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안심하고 연구하며 일할 수 있도록 앞으로 더욱더 세심히 살펴보겠습니다.”

해외에서 활동 중인 국내 여성 과학자들과의 토론에서 최기영 과학기술정통부 장관은 이렇게 말했다.

<이로운넷>이 창간 12주년을 맞아 진행한 웨비나 '최기영 장관과 함께하는 과학하는 여자들의 글로벌 이야기‘에는 ▲김세정 물리학 박사 ▲문성실 미생물학 박사 ▲안희경 식물분자생물학 박사 ▲이지현 분자유전학 박사 등 본지 ‘과학하는 여자들의 글로벌 이야기’ 코너에서 연재 중인 여성 과학자들이 등장해 각국 코로나19 현황과 대응 상황, 여성 과학자로서 해외에서 살며 느낀 점, 각국의 과학계 제도 등을 공유했다. 최기영 과학기술정통부 장관이 특별 출연해 현 과학기술정통부의 과학 정책, 발전해야 할 내용, 국제 협력 노력 등을 설명했다.

웨비나는 지난달 20일 사전 녹화돼 10일 이로운넷 유튜브 채널로 중계했다. 각국 시차를 고려해 지난달 20일 온라인 화상 플랫폼 '줌(ZOOM)'에서 진행했으며, 이로운넷 유튜브 채널에서 다시 볼 수 있다.

“‘포스닥’ 안정적 취업·연구 지원하겠다”

토론에서 안 박사는 국내에 박사후연구원의 안정적인 취업을 보장할 방도가 부족해 박사들이 전문성을 발휘할 기회가 적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에 최 장관은 “박사들이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려면 연구활동을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연구지원인력이 중요한 요소라는 생각에 동의한다”며 “대학 R&D 간접비 등으로 연구지원인력을 채용하거나 대학 간접비 산정 시 연구지원인력 확충 정도를 평가하는 등 대학이 연구몰입환경에 투자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최 장관은 박사후연구원의 안정적 연구를 보장하려는 국내 노력의 예로 ‘세종과학펠로우십’과 ‘키우리(KIURI)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세종과학펠로우십은 박사후연구원이 연구단절 없이 독립적인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정부가 2021년부터 5년간 우수 포닥 1000명을 대상으로 인건비·연구비를 1억원씩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최 장관은 “젊은 연구자들이 학위를 받고 독립적인 연구의 첫 출발을 하도록 만든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키우리 프로그램은 이공계 박사의 학계·연구계로 편중된 진로를 산업계로도 넓히기 위해 기획된 사업으로, 서울대·성균관대·연세대·포항공대 4개 대학에 운영 중이다. ‘포스닥(박사후연구원, 연구교수 등 박사학위를 소지한 비전임연구원)’ 중심으로 구성된 첨단기술 분야 연구단에 연 20억원 규모로 3년간 지원한다.

연구비 지원, 연구팀 국제 협업 등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연구비 부익부 빈익빈 현상 해결에 대한 김 박사의 질문에 최 장관은 “기초과학은 연구자들이 하고 싶은 주제를 정해서 연구비 신청을 하고, 분야와 무관하게 특별히 문제가 없다면 지원하는 상향식(bottom-up) 형태를 추구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이어 “연구자들이 중심이 돼 분야별로 어떤 연구가 부족한지, 중장기적으로 어떤 연구를 해야 할지 등에 대한 방향을 수립하고, 정부는 이 로드맵에 따라 지원하는 방법도 추진하는 중이며 올해 수학분야를 시범 적용해 내년에는 물리·화학·지구과학·생명·의학 5개 분야에 적용할 예정이며, 2022년에 전 분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도 답했다.

또한, 미주·아시아·유럽 각지에 운영 중인 과학기술협력센터, 국제공동연구와 연구자 교류를 지원하는 국가 간 협력기반조성사업, 집단연구를 지원하는 글로벌 연구실사업, 원자력 국제협력기반조성, 해외 대형연구시설 활용 연구지원 등 제도를 언급하며 국제 협업 증진에 노력 중이라고 강조했다.

여성 과학자로 해외에서 살아보니

이날 참여한 4명의 과학자들은 해외 연구소, 학교 등에 근무하며 한국과 다르다고 느끼는 점을 공유했다. 영국 내 연구소에서 근무하는 안 박사는 “영국에서 포닥 생활 중 첫 겨울에 아이가 감기에 자주 걸려서 걱정이 많았는데, 연구소에 양육자가 긴급 상황 시 바로 퇴근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 있어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오스트리아에 있는 이 박사는 “휴가를 일정 수준 이상 쓰지 않으면 연구소 차원에서 경고가 내려오고, 쉴 때 쉬면서도 연구 실적을 낼 수 있게 협업 체계가 발달돼있다”며 안정적인 ‘워라밸’을 언급했다.

호주에 있는 김 박사는 조직원 관계가 평등하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는 “서로 이름을 부르기 때문에 평등한 분위기가 형성되기가 수월하고, 그룹리더·박사·학생 모두 목소리 내기를 어려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원하는 것을 주장하고 요구할 수 있는 문화와 회식이 없는 분위기도 특징으로 꼽았다.

미국에 사는 문 박사는 다양성을 말했다. 그는 “타국에서 여성과학자로, 이방인으로, 얼굴색이 다른 사람으로 살아가면서 페미니즘이나 인종 문제에 관심이 생겼다”며 “세대 간 다양성과 소통, 상하관계나 인종문제 등에 대한 여러 교육도 있어 시야가 더 넓어졌다”고 설명했다.

세션 뒷부분에는 최 장관이 박사들에게 질문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최 장관은 패널들에게 여성과학자로서 일과 가정을 양립하기 위한 의견, 여성과학자 연구문화 등 환경의 국내외 차이, 훌륭한 과학커뮤니케이터가 되기 위한 방법 등을 물었다.

코로나19로 만난 과학계 '협동'

이날 패널들은 과학계에서 협동과 연대에 대해서도 논했다. 이 박사는 최근 오스트리아 정부와 비엔나 과학 공학 펀드(Vienna Science and Technology Fund; WWFT)로부터 긴급 자금 지원을 받아 발족한 ‘비엔나 COVID-19 진단 이니셔티브(Vienna COVID-19 Diagnostics Initiative; VCDI)’를 소개했다. 오스트리아의 코로나19 검사 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20개 비엔나 연구소들이 자발적으로 협력한 결과다.

안 박사는 연구소 내 ‘서포트 팀’을 예로 들었다. 그는 “한국이었다면 대학원생이 했을 일들을 도맡아 해주는 팀원들이 연구소 내 팀”이라 설명했다. 이어 “뭐든 혼자 하던 습관이 있었는데, 내가 하는 일을 공유하고 이를 나누며 협력하는데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며 “연구에 협업을 더욱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려고 노력 중”이라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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