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위한극장 공정영화협동조합(이사장 김남훈, 이하 모극장)은 대안적인 방식으로 영화 상영과 배급망을 구축해 건강한 영화 문화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
2013년도 설립 초기에는 작은 영화를 만드는 영화감독, 시나리오 작가 등 창작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대기업 중심의 독과점이 발생하는 불공정한 영화산업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 지금은 영화를 매개로 한 문화 활동의 필요를 느끼면서 시민들의 문화권을 보장하기 위한 활동에도 집중하고 있으며, 조합원은 116명이다.
2019년 기준 모극장에 공동체상영을 신청한 건수는 411건이다. 건당 작게는 2~3명, 많게는 수백명이 참여한다. 모극장은 다양한 취향과 필요를 반영해 소형 상영공간에 맞는 프로그램을 만들어가면서 영화의 ‘다양성’을 실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Q. 공동체상영 활동을 소개해달라.
김민주 팀장(이하 김): 쉽게 얘기하면 ‘특정 영화를 보고 싶은 사람들을 모아서, 체계를 갖고 공동체 상영을 하는 것’이다. 공동체상영의 원류는 배급구조망에 대한 통제에서 시작했다. 1980년대는 독재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의 영화 상영이 금지됐다. 이러한 통제에 대항해 대학사회에서 순회상영, 게릴라상영, 불법상영과 같은 문화운동을 했었는데 그것을 시초라 보고 있다.
5년 전, 외부에 ‘다큐 유랑’이란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그게 공동체상영을 이해할 수 있는 사례다. 다큐멘터리 감독 5명이 배급사와 극장을 거치지 않고 장비를 직접 가져가서 학교운동장, 서점, 마을회관 이런 공간에서 영화를 상영한다. 특정 영화를 보기 위해 모이면 직접 가서 상영해주는 프로젝트였다. 모극장에서는 ‘팝업시네마’라는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는데, 여러 배급사와 중개배급을 맺어서 영화를 쉽고 편하게 제공하는 대안배급 플랫폼이다. 쇼핑몰에서 쇼핑하는 것처럼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Q. 공동체상영을 하는 이유는 뭔가?
고유진 마케팅 디자이너(이하 고): 독립영화나 인디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이 영화를 보려면 영화제에 직접 가거나 제한된 여건 속에서(극장에서 틀어주지 않거나 틀더라도 조조시간에 하루에 1, 2회 틀어주는 경우가 다분) 영화를 봐야한다. 영화에 접근할 수 있는 장벽이 높다는 것이다. 좋아하는 영화를 좀 더 편하게 보기 위해서 이러한 활동을 하게 됐다.
일반 극장에서는 모르는 사람과 자유롭게 영화에 대한 얘기를 나눌 수 없다. 공동체상영은 규모도 작고, 영화 주제에 관심 있는 분들이 많이 오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얘기할 수 있는 자리가 된다. 공동체상영이 무조건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 자리는 아니지만, 이러한 자리를 기획하기도 한다.
Q. 커뮤니티시네마라는 용어도 쓰던데.
김: 커뮤니티시네마는 좋아하는 영화를 향유하려는 개인 또는 단체가 늘고 이론이나 정책담론 그리고 제도를 정립해야겠다는 논의가 나오면서 쓰게 된 용어다. 공동체상영도 그렇고 커뮤니티시네마도 공공기관(영화진흥위원회)이나 학계에서 정립한 개념이 아니다. ‘만들어나가고 있는 개념’으로 현재는 ‘정의를 내리는 과정’에 있다. 재작년부터 ‘커뮤니티시네마’ 담론을 형성하기 위한 포럼을 했고 6월 18일에 마무리됐다.
현재 영진위에서는 ‘초소형시네마’로 부르고 있다. 하지만 ‘초소형’은 공간이 작고, 비상설적이고, 비상업적인 성격을 내포하고 있다. 독일과 영국 그리고 일본에도 비슷한 개념이 있는데, 용어도 다르고 지원이나 정책도 다르다. 국가와 산업 규모에 따라 정의하는 개념과 범위가 다른데, 한국에서는 현재 논의가 진행 중이다. 수익구조를 내면서 자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네트워크를 꾸리는 과정에 있다. 전국단위의(부산, 강원도, 목포, 전주 등)커뮤니티시네마사회적협동조합네트워크를 준비하고 있는데, 1차 목표로는 20군데 단체들을 모으는 것이다.
Q. 왜 협동조합이라는 조직 형태를 택했는지 궁금하다.
고: 영화가 만들어져서 관객에게 가기까지 여러 단계가 있다. 단계별로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분들이 참여하다보니 다중이해관계자협동조합이 됐다.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모으려다보니 민주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거치는 사업방식이 필요했다.
모극장은 크게 상영배급분과/경영기획분과/교육문화분과/연구비평분과/협동복지분과로 나뉘는데, 생산자조합원들은 각 분과에 들어가서 직접 생산 활동에 참여한다. 소비자조합원은 조합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게 주이지만, 원하는 경우에는 분과활동도에 참여할 수 있다. 생산자조합원중에는 영화 분야에 종사하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전혀 관계없는 업종에 종사하며, 모극장의 가치에 공감해서 참여하는 분들도 많다. 교육문화분과에서는 예술강사나 영화강사로 활동하는 조합원이 청소년들에게 독립예술영화를 소개해주는 활동을 한다. 상영배급분과에서는 조합원 스스로 영화제나 정기 상영회에 참여하고 영화해설을 한다. 모극장에서는 이처럼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조합원들의 참여 그리고 조화가 필요하다.
Q. 팝업시네마의 주제(젠더 다양성, 여성 폭력에 대한 비판)가 다양하다. 어떤 과정을 거쳐서 기획하나?
김: '필진 모임'이라는 게 있다. 분과 구분 없이 큐레이션하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 주제를 결정하고 글을 쓴다. 매달 2번 정도 뉴스레터를 발행한다. 주제는 사무국에서 정하는 것이 아니라, 필진으로 참여하는 조합원 각자의 취향이나 가치관을 반영해서 나온다. 같은 주제더라도, 필진에 따라 다르게 큐레이션이 이루어진다.
Q. 다양한 공간에서 공동체상영회를 한다. 인상 깊었던 상영 경험은?
고: 공동체상영회를 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기 때문에 많은 단체들과 같이 활동한다. 작년에는 영등포구의 ‘서울하우징랩’과 같이 작업을 했는데, 청년들이 영화상영회를 기획해보고 운영해볼 수 있는 ‘청년기획단’을 운영했다. 하우징랩은 주거문제를 다루는 공간인데 주거나 도시 관련 영화를 상영했다. 주제를 명확하게 갖는 공간에서 영화를 프로그래밍 하는 작업이 흥미로웠다.
김: 작년 11월 한국영화100주년을 기념하는 ‘충무로영화축전’이라는 행사를 진행했었다. 거리에서 부스별로 커뮤니티활동을 하는 단체를 초대해서 일종의 버스킹 형태로 진행되는 상영회였다. 바람도 많이 불고, 난로도 떼야하고, 관객들에게 담요도 나눠줘야해서 힘들기도 했다. 하지만 관객들이 텐트에 옹기종기 모여 관객과의 대화(GV, Guest Visit)를 진행하다보니까 친밀감도 생기고 관객들의 반응이 좋았던 게 보여서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 많이 오고 적게 오는 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개개인이 얼마나 만족하고 갔는지 그리고 다음 모극장 행사에도 올 것인지를 중요하게 본다. 그런 측면에서는 만족스러웠던 행사다.
Q. 앞으로 포부를 말해달라.
고: 모극장은 관객들의 다양한 필요와 욕구를 채워주는 역할을 한다. 일방적으로 ‘어벤저스’만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을 극복하고 ‘바르다를 사랑한 얼굴들,’ ‘패터슨’도 볼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다. 모극장에서 대안배급이나 대안상영을 내세우지만, 공동체를 형성해서 관계를 맺는 것이 핵심이다. 공동체가 옛날같이 마을단위나 동단위가 아니라, 작은 소규모 단위로 더 많이 형성될 수 있도록 프로그램과 기획전을 운영하고자 한다. 다섯 명이 모일지라도, 의미가 있고 공감하고 대화할 수 있는 자리를 기획하고 개발하고자 한다.
김: 주 고객이 단체나 커뮤니티다. 커뮤니티에서 할 수 있는 활동들이 다양하지만 영화를 매개로 모임을 진행하면 주제가 명확해지는 장점이 있다. 조금 과장해서, 모극장은 공동체를 지속하는 역할을 소화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앞서 얘기했던 ‘커뮤니티시네마네트워크’라는 개념이 정리돼서, 소규모의 단체에서 하고 있는 활동들이 ‘아 이게 커뮤니티시네마구나’라고 인식할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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