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여행을 시작했다. 지누아리를 찾는 여행이다. ‘지누아리?’ 강릉 사람이 아니라면 꽤 생소한 네 글자다. 지누아리는 홍조식물로 톳과 비슷한 해초다. 강원도 동해안 지역에 주로 서식한다. 집집마다 지누아리 무침, 지누아리 장아찌로 만들어 먹는 향토음식이다. 강릉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에겐 익숙하다. 필자도 어린 시절 종종 먹곤 했다. 타지로 가면서 자연스레 잊게 된 음식이다.

귀해진 몸이 된 지누아리.

“지누아리 먹어봤어?”

지역 어르신에게 ‘지누아리를 먹어야 진짜 강릉 사람’이라는 말을 들은 어느 청년의 이야기로 지누아리에 대한 기억이 올라왔다. 재작년부터 무엇이든 재밌는 걸 시도해보고자 모인 ‘무엇이든’ 멤버들 사이에서 지누아리가 화두가 됐다. 모일 때마다 지누아리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지누아리를 아시나요?”

무엇이든 멤버들은 만나는 사람들에게 지누아리에 대해 물어보는 게 습관이 됐다. 누군가는 어머니의 추억을 이야기하고, 누군가는 어느 식당에서 먹어본 경험을 이야기했다. 지누아리와 고추장을 통에 넣은 후 뚜껑을 닫고 마구 흔들어서 도시락 반찬으로 먹곤 했다는 아빠의 추억담을 듣기도 했다. 동네 어르신들께 물어보면 저마다 지누아리를 어떻게 해 먹는지 들려주기도 했다. 그러면서 공통적인 이야기는 요즘 지누아리가 많이 귀해졌다는 것이다. 지누아리의 안부가 궁금했다. <지누아리를 찾아서> 프로젝트는 그렇게 시작됐다. 감사하게도 2020년 문화가 있는 날 <지역문화우리> 사업에 선정돼 본격적으로 지누아리 탐방을 시작할 수 있었다.

“지누아리 안녕한가요?”

지누아리가 정말 귀해졌다는 건 탐방을 시작한 첫날부터 여실히 느꼈다. 탐방은 함께 밥 한 끼를 먹는 것으로 시작했다. 무엇이든 멤버의 일부는 먹어본 적이 있지만, 아직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사람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우선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맛인지 알고 시작하는데 마음을 모았다. 반찬으로 나오는 식당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그곳을 찾았다. 하마터면 못 먹을 뻔했다. 예약한 덕에 지누아리를 겨우 먹을 수 있었다.

오랜만에 맛본 지누아리. 바다향 가득 입안에 퍼진다. 그 흔했던 지누아리가 지금은 구하기 쉽지 않다고 말씀하는 사장님. 지금 내놓는 것도 작년에 건조한 지누아리라고 한다. 어디서 구하는지 여쭤보니 중앙시장의 한 건어물 가게를 알려주신다. 며칠 후 무엇이든 멤버들 몇몇과 그곳을 찾았다. 사장님께 물으니 곧바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낸다. 사장님도 구하는 게 쉽지 않다고 한다. 지누아리를 채취하는 해녀들에게 여러 번 전화를 하는데 없다는 답만 돌아온다고 한다. 강릉 사람들에게 지누아리가 각별한 이유가 궁금했다.

“지누아리가 옛날엔 흔했거든요. 장아찌를 해보니 맛있거든. 이렇게 해서 많이 먹게 됐다고. 근방에선 강릉이 제일 크잖아요. 먹어보니 맛있으니 맛있다 맛있다 해서 번져 나간 거죠. 강릉 사람들이 많이 먹어요. 명절 때 되면 딸들이 오고 며느리도 오고 여기 있는 부모들이 만들어서 갈 때 싸 준다고요. 자꾸만 번져 나가는 거예요.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장사를 오래 하면서 물어보니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입안 가득 바다향이 퍼지는 지누아리 무침.

먹을 것이 마땅치 않았던 시절. 흔하디흔해서 먹기 시작한 지누아리. 그냥 한 해초에 불과했는데. 이제는 너무나 귀해진 몸이 되었다. 점점 더 보기 힘들어지는 건 아닌지 걱정이 커졌다. 사러 오는 분들도 대부분 나이가 많으신 분이라고. 젊은 사람들에겐 생소하기만 하니. 지누아리를 보기 힘들어지는 것은 물론 기억하는 사람들도 점점 줄어들고 있음을 느꼈다. <지누아리를 찾아서> 탐방을 이어가고 있는 요즘. 지누아리에 대한 이야기, 그 무엇이든 차곡차곡 쌓여가는 그 자체가 참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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