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을 모으는대로 바로 재난현장에 투입했어요. 재난상황에서는 지원시점이 늦어지면 의미가 없거든요. 재난 현장에 즉시 긴급지원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오귀복 한국사회적경제씨앗재단 이사
“아이쿱의 빠른 지원 시스템이 재해 구호때 좋은 마중물이 됐습니다.” - 에이팟코리아 정미정 이사장
사회적경제 미디어 ‘이로운넷’ 창사 12주년 기념 온라인 컨퍼런스 ‘2030 세이가담: 가보지 않은 길, 다시 협동’의 특별세션으로 아이쿱생협과 함께 제작한 ‘코로나19 극복과 사회적경제의 연대와 협력’이 9일 오후 4시 방영됐다.
이 토론에 한국사회적경제씨앗재단 오귀복 이사, 에이팟코리아 정미정 이사장, 공감만세 고두환 대표가 출연했으며, 이로운넷 김규태 편집국 부국장이 사회를 맡았다.
씨앗재단은 지속가능한 사회와 사람 중심 경제를 추구하는 기업·단체·개인이 모여 만든 조직으로, 최근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있는 사회적경제조직을 돕기위해 ‘사회적 치유 프로젝트’를 시작해 주목받았다.
오귀복 이사는 이날 토론에서 "재난이 발생했을 때, 제때 지원이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며 "(생협에서 활용 중인) 제품과 서비스 선구매하는 방식을 통해 현장을 지원했다"고 소개했다. 올해나 내년 사용될 제품/서비스의 값을 미리 내고, 추후 상품을 받는 것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도 재난 기금 마련 전에 미리 집행해 피해자에게 도움을 주고, 기금 조성후 보충하는 방식이다. 오 이사는 "이러한 재난구호는 신뢰를 바탕으로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오 이사는 “다른 기관들의 구호활동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아이쿱과 씨앗재단의 재해 구호의 경험들을 잘 정리할 생각"이라며 "이번 사태를 통해 우리 안에 연대와 협동의 사회적 DNA가 있음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실질적 구호위해 혁신적인 재난 프로세스 구축 중요
토론자들은 코로나19 사태라는 전대미문의 재난상황에서 사회적경제계가 위기를 어떻게 대처했는지, 향후 닥칠 재난에는 어떻게 대응해야 효과적인지에 대해 고민하기 위해 논의를 이어갔다.
대구에서 한창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했을 시기에 협동으로 위기를 헤쳐나간 사례도 소개됐다. 협력가능한 재난대응 플랫폼 구축을 위해 활동하는 ‘에이팟코리아’의 정미정 이사장은 “보통 대형재난의 경우 지방자치단체에서 먼저 구호 수요를 파악하는데, 당시 대구시는 의료붕괴를 막는데 모든 행정력을 집중해 여력이 없었다”며 “그렇다보니 노인, 장애인, 아동 등 취약계층이 지원 사각지대에 놓이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특히 지역아동센터가 폐쇄되면서 보호받지 못하고 있던 아이들에게 하루 한 끼 도시락을 제공할 방법을 고민했다. 에이팟코리아는 아이쿱에 지원을 요청했고, 약 2500만원의 금액을 지원받았다.
하지만 현장의 상황은 녹록치 않았다. 감염 우려로 대부분의 식당이 문을 닫아 아이들이 음식을 사먹을 곳조차 없었던 것. 구호팀은 식당에 도시락 제작을 요청하고, 만들어진 도시락을 아이들에게 전달하는 방법을 기획했다.
처음 식당과 신뢰를 형성하기 쉽지 않았지만, 일단 대금을 선결제하고 아이들에게 음식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해 굳건한 신뢰를 바탕으로 구호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다. 구호팀은 이후 지역방송에 출연하고, 희망브릿지 등으로부터 추가 지원을 받아 대구 1000개 지역아동센터 2000명의 아이들에게 도시락을 전달했다.
정 이사장은 “가장 좋은 구호란 재난피해자가 재난에서 회복하는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구호”라며 “식당 도시락사업의 경우 식당주인이 구호를 받는 수동적인 대상에서 본인이 직접 구호를 하는 주체적인 구호자가 된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결과는 아이쿱의 빠른 지원 시스템으로 물꼬를 트여준 덕분에 가능했다. 아이쿱은 과거 재난 구호 경험을 통해 제때 구호물품이 전달되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는 점을 깨달았다. 이후 아이쿱과 씨앗재단은 필요한 구호물품과 금액을 현장에 우선지원하는 혁신적인 재난구호 프로세스를 구축했다.
정 이사장은 “전국 곳곳에 아이쿱생협 조합원이 있고, 돈을 빠르게 지급할 수 있는 씨앗재단이라는 플랫폼이 있기 때문에 선진적이고 신속한 구호활동이 가능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협동의 힘’으로 재난이겨내는 시스템
공감만세 고두환 대표는 코로나19로 어려워진 여행업계의 상황을 설명하고, 적절한 지원방안에 대해 논했다. 공감만세는 공정여행 사회적기업으로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되면서 여행길이 막혀 힘든 상황에 놓여있다. 고 대표는 “재난상황에서는 조건없이 신속하게 우선 지원하는 태도가 중요하다”며 여러 가지 증빙자료를 요구하는 정부 지원 방식은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공감만세는 대신 아이쿱으로부터 지원을 받았다. 아이쿱은 파트너십이 높은 단체에게 지원이 필요한지 물어본 후 특별한 증빙없이 지원금을 주고 있다. 공감만세도 아이쿱으로부터 1000만원을 지원받았다. 고 대표는 “기업 입장에서 지원을 받으면 그 단체에 고마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아이쿱에 굉장히 감사하다”며 “앞으로는 수평적 네트워크에서 상황이 나은 조직이 어려운 조직을 제때 부조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면 좋을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씨앗재단 오 이사는 “생협이 할 수 있는 일은 협동의 힘으로 평소에는 좋은 일을 함께 나누고, 위기상황에는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며 “그런 문화가 사회에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아이쿱은 조합원을 챙겨 내부협동을 다지고, 이를 바탕으로 외부와 교류하며 조합간 연합과 협동도 이뤄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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