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ert style="green"] 지구 곳곳에서는 매일 이상기후에 대한 뉴스가 쏟아집니다. “대지는 지금 병들어 있다. 인간들이 대지를 너무도 잘못 대했기 때문이다…머지않아 (지구는) 자신의 병을 치료하기 위한 시도로 크게 몸을 뒤흔들 것이다.” 법정스님의 저서『 오두막 편지』에 인용된 아메리카 인디언인 체로키족의 추장 ‘구르는 천둥’의 얘기가 어느 때보다도 가슴에 와닿습니다. 더 늦기 전에 무책임한 낙관주의에서 벗어나 지구와 내가 하나의 공동 운명체임을 자각해야 할 때입니다. [/alert]

[자연치유편]

최근 몇몇 지인들과 장소를 빌려 영화 한 프로를 보았습니다. 배리어프리(barrier-free) 영화위원회에서 상영하는 '위캔두댓!'이었습니다.? (배리어프리 영화란 시·청각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영화를 볼 수 있도록 음성해설과 대사, 및 소리정보를 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합니다.) ?영화 '위캔두댓!'은 일반 극장에서 개봉되지 못했는데, 대신 배리어프리 영화위원회에 신청하면 회사 등에서 단체 관람을 할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 영화인 '위캔두댓!'은 정신병원에 수감됐던 정신질환자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이들은 병원이 폐쇄되자 돌아갈 곳이 없어 '협동조합180'이란 부속단체에 무기력하게 모여 있습니다. 그저 하루 종일 우표를 붙이는 일을 하면서 지내고 있는데, 그나마도 우표 한 장도 똑바로 붙이지 못한다고 구박당하기 일쑤입니다. 사회에 아무런 쓸모없는 사람들로 취급당하며 매일 의무적으로 '신경안정제'를 투여 받으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사진 설명 : 영화 '위캔두댓' 원작 포스터. 정신질환자들이 주인공인 탓에(?) 극장에서 개봉되지 못했지만, 호평을 받은 영화. 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에 단체 관람신청을 하면 영화를 볼 수 있다.>
어느 날 이곳에 급진적인 활동가 '넬로'가 매니저로 발령이 납니다. 그 역시 정상인이긴 하지만, 급진적이라는 이유로 조직에서 문제아로 낙인찍힌 상태입니다. 그는 이곳의 정신질환자들을 환자가 아닌 인간으로 바라보면서 서서히 다가갑니다. 남들은 그저 삐뚤게 붙인다고 구박하는 우편 봉투뭉치에서 이들이 갖는 창의성과 예술성을 이해하게 됩니다. 우여곡절 끝에 이들은?자신의 재능을 사회에 발휘할 수 있게 되고, 사회의 일원으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게 됩니다.

실화여서 더 감동적인 이 영화 속에는 중요한 질문 하나가 숨어있습니다. 바로 인간에게 ‘약’(영화 속에서는 신경안정제)이 꼭 필요한 것인가 입니다.

이 곳 정신질환자들은 사회의 일원으로 당당히 일하게 되면서 ‘이제는 신경안정제를 끊고 싶다’고 이야기하지만, 해당 의사는 ‘위험하다’며 만류하게 됩니다. 신경안정제를 끊고 나면 갑자기 활력이 솟아 사고(?)가 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온전히 ‘자력’으로 살아가고픈?주인공들과?‘보호’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는 의사와 그들의 일부 부모, 이런 갈등이 영화를 이끌어나가는 큰 축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런 문제는 단순히 영화 속 ‘신경안정제’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닙니다. 이 사회 전반에 걸쳐 약들이 오·남용된 탓에 ‘어디까지 약에 의존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해 혼란스러운 것이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를 가진 자녀를 둔 엄마들은 자녀 문제를 상당하기 위해 소아정신과 의사를 찾아가면 '약물치료'를 권유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불면증 때문에 상습적으로 신경안정제를 복용하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감기와 같은 흔한 질병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열이 나고 아플 때 아이에게 약을 먹이는 것이 좋은지, 안 먹이는 것이 좋은지는 늘 선택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아이가 어렸을 때 감기에 자주 걸려 소아과를 들락날락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소아과 의사 처방대로 약을 먹여서 감기가 나았는데, 얼마 안 되어 또 감기에 걸리는 등 감기가 아이 곁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이대로는 아이에게 너무 많은 약을 먹여 안 되겠다는 생각이 점차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마침 가깝게 지내던 젊은 의사, 약사 부부가 있어 넌지시 물었습니다. "아이에게 약을 먹이는데도 감기는 계속 걸리는 데 어찌해야 하느냐"고 말입니다. 그들의 대답은 의외였습니다. "되도록 약을 먹이지 말고 스스로 면역력을 기르도록 하라"는 주문이었습니다. 그동안 그런 식의 이야기를 의사나 약사에게 들어본 적이 없어 내심 놀랐습니다.

photo, ⓒ from Flickr> Lotus Pond
그 뒤부터 면역력을 길러서 스스로 낫는 '자연치유'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아이가 감기에 걸리면 푹 쉬도록 하고 '배즙'을 따뜻하게 먹이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또 햇볕이 좋을 때 충분히 햇살을 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때로는 ‘감기약을 먹이지 않고 버티다 폐렴이라도 걸리면 어떡하나’ 두려움도 있었지만, 점차 아이가 건강해지면서 쉽게 감기를 낫는 것을 보면서 ‘면역력의 힘’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말을 주변 사람들에게 쉽게 하기가 어렵습니다.? ‘자연치유’보다는 의사가 내려준 처방과 약이 더 안전하다고 믿는 사람들에겐 이런 얘기가?‘위험한 발상’이라고 치부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니가타대학원 교수이자 '세계적인 면역학의 창시자‘인 아보 도오루씨는 쓴 『병에 걸리지 않는 면역생활』에서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약은 아무 문제도 해결해주지 않는다. 약이 병을 고치는 것도 아닌데 왜 의사는 약을 처방하는 것일까? 바로 습관 때문이다. 의사는 의료행위로서 약을 처방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열이 나거나 붓고 통증을 수반하는 것은 모두 치유의 과정이다. 약을 계속해서 복용하면 몸이 약에 순응하는 상태로 바뀌기 때문에 병이 낫기는커녕 약을 멈출 수 없게 된다. 또한 장기간에 걸친 약 복용은 면역력을 저하시켜 여러 가지 부작용을 초래하므로 없던 병까지 만드는 원인이 된다.”

그는 약 없이 병을?치유하기 위해서는 ‘면역력’을 기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병은 스트레스나 과로가 주된 원인이므로, 평온한 생활을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아보 도오루 교수는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몸을 많이 움직일 것’ ‘햇빛을 자주 쐬어줄 것’ ‘모든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것’ 등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여름철 열대야에 에어컨 냉방을 하지 말고 더운 채로 잠을 자는 등 자극으로 몸을 단련시키라고 조언합니다.?편리함에 의존하기 보다는 아날로그적으로 생활하는 것이 면역력을 강화시킨다는 것입니다.

어찌 보면 우리들도 모두 아는 이야기일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빨리 통증을 없애고 싶다’는 마음이 약을 부르는 것이 아닐까요? 몸이 아프고 붓고 열이 난다면 그것은 ‘좀 쉬라’는 신호일 것입니다. 몸이 요구하는 소리를 잘 들어보는 것이?약 없이?‘자연치유'로 살아갈 수 있는 첫걸음일 것입니다.

아참! 영화 속 주인공들은 '약물' 없이 살아갈 수 있었을까요? 실화를 바탕으로 해서인지?모든 것이 '해피엔딩'인 것은 아닙니다. 예기치 않은 사고도 일어나지요. 하지만 자력으로 살아가고픈 주인공들의 강한 의지 앞에?더 이상 '약'은 중요한 것이 되지 못합니다.? 많은 정신병원 환자들이 사회로 속속 나오는 것으로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그?영화 속 사건 덕택인지는 모르지만, 실제로 현재 이탈리아에서는?정신병원이 없다고 하네요. ^^

(이 글은 격주 월요일에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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