹고 사는 것에 바빠 사회적 약자를 무시하는 일이 되풀이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에이유디가 하는 일은 지금도 중요하지만 다음 세대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 지속가능한 인프라를 구축해 다음 세대도 이용할 수 있도록 오늘도 에이유디 사회적협동조합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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