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기본법이 상호성, 연대 등 협동조합의 정체성이 잘 구현될 수 있도록 개정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한 지난해 3월 개정됐던 '제5차 협동조합 기본법 개정안'에서 미비점으로 지적되는 이종(異種)협동조합 설립대상 확대 및 우선출자 한도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15일 열린 ‘2020 협동조합기본법 개정의 의미와 과제’에서 강민수 서울지역협동조합협의회 정책위원장이 주제 발제하고 있다.

세계협동조합의날을 맞아 15일 국회에서 열린 '2020 협동조합기본법 개정의 의미와 과제' 토론회에서 강민수 서울지역협동조합협의회 정책위원장은 주제 발제를 통해 협동조합법 제정부터 지난 국회에서 이루어진 5차 개정까지 경과를 짚고, 개정 방향성을 제시했다. 

강민수 위원장은 먼저 ‘협동조합 기본법’ 제정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협동조합이 새로운 경제주체로서 주목받으면서 2011년 본회의 만장일치 통과가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협동조합 기본법 제정은 당사자들의 노력, 정치권의 적극적인 입법활동으로 가능했다”라며 “이는 향후 개정에 있어서도 참고할만한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지난 3월 있었던 제5차 협동조합기본법 개정이 “개별법 협동조합과 기본법 협동조합간 연대와 협력이 촉진되고, 우선주 도입을 통해 협동조합을 위한 자금조달의 방법이 다양해져 경영상 유연성 확보가 가능해졌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종협동조합 설립대상을 생협, 신협으로 한정하고, 연합회는 이종연합회의 회원이 될 수 없다는 점과 우선출자의 범위를 자기자본 또는 납입자본금의 30% 이내로 한정한 점에 대해서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국회에서 개정된 제5차 협동조합기본법 개정안에 따르면 농협, 수협 등 다른 유형의 개별법 협동조합과는 협동조합 연합회를 구성할 수 없다. 보다 자유롭게 협동조합연합회 설립을 허용해 공동사업 추진 및 확장이 가능하도록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또한 우선출자 발행한도를 늘려 사회주택, 택시협동조합처럼 대규모로 자본이 필요한 협동조합에 우선출자제가 실질적 도움이 되도록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내비쳤다.

강 위원장은 "향후 협동조합 기본법 개정할 때 '기본법을 기본법답게' 개정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역설했다. 협동조합이 결사체이며 사업체라는 이중적 속성을 현실에 반영하고, 협동조합들에 대한 차별은 반대하되 정체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특히 협동조합의 본질을 상호성(mutuality)에서 찾는 등 정체성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져 이를 반영한 기본법이 개정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사회적경제위원회와 전국협동조합협의회가 공동주최했으며, 더불어민주당 사회적경제위원회 위원장인 김정호 의원을 비롯해 김영배 의원, 미래통합당 서병수 의원, 정의당 장혜영 의원, 전국협동조합협의회 손종현 회장 등이 참석했다.

토론자로는 주제발제를 맡은 강 위원장을 비롯해 주평식 기획재정부 협동조합과장, 박강태 전국협동조합협의회 정책위원장, 정순문 재단법인 동천 변호사, 김대훈 세이프넷지원센터장, 전재홍 북서울신협 전무가 나왔고, 유영우 전국협동조합협의회 공동대표가 좌장을 맡았다.

"협동조합 다양성 인식 필요"

주제 발제 이후 진행된 토론에서는 각 분야별 개정이 필요한 분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왔다.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선 박강태 위원장은 “다양한 성격이 있는 협동조합을 단순히 영리와 비영리로 구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기본법 구조 개선을 주장했다. 협동조합을 협동조합, 사회적협동조합으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일반협동조합 △상호협동조합 △사회적협동조합으로 구분해야 한다는 것. 

아울러 그는 “사회적, 공익적으로 유용한 협동조합에 선별적 혜택을 줘야 협동조합이 건강하게 양성·육성될 수 있다”며 법인세를 감면해주는 ‘비분할적립금’을 제시했고, 지역사회에 공익적 활동을 하는 사회적협동조합에는 지자체가 직접 출자 및 재정지원을 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정거래법 및 세법과 충돌 가능성 해결해야"

정순문 재단법인 동천 변호사는 향후 과제로 공정거래법 및 세법과 상충되는 부분 해소를 지적했다. 공정거래법은 일반적으로 기업간 부당한 지원이나 담합 등으로 시장의 경쟁질서를 해치는 행위를 규제하는 법이다. 동법에 의해 ‘협동조합간 협동’이 ‘부당한 공동행위’내지는 ‘불공정거래행위’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정순문 재단법인 동천 변호사가 개정법의 과제를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정 변호사는 “애초에 공정거래법은 협동이라는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고 경쟁이 시장의 유일한 동력이라는 원칙을 상정하고 만들어진 법률”이라며 “앞으로는 이종협동조합연합회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고 신협과 생협 등 규모있는 협동조합간 협동이 이루어질 경우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아 이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법인세법에 따르면, 납세자가 특수관계인 사이의 거래를 통해 세금을 줄이려고 하는 경우 이를 부당행위로 본다. 특히 이종협동조합연합회를 통한 협동조합간 사업의 경우, 거래형태에 따라 세법상 특수관계인간 거래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 정 변호사는 “협동조합간 협동이 국제협동조합연맹의 원칙뿐만 아니라 현행 협동조합기본법에서도 권고하고 있는 행위라는 점, 연합회는 애초에 협동조합 간 협동을 위해 설립된 조직이라는 점을 강조해 일정한 요건 하의 적용제외를 요구하는 입법적 해결을 도모해 볼 수 잇을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생협·신협 관계자 과제 제시..."개정 논의 진행할 것"

생협 대표로 나온 김대훈 센터장은 협동조합이 1인1표의 원리를 기반으로 하며, 출자에 대한 배당을 제한해 충분한 자본조달이 어려운 구조적 한계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고, 전문적으로 공제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협동조합의 설립을 우선 허용하는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북서울신협 전재홍 전무는 신협이 자본적 기여와 활동주체 역할을 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하는 문제점 등을 소개했다. 이어 그는 “신협 등 금융협동조합은 CSR 활동이 아닌 CSV(공유가치창출) 활동을 통해 금융협동조합의 정체성을 완성해나갈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신협이 활동하기 좋은 방향으로 협동조합 기본법 개정이 이루어지기를 촉구했다. 

주평식 기재부 협동조합과장은 “이종연합회 대상범위 확대, 우선주 출자 한도 확대 등은 지난 국회 논의 과정에서 논란이 돼 개정안에서 빠지기도 했다”며 “오늘 나온 논의를 포함해 개정 논의를 다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을 끝까지 경청한 미래통합당 서병수 의원 역시 “국회 기획재정위원으로서 협동조합 기본법이 좋은 방향으로 개정되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토론회 참석자 기념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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