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사회적경제만의 공감토크~.

사회적경제 기업 재정지원사업 중 하나인 ‘사업개발비’ 지원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이 사업은 사회적경제 기업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수익구조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말 그대로 기업의 미래 먹을거리를 창출하는 ‘사업’을 ‘개발’하는 데 관심을 두고 있기 때문에, 기업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삼을 수도 있죠.

다만, 10년 가까이 지원사업이 이어지면서 그 의미가 퇴색되거나 올바로 활용되지 못하는 경우가 다분한 탓에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게 되는 사업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중간지원조직 그리고 우수사례로 손꼽히는 기업과 함께 사업개발비를 둘러싼 논쟁과 사례를 탐색하고, 좀 더 효율적이고 지속가능한 활용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말이죠. 여기에 더해 기업들이 당장 준비해야 하는 변화의 흐름까지, 사업개발비에 대한 모든 것을 담아 보았습니다.

그럼, <사업개발비, 조금 더 똘똘하게!> 첫 번째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 때와 곳 : 2020년 5월 25일, 두루바른옆집
○ 함께 하는 분 : 김태호 춘천시협동조합지원센터 설립지원팀장
                      정주형 두루바른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임지헌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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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정주형 두루바른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김태호 춘천시협동조합지원센터 설립지원팀장, 임지헌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 사무국장 ⓒ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Q.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임지헌=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 사무국장 임지헌입니다. 지원센터에서 근무하기 전에는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이하 원주네트워크)에서 2011년부터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통합지원기관 업무를 시작했고 그게 현재까지 이어져서 사회적경제 관련된 지원업무를 하고 있네요.

지난해부터 사무국장직을 수행하게 되면서 현장을 조금 떠나 심사나 이런 부분에 많이 참여하고 있는데, 사업개발비 관련해서도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보니 저를 섭외해 주신 것 같아요. 오늘 건설적인 이야기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 임지헌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 사무국장 ⓒ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김태호= 지난 해 12월 20일을 기해 춘천사회적경제네트워크(이하 춘천네트워크)에서 춘천시협동조합지원센터로 소속이 바뀐 김태호 팀장입니다. 춘천시협동조합지원센터는 춘천시가 춘천네트워크에 민간위탁한 기관으로, 협동조합 저변 확대와 협동조합의 질적 성장을 지원하고 있고, 저는 그 중에서 설립지원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네트워크에서 근무할 때는 2011년부터 통합지원기관 업무를 맡아 사회적기업 인증, 예비 사회적기업 지정, 사업개발비를 포함한 재정지원사업 지원 등을 계속해 왔어요.

임지헌= 2011~2013년까지 권역별로 나뉘어서 같은 일을 했었죠. 태호 팀장님은 영서 북부, 저는 영서 남부 이렇게요. 2014년에 제가 지원센터로 자리를 옮기면서 통합지원기관의 총괄적인 부분을 맡게 되었어요. 이후부터는 현장에서 기업들과 부대끼면서 컨설팅을 하는 게 태호 팀장님이었다면, 저는 그것들을 취합하고 심사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됐죠.

정주형= 반갑습니다. 저는 ‘언어치료사’고요, 저희 두루바른 사회적협동조합(이하 두루바른)은 2014년도에 재활치료사들이 만든 협동조합입니다. 사전준비 단계에서 원주네트워크에서 컨설팅을 받아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창업했고, 올해로 벌써 7년차를 맞았네요. 임상센터로 시작한 사업장은 2016년도에 춘천 장학리 소재 지점도 개소하게 됐고, 현재는 20명 정도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어요.

▲ 2019 강원도 사회적경제 선도기업으로 선정된 두루바른 사회적협동조합 ⓒ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이번 주제인 ‘사업개발비’와 관련해서 두루바른은 할 이야기가 많아요. 저희 기업명에서 ‘두루’는 보편적 서비스를 의미하고, ‘바른’은 양질의 서비스를 의미해요. 그래서 기업의 소셜미션은 ‘양질의 서비스를 보편적 서비스로 제공하자’인데, 사실 하나의 주체가 이뤄내기에는 많은 비용과 역량이 필요하잖아요. 두루바른은 ‘사업개발비’를 포함한 여러 재정지원사업들 덕분에 출판업으로까지 사업을 확장하는 동력을 얻을 수 있었어요. 소개니까 여기까지만 우선 이야기하고, 자세한 이야기는 뒤에서 더 풀어볼게요.

Q. 사업개발비란?

임지헌= 사업개발비 지원은 사회적경제 기업 재정지원사업(사회적기업육성법에 따른 직·간접적인 지원혜택 / 일자리창출 인건비 지원, 전문인력 인건비 지원, 사업개발비 지원, 4대 사회보험료 지원 등이 있음) 중 하나예요. 기업 성장 단계로 보면 적용 범위가 상당히 넓은 지원사업이죠. 기업 초기에 활용할 수도 있고, 아니면 성장기에 피봇(Pivot : 예기치 못한 문제, 사업 구조의 변화, 기업이 판매하는 채널 변경 등 여러 상황들로 인해 초기 사업에서 일부 또는 전부를 발 빠르게 전환해야 할 때)을 위해 활용할 수도 있는, 활용도가 상당히 높은 재정지원사업이에요.

재산성이 될 수 있는 기자재 구매를 제하고는 기업이 고민하고 있는 것, 뭔가 새로운 신사업에 도전한다고 하면 활용될 수 있는 모든 자원들을 사업개발비로 풀어낼 수 있어요. 그렇게 제약사항이 많지도 않아서 사업계획에서 잘만 풀어낸다면 굉장히 유용하면서도 위력적인 재정지원사업이죠.

다만, 컨설팅 등을 통해서 필요나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되고 기업도 어느 정도 준비가 되어 있어야 더 잘 쓸 수 있는데, 지침에 나와 있는 예시에서 선택하는 정도로만 활용하는 기업들이 많아서 아쉬움이 크죠.

▲ 김태호 춘천시협동조합지원센터 설립지원팀장 ⓒ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김태호= 기존에는 예비 사회적기업, 인증 사회적기업에만 해당되는 재정지원사업이었다가 2018년부터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 등 사회적경제 전체로까지 확장됐어요. 보통 제조업 분야면 신제품을 개발하거나 이미 출시된 제품의 포장재나 브랜드를 개발하는 데 많이 활용하시는 편이에요. 가장 활용이 어렵다고 말씀하시는 분야는 서비스업 쪽인데, 키워드 광고나 홍보물 제작 정도로만 신청하세요.

지헌 국장님이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기업의 부족하거나 필요한 부분을 충분히 분석하고 고민한 다음에 신청하는 게 아니라, 지침에서 이런 정도만 가능하겠구나 하고 예시에서 취사선택하는 정도로 그치는 게 많이 안타까워요.

 
Q. 기업들이 사업개발비를 좀 더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중간지원조직들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임지헌= 사실 기업들이 사업개발비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노력을 체계적으로 시행한 건 올해부터예요.

사업개발비 정책이 설계될 당시에는 기초경영컨설팅이나 심화 컨설팅의 결과로 사업개발비를 신청할 수 있도록 짜여 있었는데, 시기상의 문제가 있었어요. 컨설팅과 사업개발비 모두 같은 시기에 예산이 배정되다 보니, 둘 다 연초에 시작해 중반에 사업에 돌입하게 돼요. 그러다 보니 사업개발비 신청 전에 컨설팅이 앞서서 진행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지침은 컨설팅을 거친 사업들을 우선 배정하도록 명시하고 있지만 현실은 쉽지 않죠.

그래서 올해 지원센터는 기초경영컨설팅을 설계할 때 아예 피어(Peer)멘토, 동료멘토 형태의 컨설팅을 분야별 영역으로 나눠 매치했어요. 제조업이면 제조업을, 서비스업이면 서비스업을, 이런 식으로 동료 선배기업들을 멘토로 붙여서 다른 거 말고 사업개발비 어떻게 활용할지, 재정지원 사업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해서만 컨설팅을 진행하도록 하고 있어요.

재정지원사업 설명회 같은 집합교육에서는 “언제까지 신청하세요.”, “이건 되고, 이건 안 됩니다” 이 정도 수준만 안내 가능하고, 개별 기업에 맞춘 상담이 어렵다는 한계가 분명히 존재하고 있었어요. 피어멘토는 이를 개선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이고요.

최근에 1차 재정지원사업이 마무리됐는데, 강원도는 2차에서 사업개발비로 활용될 수 있는 금액이 20억 정도 남아있어요. 동료멘토 컨설팅 결과로 2차 재정지원사업을 신청해보자 하고 있는데, 어떤 결과를 낼 수 있을지는 두고봐야 하겠죠.

 

김태호= 재정지원사업 신청 기간이 공고부터 접수까지 보통 2주 정도 기간인데, 대부분의 기업들이 마감기한을 코앞에 두고 급하게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요. 오랫동안 관심 있게 지켜본 기업이나, 사업개발비 신청 전에 의사를 밝힌 기업들은 어느 정도 조언도 해드릴 수 있겠으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죠. 당장 기한에 맞춰 구비서류를 갖췄느냐, 못 갖췄느냐를 우선 검토하게 돼요. 구비서류를 갖추지 못하면 그대로 탈락하니까요.

그래서 국장님 말씀하신 동료멘토 제도가 좋게 들리네요. 다만, 컨설팅하시는 분들과 실제 심사위원들과의 접점은 어떨까 싶어요. 현재 지침은 ‘안 되는 것 빼고는 다 된다’ 싶게 제약이 많지 않잖아요. 근데 오히려 심사위원들이 기업에서 신청한 사업개발비 내용들을 어떻게 판단할지는 잘 가늠이 안 되더라고요.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이 금형을 제작한 사례가 있어서 타 기업이 금형 제작을 신청했는데 어떤 심사위원회에서는 ‘자본재이니 안 된다’라고 하고, 어떤 심사위원회에서는 ‘기존에 없던 걸 개발하는 거니 괜찮다’라고 해서 되는 경우가 있었어요. 비슷한 건을 두고도 되고, 안 되고 하니까 현장에서 조언을 하기도 쉽지 않아요.

자체 쇼핑몰을 만들기 위해 1,500만원을 신청했는데, 심사과정에서 홈페이지나 앱을 개발해서 효과를 거둔 기업이 많지 않으니 얼마 이하로 제한하자는 논의가 이뤄져 300만원만 선정되는 경우도 있어요. 기업 입장에서는 나머지를 자부담으로 채워서 진행해야 하나, 포기해야 하나 싶어지죠.

지금 동료멘토에 나선 기업들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지 않을까 해요. 개인적으로는 조금 더 명확한 심사 기준이 있었으면 싶기도 해요.

임지헌= 충분한 컨설팅 이후 사업개발비를 신청하시라고 정말 많이 조언해요. 심지어는 준비가 미흡한 기업은 ‘지금 당장 신청 안 해도 된다, 컨설팅 과정 거쳐서 준비하자’고 거듭해서 안내하기도 하고요. 막상 대표님들은 나에게 주어진 권리를 방치하는 거라 생각을 하시기도 하고, 무엇보다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하다 보니 의욕이 높아요. 빨리 자본을 투자해서 뭔가를 돌려보고 싶고, 실제로 일거리가 없는데도 인력을 채용하고 싶어하시죠.

정주형= 재정지원사업을 신청하는 기업들 대부분이 업력이 채 5년이 되지 않는 곳들이 많아요. 그러다 보니 기본적으로 기업과 사업에 대한 생리를 미처 파악하지 못하는 분들도 많고, 사업개발비나 민간지원, 정부 사업들이 대부분 준비해서 들어가기 어렵고 낯설고요.

이 두 가지 환경이 기업이 처음 맞닥뜨리는 어려움 같아요. 우리 기업의 운영이나 나아가야 할 방향이 아직 명확하지 못한 상황이 하나 있고, 지원사업들의 시기나 목적이 파악되지 못한 상황, 이렇게요. 태호 팀장님 말씀처럼 사업을 파악해, 정해진 기한에 맞춰 제출하는 데 급급해지죠.

저희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래서 예비 사회적기업일 때 재정지원사업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어요. 홍보비 정도로만 활용한 게 지금은 너무 아쉬워요.

Q. 사업개발비 우수사례로 꼽힌 두루바른, 어떤 방식으로 활용하셨나요?

정주형= 업력이 좀 쌓인 이후에 사업개발비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어요. 새로운 개발적인 부분에서 우리가 하려는 것들을 충분히 보조할 수 있는 역할을 하는 게 재정지원사업이구나 하고요.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은 실제로 운영경비를 주잖아요. 직접지원에 익숙해질 때쯤 사업개발비가 들어오면 일단 ‘우리한테 돈을 주는 구나’하고 착각을 하게 돼요. 사실은 기업에 꼭 필요하지만 자체로는 기술적인 부분이 없기 때문에 외부에 용역을 주어야 하는 사업을 지원하는 거잖아요. 이런 인식을 갖게 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고 생각해요. 저희도 인증 사회적기업 받고, 어느 정도 컨설팅도 받고 하니까 그제야 보이더라고요.

▲ 정주형 두루바른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그러고 나서는 연구용역과 개발용역에 투자해서 시제품을 완성하는 단계까지 사업개발비가 정말 큰 도움이 됐어요. 인증 사회적기업이 되고 저희의 첫 프로젝트는 난독 학생들을 위한 이야기책과 워크북이었어요. 한림대학교 산학협력과 함께 관련 전공 교수님에게 난독 아이들을 위한 교재 개발과 매뉴얼 시제품 연구용역을 맡기고, 제품화하기 위한 편집디자인 개발용역은 또 다른 곳에 맡기고요.

이후에는 자부담이랑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크라우딩 펀딩 사업을 활용해 제품을 제작했고, 그 결과로 출판업으로까지 업력을 확장하게 됐어요. 바로 다음해에는 영유아를 위한 이야기책을 개발했어요. 산학협력을 연계하고, 타 영역으로 분야를 넓힌 거죠.

저는 그래서 기업들이 산학협력을 잘 이용하셨으면 해요. 강원도에도 좋은 대학들이 있고, 최근에는 대학들이 사회적경제하고 많이 협업하려는 추세이기도 하고요. 우리가 필요로 하는 대부분의 기술은 대학에서 연구가 되어 있거나, 가공해 줄 수 있어요. 그런 곳에 용역을 주면 지역 대학은 투자를 받는 셈이 되고요.

임지헌= 제가 두루바른을 우수사례로 추천했는데, 심사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기업들은 사업개발비 금액을 채우는 데 급급해요. 70~80% 이상의 기업들이 한도 내에서 이것저것 묶은 다음 최대한도에 맞춰 신청하시는데, 아무리 이야기해도 포기하질 못하세요. 홍보비에 얼마, 브랜드 개발에 얼마, 뭐에 얼마 이렇게요.

두루바른은 신사업에 도전하기 위한 결과물을 만들어가는 하나의 패키지로 묶여 있잖아요. 목표가 뚜렷하고 그 과정에서 부족한 연구용역은 산학협력으로, 편집용역은 지원영역의 해당 부분에서, 나머지는 자부담 이렇게 전반적인 스토리에서 몇몇 지원사업의 것을 가져오게끔 설계하고 고민한 흔적이 보이죠.

재정지원사업은 인증 사회적기업 개수별로 광역단위 지원금이 결정돼요. 강원도는 적으면 70개소, 많으면 100개소가 사업개발비를 신청하는데, 서울경기는 기업수가 워낙 많기 때문에 강원도의 3배에서 5배로 신청이 들어와요. 그러다 보니 경기권은 기업 당 평균 지원금이 1,000만원도 안 돼요. 그나마 우리 수준만큼 풍족한 지원을 할 수 있는 곳이 전북 정도인데, 인구수 대비하면 강원도가 또 가장 높죠.

그래서 저는 그런 생각도 해봤어요. 만약 한도액이 500~1,000만원이었다면, 우리 기업들이 사업개발비를 대함에 있어서 짜깁기한 잡탕을 만들지 않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요. 어쨌든 인증 사회적기업은 1억 원, 예비 사회적기업은 5,000만 원으로 제일 많은 지원금을 갖고 있는 상황인 강원도 기업들이 사업개발비에 대한 인식을 환기해서 제대로 된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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