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사회적경제만의 공감토크~.

이번 공감토크는 사회적경제 기업 재정지원사업 중 하나인 ‘사업개발비’ 지원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이 사업은 사회적경제 기업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수익구조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말 그대로 기업의 미래 먹을거리를 창출하는 ‘사업’을 ‘개발’하는 데 관심을 두고 있기 때문에, 기업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삼을 수도 있죠.

다만, 10년 가까이 지원사업이 이어지면서 그 의미가 퇴색되거나 올바로 활용되지 못하는 경우가 다분한 탓에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게 되는 사업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중간지원조직 그리고 우수사례로 손꼽히는 기업과 함께 사업개발비를 둘러싼 논쟁과 사례를 탐색하고, 좀 더 효율적이고 지속가능한 활용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말이죠. 여기에 더해 기업들이 당장 준비해야 하는 변화의 흐름까지, 사업개발비에 대한 모든 것을 담아 보았습니다.

그럼, <사업개발비, 조금 더 똘똘하게!> 두 번째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 함께 하는 분 : 김태호 춘천시협동조합지원센터 설립지원팀장

                       정주형 두루바른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임지헌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 사무국장

○ 때와 곳 : 2020년 5월 25일, 두루바른옆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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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임지헌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 사무국장, 정주형 두루바른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김태호 춘천시협동조합지원센터 설립지원팀장 ⓒ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Q. 사업개발비를 효과적으로 사용한 사례들이 궁금합니다.

김태호= 춘천은 프리마켓들이 굉장히 많이 운영되고 있어요. 언제부터 활성화되었나 하면 2015년 즈음부터인데, 그 당시 광고기획·출판 등을 전문으로 하는 사회적기업이 기획한 마켓이 지역의 호응을 이끌어내면서부터였어요 이 기업은 사업개발비로 마켓을 기획했고, 이를 기반으로 행사나 축제 운영으로까지 비즈니스 영역을 확장할 수 있게 됐고요.

사실 사업개발비 심사에서는 일회성 행사를 지양하기 때문에, 심사위원들을 설득하는 과정은 힘들었어요. 그래도 그 덕분에 춘천에는 다양한 마켓들이 활성화될 수 있었고, 최근에는 그 마켓들이 모여 시민마켓협동조합을 조직하기도 했어요.

정주형= 과적으로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창출됐지만, 당시 심사에서 얼마만큼의 설득력이 있었을지는 잘 모르겠네요. 사실 축제나 행사 분야로 사업개발비가 사용되는 데 의문을 갖고 있어요. 우선 특정 업체를 예로 들거나, 비판하는 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할게요. 저한테 사업개발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느냐는 자문을 많이 해요. 그럼 사업 목적이 아니라 지침 상에 항목을 들고 와요. “이 항목은 얼마 쓰고, 저 항목은 얼마 쓰면 되나요?” 이렇게 질문하는데, 사업개발비의 본래 목적과는 전혀 방향이 다르죠.

축제·행사 기획 또는 운영이 주력인 업체라면, 축제 교육이나 자체 커리큘럼을 책자 혹은 매뉴얼로 제작하는 데 사업개발비를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눈으로 보이는 축제나 행사를 했다는 성과만큼이나 책자나 매뉴얼을 제작했다는 성과도 중요해요. 기업의 자산을 유형화된 책으로 마련해두면, 컨설팅이나 연계된 사업 수행을 위해 기업을 물색할 때 앞서 준비가 되어있는 기업을 찾겠죠. 그게 사업개발비 취지하고도 맞고요. 단순히 축제나 행사를 개최했다는 결과물만 얻게 된다면, 그냥 재단에서 예산 받아서 축제한 것과 뭐가 다르죠?

다양한 사례들 중 왜 행사나 축제를 예로 들었냐면, 사업개발비를 바라보는 생각의 전환이 특히 필요한 기업들이 문화예술이나 교육사회서비스 분야이기 때문이에요.

임지헌=좀 연결해서 이야기하고 싶네요. 심사를 쭉 참여하다 보니까 그 전년도나 전 차수에 선정이 잘 된 사례가 있다고 하면, 그 방향으로 확 쏠리는 경향성도 있어요. 예를 들어, 두루바른이 2017년도에 여러 지원사업을 하나의 패키지로 묶은 다음 산학협력을 통해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하면서 강원도에서 거의 유일하게 1억 원의 지원사업을 받았어요. 그러니까 그 다음 해부터 산학협력이 어마어마하게 들어와요.

▲ 사업개발비로 제작된 두루바른 사회적협동조합 출판 콘텐츠들 ⓒ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누가 봐도 ‘뭘 하겠다는 거지?’ 싶게 사업 내용이 모호하고, 심지어는 기업 대표님도 잘 몰라요. 대충 짜깁기해서 산학협력이라고 하고 심사에 넣은 거죠. 앞서 마켓 말씀하셨는데, 일단 해당 사회적기업은 지역과 마켓에 대한 충분한 고민이 있었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에 일정 정도 설득을 해냈고 선정도 됐어요. 그러니까 그 이후로 문화예술이나 서비스 분야 업종에서 축제나 마켓을 또 어마어마하게 가지고 오더라고요.

우리 기업이 어떤 필요가 있는지, 어떤 스토리를 갖고 미래를 준비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고민에서부터 출발해야 하는데, ‘저거 신청하면 된다더라, 이런 방식으로 제안하면 된다더라’ 하는 스킬들만 갖고 가려고 하는 거죠. ‘홈페이지는 500만 원 이상은 안 된다니까, 500만 원 이하로 신청해야 한다더라’ 이런 식으로 짜깁기하거나 도구로만 활용하려는 경향도 많고요.

전반적으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죠. 그래서 올해 심사에서 많은 부분을 바꿔 보려는 시도를 했어요. 만약에 전년도와 동일한 사업을 신청했는데, 전년도에 성과가 없었다고 하면 전액 삭감하는 방식 등의 변화요. 또 심사 원칙 중 하나로 삼은 게 ‘산학협력으로 연구개발을 진행할 경우 그 결과물이 기업의 것이 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심도 있는 토론을 진행한다는 것이에요. 산학협력의 결과물이 사업개발비를 신청한 기업의 것이 되지 못하고 속된 말로 용역사가 받아먹고 끝나는 사업이 되면 안 된다는 거죠.

올해 심사에서 그런 몇 가지 원칙들을 수립했어요. 반드시 회의록에 남겨서 계속해서 원칙화 하기로 했고요. 조금씩 왔다 갔다 하다가 지금은 방향을 잡아가는 단계가 아닌가 생각도 드네요.

사업개발비 우수사례는, 글쎄요...

정주형=  우수사례를 이야기해 보자~ 했는데, 저도 딱히 꼽기가 어렵네요. 단순히 홍보가 잘 됐다고 우수사례라고 볼 수는 없으니까요.

김태호= 음,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으로 출발해서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성장한 기업 중 완제품 판매만 하다가 사업개발비로 DIY 키트 상품을 개발한 업체가 있어요. 키트 상품과 연계해서 동영상 강좌도 제작하고요. 완제품 판매에 대한 한계를 DIY 키트 개발로 극복한 사례죠.

정주형= 오~, 그런 방식은 사업개발비 활용의 좋은 사례네요.

Q 사업개발비와 관련해 지향하거나 지양해야 하는 것은?

정주형= 우선, 홍보비로만 쓰기에는 너무 아까워요. 홍보비는 다른 지원사업을 통해서도 받을 수 있거든요. 사업개발비는 기업의 핵심 기술 혹은 다음의 기술을 만드는 데 활용했으면 좋겠어요.

다만 그 아이디어는 평소에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진행을 해야 해요. 저희가 1억 원을 받았지만, ‘자부담’이 있어요. 또 부가세까지 생각하면 꽤 많은 액수가 들어가죠. 무시할 수 없는 비용이 들어가는데, 그 정도를 투자할 가치가 있는 사업이 2주간의 공고 기간 동안에 쥐어짜내는 정도에서 만들어지진 않으니까요. 거의 1년 내내 기업의 다음 목표를 위해 빌드업할 때 사업개발비를 사용하자라고 생각하고 있어야 해요.

두루바른은 지난해에도 올해에도 사업개발비를 신청하지 않았어요. 아이디어가 없는 게 아니라 아직 빌드업이 덜 된 거예요. 좀 더 아이디어가 완성되고, 판로도 어느 정도 보였을 때 그때 핵심기술을 만들어내기 위한 걸로 접근하는 게 맞아요. 아이디어나 판로가 설계되어 있어도, 기업의 현금유동상태나 지원사업 정산이 연말에 끝나야 하니까 제작 기간도 고려해야 하고요. 그런 여러 가지들을 충분히 고려하면서 사업개발비를 준비해야 해요.

김태호= 앞선 이야기들에 충분히 공감을 하면서, 사업개발비 신청할 때 중요한 것 중에 하나가 기업이 하고자 하는 바를 잘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통합지원기관 담당자와 지자체 담당자가 실사를 갖는 이유도 글로 표현되지 않는, 사업개발비가 정말 필요하겠구나 하는 기본 자료를 얻기 위해서잖아요. 실사 나온 담당 공무원도 잘 설득하고, 실제 심사에서도 심사위원들의 흥미를 잘 이끌어 낼 수 있는 준비들이 매우 중요해요.

근데, 어떤 분들은 무작정 화를 내요. ‘이 분야에 대해 너희가 얼마나 안다고 그러냐’ 이런 식으로 생각하시는 분들도 종종 있고요. 때문에 분명히 기업에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지자체 담당자나 심사위원들을 설득하지 못해서 손해를 보는 경우도 많아요. 컨설팅 받고, 잘 준비하는 것만큼 실사나 심사 과정에서 기업의 필요를 잘 어필하는 스킬이나 훈련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임지헌= 두 분 말씀에 하나 더 얹는다면, 사업개발비는 기업의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는 과정을 지원하는 사업이잖아요. 그렇다면, 해당 지원이 없어도 기업이 할 준비가 되어 있느냐 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봐요. 지원 사업을 통해 시기를 앞당기거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아니라 ‘지원이 없으면 우리는 이걸 치워버려야 해’, ‘지원이 있어야만 가능해’라고 사고한다면 지원사업에 그냥 묻혀 버려요. 그 정도 고민의 발로가 이거저거 짜깁기하는 식으로 발현되는 거고요.

“대표님, 이거 지원 안 받으면 안 할 겁니까? 지원 못 받으면 못 하죠?”라고 거칠게 질문하기도 하는데, 이때 명확히 드러난다고 보거든요. 우리 기업들이 사업개발비를 대함에 있어서 ‘지원 못 받으면 못 한다’ 하는 상황은 지양하고, ‘지원이 없어도 우리 기업이 해야 하는 사업인가’ 하는 고민은 지향했으면 합니다.

정주형= 지향해야 하는 점 덧붙이고 싶어요. 신규 사업을 하려고 할 때 타 업종의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하면 지역 안에서 해소되었으면 좋겠어요. 저희도 출판을 준비하면서 서울 쪽에서 업체를 섭외했는데, 이왕이면 소통이 빠른 지역 안에서 하는 게 좋잖아요. 정보가 충분하지 못한 점이 아쉬워요.

산학협력 모델도 저희는 운 좋게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이해하고 계신 교수님을 만나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었는데, 사회적경제 영역 안에서 서로 주고받게 된다면 가장 이성적이고 가치가 배가 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지 않을까요?

저희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들도 컨설팅이나 용역을 서울 쪽으로 주는 걸 많이 보는데, 그게 참 아쉽더라고요. 이상적인 생태계를 만들어줬으면, 또 같이 만들어가길 기대하고 싶어요.

김태호=  사업개발비를 지역에 있는 기업들과 하려는 경우가 많은데, 서로 눈높이가 다르다 보니 오히려 멀어지는 경우도 생기더라고요. 지역에 있는 기업을 활용하는 것도 좋지만, 사업개발비는 분명히 우리 기업의 자립기반을 만들고,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만드는 목적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무조건 지역 업체를 염두에 두기보다는 우리 기업에 도움이 될 수 있느냐를 가장 먼저 고려하시길 바라요.

임지헌= 사실 사업개발비가 이종(異種) 간에 협업하기 되게 좋은 사업이거든요. ‘우리는 출판을 하고, 너희는 기획을 하니까 같이 북콘서트를 해볼까?’ 이런 식으로 여러 가지 아이디어도 나올 수 있고, 교류도 일어날 수 있는 아주 유용한 자원이죠. 다만 서로 정보를 모르고 역량을 가늠할 수 없다는 한계 때문에 쉽게 상호작용이 일어나지는 않아요.

그래서 지원센터가 준비하고 있는 게 기업별 DB 작업이에요. 나열되어 있는 정보들을 집적화한 후에 필요한 부분을 찾아볼 수 있게끔 하기 위해, 올해부터 3년 정도 장기적인 계획을 잡고 시작하고 있어요.

대상은 기본적으로 중간지원기관이나 공무원이에요. ‘사회적경제기본법’이 21대 국회에서 통과되면 시군별 지원센터나 지원 체계가 만들어질 텐데 그러면 가장 중요해지는 게 공무원들이 사회적경제나 기업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느냐가 돼요. 특히 군 단위에서는 지자체가 직접 운영할 가능성이 높거든요. 지원 정책이나 사업개발비와 같은 지원사업에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텐데, 꼭 필요한 정보들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고민이 있어요.

또 하나 중요한 게 사회적경제기본법이 통과되면, 기업별로 ‘사회적가치지표(SVI)’를 몇 점으로 평가받았느냐에 따라서 재정지원사업이 완전히 개편될 거예요. 내년 정도에는 지침이 내려올 것이라 예상하고 있고, 전국적으로 이에 대비하기 위한 준비들을 하고 있고요.

어마어마한 변화이기 때문에, 기업들이 눈여겨보아야 할 필요가 있어요. 강원도는 심사에 반영하진 않지만, 사회적가치지표는 선제적으로 측정하고 있었어요. 기업들은 지표 측정이 쉽지만은 않으니까 ‘이거 왜 해야 하냐’며 짜증도 내시지만, 예방주사 차원에서 미리 경험을 해보게끔 한 거예요. 이마저도 미리 진행해 보지 못한 지역들도 있어요.

기업들은 사회적가치지표로 인해 큰 지각변동이 예상되는 재정지원사업에서 우리 기업이 갖고 있는 사회적가치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도 고민해야 해요. 우리 기업의 미션을 스토리로 잘 설명할 수 있어야 하죠.

김태호= 사회적가치지표가 숫자로 표현되는 만큼 기업의 스토리를 지자체 담당자나 심사위원들에게 잘 전달하는 게 정말 중요해지죠. 지난해 심사에서도 이제 막 시작했지만 훌륭한 기업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런 기업은 사회적가치 측정을 하게 되면 당연히 지표상에 점수가 낮을 수밖에 없어요. 기업과 중간지원조직이 아무리 열심히 준비해도, 심사과정에서 단순히 수치만 가지고 평가 절하 되는 경우도 생기더라고요. 지표가 가진 한계성에 대한 개선도 필요하지 않을까, 심사위원들도 ‘숫자가 아닌 기업이 갖고 있는 스토리를 잘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도 해보게 됐어요.

임지헌= 사회적경제 재정지원사업이 시작된 지 얼추 10년 가까이 되고 있는데, 이야기하면 할수록 강원도도 새로 정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확신이 드네요.

 

Q. ‘사업개발비, 조금 더 똘똘하게!’ 활용할 수 있는 조언 한 마디씩

정주형= 자기 사업에 대한 흐름을 갖고 있다면, 적극적으로 사업개발비를 활용하시면 좋겠습니다!

김태호= 즉흥적으로 하지 말고, 오래~ 천천히~ 고민해서 신청해 주세요.

임지헌= 이것저것 짜깁기하지 말고, 우리 기업의 스토리도 함께 고민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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