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사회적경제 영역에서는 그동안 자조기금, 선구매, 크라우드펀딩 등을 진행했다.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으로 바뀔 미래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열쇠가 돼줄 사회적경제의 협동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까.

9일 개최된 사회적경제 미디어 ‘이로운넷’ 창사 12주년 기념 온라인 컨퍼런스 ‘2030 세이가담: 가보지 않은 길, 다시 협동’의 3부 순서는 ‘4차 산업혁명의 도전, 협동이 열쇠’으로 진행됐다. 이날 자리에는 장종익 한신대 사회혁신경영대학원 교수와 송인창 HBM협동조합경영연구소 소장이 패널로 참석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할 협동의 미래를 논의했다. HBM협동조합경영연구소는 송 소장이 창업했던 해피브릿지협동조합이 스페인 몬드라곤 협동조합과 함께 MOU 체결로 설립한 자회사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플랫폼 경제

코로나19로 비대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기업이 크게 성장했다. 장 교수는 4차 산업혁명으로 노동·직업·삶의 변화 등이 예상되는 가운데 플랫폼 경제의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은 기존의 산업혁명에 비해 전개되는 속도가 빠르고, 수많은 분야에서 근본적 변화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전개 방향과 과정이 불확실하다”면서도 “지금까지 나온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했을 때, 플랫폼 기업의 등장과 급성장, 프리랜서 노동자/플랫폼 노동자의 급격한 증가와 노동 형태의 변화, 부와 소득의 양극화 심화 등을 관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설립자 및 벤처투자자 등 플랫폼 기업 소유자와 서비스 공급자의 소득 간 괴리가 너무 크다는 점 ▲참여 주체를 배제하는 ‘블랙 박스’ 시스템으로 가치를 추출한다는 점 ▲세제 문제 및 노동자 권리문제가 생긴다는 점을 대표적인 문제로 꼽았다.

미래 준비할 협동조합의 과제 ‘온라인 플랫폼’

장종익 한신대 사회혁신경영대학원 교수는 플랫폼경제의 부정적인 측면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플랫폼협동조합을 추천하면서, 발전하려면 기업가정신과 공적인 의식을 지닌 기업가 및 사회적금융 생태계가 조성돼 인큐베이팅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진재성 인턴기자

플랫폼 기업들의 급성장으로 생기는 부작용을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송 소장은 협동조합들이 온라인 플랫폼 사업에도 뛰어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00년 전 세계 최초의 로치데일 협동조합은 점포로부터 탄생했지만, 4차 산업혁명, 디지털 혁명의 시대에서는 이제 온라인 플랫폼으로 이동할 때가 됐다”며 “홈서비스 홈케어 산업, 인터넷 산업, 온라인 시장, 디지털 노동 플랫폼 산업, 배달 및 운송산업 등에서 협동조합은 다시 한번 공동소유와 민주적 통제라는 원칙을 실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플랫폼협동조합의 차별성을 언급했다. ▲기업이 노동자와 이용자가 기업을 소유·관리해 주주의 이익이 아닌 그들이 속한 로컬 커뮤니티를 우선에 놓는다는 점 ▲고용주로서의 책무를 회피하지 않고 일하는 노동자의 적절한 보상과 소득 보장을 중시한다는 점 ▲민주적으로 운영돼 투명하다는 점 ▲이용자 및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선호와 의견을 반영하는 지배구조를 지니고 있어 다양한 비즈니스모델을 구상할 수 있다는 점 ▲민주적 운영 구조가 데이터의 활용을 규제해 사생활 보호가 가능하다는 점 등을 들었다.

장 교수는 이어 유럽과 북미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플랫폼협동조합 운동’을 언급하며 “온라인 플랫폼을 소유한 기업에 거대한 부와 권력이 집중되자 170년의 역사를 가진 협동조합 모델의 원칙과 가치를 온라인 플랫폼에도 적용하자는 주장”이라며 “운동이 시작되기 전부터 디지털 자산의 공유화를 주장해온 오픈 소스운동, 오픈 라이센스 운동도 광의의 플랫폼협동조합 운동으로 간주한다”고 설명했다. 운동에 힘입어 플랫폼협동조합은 작년 6월 기준 전 세계적으로 약 280개 이상이 설립돼있다.

4차 산업혁명 협동 인재 만들 '교육'

송인창 HBM협동조합경영연구소 소장은 21세기형 협동할 줄 하는 인재 '팀프러너'를 키우기 위한 MTA코리아의 노력을 소개했다. 사진=진재성 인턴기자

이날 송 소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술 인재뿐 아니라 협동 인재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소개했다. 그는 충남 서천군에서 지역자원과 IT 개발 기술을 접목해 청년들의 지역정착과 지역 재생을 꾀하는 기업 ‘자이앤트’를 언급했다. 자이앤트는 비대면 시대를 맞이하고 디지털 뉴딜 정책에 발맞춰 지역 초고속 인터넷망 구축, 비대면 업무공간 구축 등 사업을 진행 중이다.

그는 이처럼 사회적경제에 관심을 가지고 미래를 대비할 청년 인재를 키우는 게 중요하다며 HBM 협동조합경영연구소가 진행하는 교육 사업 ‘MTA코리아’를 소개했다. MTA는 기존의 교수와 캠퍼스가 있는 대학 수어베서 탈피해 실제 기업을 설립하고, 15명 단위로 팀을 구성해 세계를 여행하면서 비즈니스 프로젝트를 통해 혁신적 리더십과 기업가 정신을 배우는 교육과정이다. 2007년 스페인 몬드라곤 협동조합의 몬드라곤 대학이 받아들여 MTA(Mondragon Team Academy)를 4년제 공식 유럽학사학위 과정으로 설립됐다.

송 소장은 “2015년 서울에서 열린 GSEF 국제포럼에 스페인 몬드라곤 대학의 MTA 창업자를 초청한 것이 인연이 돼 MTA코리아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MTA코리아는 현재 성균관대, 계원예술대, 성공회대 등에서 한 학기 단기 프로그램으로 개발하여 운영 중이고, 힌국사회적기업진흥원과 협력해 협동조합 창업과정에 적용, 행정안전부와 협력해 커뮤니티 비즈니스 과정의 실험 등을 진행 중이다. 송 소장은 이어 “협동할 줄 아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재 ‘팀프러너’를 양성하는 게 목표”라며 “올해 9월부터는 성공회대와 협력하여 4년제 학위과정을 서울을 거점으로 진행 예정이고 현재 학생을 모집 중”이라고 밝혔다. 팀프러너는 ‘팀’과 기업가를 뜻하는 ‘앙트레프레너’의 합성어다.

이날 패널들은 세션 뒷부분에 사전 질문 신청자들이 남긴 질문에 답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시장이 활성화되고, 4차산업혁명과 맞닿아 있는 시점에서 협동으로 뛰어넘을 준비를 하는 곳의 예시를 들어달라"는 질문에는 송 소장이 직접 진행 중인 사례를 들었다. 그는 "해피브릿지협동조합이 IT청년기업과 행복도시락, 디자인 기업과 협업해 '식품 디자인' 시장에 진출하려는 사업을 준비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자본이 부족한 사회적경제 플랫폼 기업들이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대비해야 하는 방법을 질문한 데에는 장 교수가 "작은 규모로 자본 조달하기는 어려울 수 있으니, 동일한 목적을 갖고 있는 조합 여러 개가 합병하거나 컨소시엄을 통해 전문성을 키우고 시장을 개척해보는 것도 좋다"고 답했다.

이로운넷 창사 12주년 컨퍼런스 '2030세이가담-가보지 않은길 다시 협동' 3부는 장종익 한신대 사회혁신경영대학원 교수와 송인창 HBM협동조합경영연구소장이 맡았다. 사진=진재성 인턴기자

이로운넷 창립 12주년 기념 컨퍼런스 ‘2030세이가담-가보지 않은 길, 다시 협동’은 9일부터 10일까지 이틀간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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