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이카가 필리핀 도시빈민에게 지원하는 쌀 200톤을 농민들이 소포장하는 모습./사진제공=KOICA

코로나19 장기화로 식량 안보의 중요성이 커진 가운데, 코이카(KOICA)가 개발도상국에 구축한 농업 인프라가 현지 식량조달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정부 개발협력 기관 코이카는 지난 17일 필리핀 파사이시 사회복지개발부 국가자원운영센터에서 쌀 기증식을 개최하고,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필리핀 도시빈민 3만 3000여 가구에 쌀 200톤을 지원했다고 19일 밝혔다. 한 가구당 쌀 6kg씩 지원되며 전체 수혜자는 17만명이다.

이번 지원은 코이카가 10년 전부터 공적개발원조(ODA) 농촌 사업으로 필리핀 파나이 섬에 설립 지원한 미곡 종합처리장, 농산물 유통시설 등을 활용해 쌀 구매-가공-운송을 한 번에 진행한다.

코이카는 지난 17일 필리핀 파사이시 사회복지개발부 국가자원운영센터에서 ‘필리핀 도시빈민 대상 쌀 기증식’을 개최했다./사진제공=KOICA

파나이 섬은 필리핀에서 6번째로 큰 섬으로 전체 96개의 군·도시 중 30여 개가 고지대로 분류된다. 협소한 농지와 잦은 산사태 등으로 생활환경이 열악하고 경작법에 대한 지식, 유통판로 부족으로 농민들이 농산물 생산과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코이카는 풍부한 농업자원을 보유한 파나이 섬을 발전 잠재력이 큰 지역으로 보고 지난 2009년부터 △일로일로 포토탄 미곡종합처리장 설립사업(2009-2012) △파나이섬 고지대 농촌종합개발사업(2015-2019) 등을 진행해 우리의 산간지역 농업개발 성공 경험을 전수했다.

사업을 통해 △벼를 수확한 뒤 건조, 저장, 판매 등을 일괄 처리하는 미곡처리장 △농산물을 각 수요처로 효과적으로 유통하기 위한 로컬푸드 터미널 △도시로 농산물을 운송하는 도로 등의 인프라가 조성됐다. 또한 현지 농민들의 농산물 유통 역량 강화 및 생산성 향상 교육, 농민조합 결성 등을 지원했다.

파나이섬 고지대 농촌종합개발사업의 경우 추진 결과 주요 작물 평균 생산율이 100% 증가하고 농가 연평균 소득이 74% 높아지는 등 성과를 달성했다. 이에 필리핀 농업부는 지난 2018년 상반기 ODA 최우수 사업으로 코이카 농촌종합개발사업을 선정하기도 했다.

이번 쌀 지원은 그동안 코이카가 농촌개발사업으로 구축한 현지 네트워크를 활용했다. △농민협동조합에서 벼를 수매하고 △미곡종합처리장에서 쌀을 가공한 뒤 △로컬푸드 터미널을 통한 유통으로 연계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코이카는 총 20만 달러(한화 약 2억 4000만원)을 투입해 쌀 지원 및 운송을 시작했으며, 필리핀 수도 마닐라 도시빈민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한편, 최근 마닐라 지역은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주민의 이동을 제한 중이다. 코로나 확산세와 지역 봉쇄 조치로 도시빈민들은 일자리를 잃거나 식료품조차 구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마닐라에만 약 65만 가구가 도움을 필요로 하는 빈민가정이다. 필리핀 정부가 긴급식량을 지원 중에 있지만 수혜 대상자중 25% 정도만 지원하고 있다.

이미경 코이카 이사장은 “필리핀 농촌개발사업으로 구축한 농산물 유통 시스템이 코로나19 상황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며 “이번 코이카의 쌀 지원은 개발협력 기관 중 최초로 필리핀 내 국내수매-필리핀 내 국내공급이라는 실행모델을 보여주어 더욱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롤란도 바우티스타(Rolando Bautista) 필리핀 사회복지개발부 장관은 “한국 정부의 미곡 긴급지원은 17만여 명의 도시빈민을 포함한 취약계층들의 생존을 돕는데 긴요하게 활용될 것”이라며 “코로나19가 경제사회를 황폐화하는 가장 어려운 시기에 도움의 손길을 건네준 한국 정부와 코이카, 한국민에게 감사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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