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림 없는 걸음으로..

 

김주선(서구상무지역자활센터 과장)

김주선 서구상무지역자활센터 과장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15년이 지나도 한결같은 사람이 있다면? 그 자체만으로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더군다나 그곳이 매일매일 별다른 큰일없이 출근했다 퇴근하는 무난한 일터라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아니라 날마다 전쟁터처럼 치열하게 사건, 사고가 많은 현장이라면 15년이라는 시간은 인내의 시간이고 때론 고통의 시간이고 그리고 성장의 시간이었을 것이다.

오늘 만난 김주선 서구상무지역자활센터 과장이 그 주인공이다.

그녀가 일하고 있는 자활센터는 다른 자활센터와는 구별되는 특별한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10년 이상의 장기 근속자가 많다는 것이다. 자활현장이 사회복지 분야 중 사회복지사가 일하기 쉽지 않은 곳이라는 것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이곳에서 10년 넘게 한마음으로 일할 수 있다는 것은 먼저는 공동체가 견고하다는 것이고, 그리고 그안에 구성원들의 동료애가 끈끈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서로에게 편안하고 익숙하지만 지킬 것을 분명히 지키고, 가족처럼 이해하지만 직장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고 자신의 역할을 잘 한다는 것. 서로를 너무 잘알기에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서구상무지역자활센터 김주선 과장은 벌써 15년 6개월동안 한길을 걷고있는 말그대로 ‘자활의 살아있는 역사’이다. 종합사회복지관에서 1년 정도 일한 후 법인의 인사이동에 따라 자활센터로 온 뒤 다양한 업무를 하며 센터를 지켜가고 있다. 다양한 자활근로사업단 운영의 경험과 4년 정도의 회계 실무의 경험으로 센터의 든든한 버팀목이고 참여주민들을 이해해주는 마음 따뜻한 실무자로 오늘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고 있다.

자활사업 초창기의 시간을 보냈던 김주선과장은 자활지침이 채 50페이지도 되지않았던 시기를 회상한다. 

"그때는 규제도 많지 않아서 자유롭게 사업할 수 있었고 참여자들과 가족같은 분위기로 매일매일이 즐거웠죠." 

기술력이 없는 여성들이 자활근로를 통해 자립하고 자녀들과 가족들을 다시 살릴수 있었던 무수한 사례들을 직접 목격했고 그당시 대부분의 참여자들이 자립자활해서 잘되는 모습들은 그녀에게 아름다운 기억이다.

그에게 15년이 지난 현재의 자활센터의 모습은 어떨까. 다소 답답한 모습이라고 토로한다. 무엇보다도 자활센터 실무자들의 역할과 업무에 대해서 한계를 느끼는 모습이다.

"업무량이 많고 전문성을 갖춰야할 영역이 너무 다양해서... ." 자활을 좀 안다하는 이들은 백프로 공감할 부분이다.

"사회복지학을 배운 사회복지사인데 창업과 회계 분야의 전문가가 돼야 합니다. 자활근로사업단 운영과 자활기업을 창업해야 하고, 참여자들과 함께 일하기 때문에 노무와 세무와 관련한 부분 역시 정확한 지식이 필요하죠. 단순히 행정업무 뿐만 아니라 사업단의 매출을 위해 몸으로 뛰어야 하는 일도 많아서 도대체 '내가 누군가', 자신의 존재에 대한 정체성의 혼란을 느낄 수밖에요."

비단 자활센터 실무자뿐 아니라 사회적경제 영역의 종사자라면 누구나 공감하고 있는 부분일 것이다.

자활 사업 자체가 변수가 너무 많고 업종이 다양하기 때문에 다양성의 폭이 크다. 실무자에게는 그처럼 다양한 상황에 대한 대처능력이 필요하다.

김 과장이야말로 이런 문제를 고스란히 겪어온 주인공이자 전문가다.

무슨 문제가 생기면 낮이든 밤이든 주말이든 휴일이든 상관없이 실무자에게 먼저 전화부터 하는 참여자들, 술만 드시면 가족보다 담당팀장에게 다짜고짜 전화를 거는 참여자 등 여러 다양한 참여자들과의 관계를 가지며 이들의 자립을 지원해야 하는 자활 실무자의 삶은 고단함의 연속이다.  

"간병사업단에 참여한 분인데 3명의 딸을 훌륭하게 키워내신 주민이 있어요." 이들의 자립 이야기와 자활사업 참여를 계기로 지금은 성공해서 부자가 되었다는 참여주민의 이야기는 자활 실무자들이 왜 이곳에서 이토록 열정적으로 젊음을 불태우는지 가히 짐작할 수 있게 한다. 

김 과장은 "자활에 참여하는 주민들의 근로능력이 부족하신 분들이 많아지고 있는 현실에서 자활사업이 사회안전망의 역할을 더 잘해야 하지 않을까 고민한다"고 밝혔다. 물론 그럼에도 서구상무지역자할센터에서 일하는 것이 매우 즐겁다고 말한다. 

작년에 복지?고용?금융 자활사례관리와 우수사례 컨퍼런스 등 다양한 공모전에서 2건의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수상하는 등 센터의 실적이 그 증거다.

"자활사업단만이 공동체가 아닌 자신이 속한 지역자활센터가 공동체로서 2020년 또다른 성과를 기대하고 도약하겠습니다. "

더 즐거운 미래를 약속하는 김 과장은 센터에 대한 자부심과 자랑을 잊지 않는다. 피곤한듯 하다가 금새 에너지 만땅된 표정으로, 흔들림없는 걸음으로 뚜벅뚜벅 걸어가는 모습. 힘찬 파이팅으로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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