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한 친구로부터 점심 식사에 초대받은 적이 있다. 오랜만에 얼굴 한번 보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막상 약속 장소에 가보니 낯선 사람들만 너댓명이 와 있었고 그들 서로도 모르는 사이인 듯 했다. 회사에서 중책을 맡길 간부 한분을 뽑기 위해 서류전형에서 선발된 분들을 모셔서 회사 인근 요릿집에서 오찬을 베풀고 최종 면접을 보는 자리였다. 사장은 그들에게 간략한 회사 소개만 할 뿐 근사한 식사를 하면서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만 나누었다. 

식사가 끝날 즈음 한 분이 슬그머니 먼저 일어섰다. 잠시 후 모두들 일어나서 나오니 그 분이 일행의 신발을 가지런히 정리하고 있었다. 그들과 헤어지고 회사로 들어가면서 친구가 나에게 물었다. “아까 신발을 정리해 주시던 분을 채용하고 싶은데 자네 생각은 어떠냐?”는 것이다. 물론 내가 반대 할 리가 없었다. 이력서를 보니 그는 전직이 교장선생님 이었다. 친구는 서류심사에는 관여하지 않아 이력서를 지금 처음 보며 솔직히 경력과 학력은 그리 중요시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의 남다른 식견과 탁월한 선택에 내심 감탄했다.

영국의 명재상 디즈레일리가 하녀를 채용하기 위해 면접을 했다. “당신이 스무 장의 접시를 포개어 들고 나가다가 문턱에 발이 걸렸다면 어떻게 하시겠어요?”라고 질문했다. 한 여인은 “턱으로 접시를 누르고 몸을 굴려서라도 접시를 한 장도 깨지 않게 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녀는 탈락이었다. “아직 겪어 보지 못해 뭐라 말씀 드릴 수는 없지만 발이 문턱에 닿지 않도록 조심 하겠습니다.”라고 답변한 이가 선택됐다. 잔 머리를 굴리기보다는 정직하고 솔직했기 때문이다. 

장대비가 쏟아지는 늦은  밤, 어느 노부부가 필라델피아에 있는 허름한 호텔을 찾아 왔다. 마침 그 호텔에는 빈방이 없었다. 그 호텔의 젊은 종업원은 인근의 다른 호텔들에는 남은 객실이 있는지 알아보고 그래도 빈방이 없자 호텔에 딸린 자신의 거처로 안내했다. 다음날 노부부가 떠나면서 객실료를 지불했지만 거절했다. 그리고 수년이 지난 어느 날, 그 호텔 종업원이 뉴욕 행 항공권이 동봉된 초청장을 받고 뉴욕에 도착하자 노부부가 반갑게 맞아  젊은이를 위해 지어 놓은 화려한 호텔로 안내했다. 그 호텔이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이고 그 젊은이가 이 호텔의 초대 경영자이자 전설적인 호텔리어인 조지 볼트 이다. 조건없이 베푼 진정 어린 배려가 말도 안되는 엄청난 보상으로 돌아 온 것이다.

한때 ‘끼’있는 사람이 창의력이 높다고 하며 면접에서 튀는 응모자를 뽑는 것이 유행이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득보다는 실이 많았음을 알게 되었다. 튀는 사람을 뽑았더니 회사의 기밀을 빼 돌리고 ‘먹튀’하여 회사를 거덜 내기도 했다고 한다. 요즘은 능력이 다소 뒤처지더라도 인성이 훌륭한 인재를 선호한다. 인성에 바탕을 두지 않은 재능은 재앙을 불러 올 수도 있다. 선거철만 되면 홍길동 처럼 출몰하는 군상들을 그런 줄 알면서도 그렇다고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어 ‘혹시나’ 하고 뽑아 놓고는 ‘역시나’로 후회하기 일쑤다.

인성은 그의 말과 행동, 표정과 몸짓에서 오롯이 드러난다.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는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습관이 바뀌고, 습관이 바뀌면 인격이 바뀐다. 그리고 인격이 바뀌면 운명이 바뀐다.”고 했다. 좋은 인성이 운명을 결정하여 좋은 인생이 펼쳐진다. 세상이 필요로 하는 인재는, 탁월한 능력과 화려한 스펙을 자랑하는 ‘난 사람’이나, 가방 끈이 길어 학식이 많은 ‘든 사람’ 보다는, 인성이 좋아서 행운을 불러오는 ‘된 사람’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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