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을 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집 앞 길을 가로막은 커다란 돌덩이를 혼자 옮기려다가는 허리를 다칠 수 있기 때문에 함께 들어 올리는 것이죠.”

최혁진 전 청와대 사회적경제비서관은 협동을 “삶을 유지하고 풍요롭게 하려는 욕망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최 전 비서관은 “협동은 ‘착하고 선한 행동’이나, 칸트의 정언명령 같은 의무론적 준칙이 아니라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한 효과적인 선택”이라며 “여러명이 식당에서 다양한 음식을 주문해 함께 먹는 것도 협동”이라고 말했다.

9일 오전 10시 온라인으로 진행된 사회혁신 컨퍼런스 ‘2030세이가담-가보지 않은 길, 다시 협동’이 진행됐다. 첫 번째 세션을 맡은 최혁진 전 청와대 사회적경제 비서관은 ‘혁진이형의 슬기로운 협동생활’을 주제로 김규태 이로운넷 편집국 부국장과 대담을 진행했다.

협동으로 ‘따로’의 삶 지탱한다

최혁진 전 비서관은 코로나19 상황에서 협동은 경쟁력이자 생존력이라며 “‘따로 또 같이’를 잘하는 사회가 지속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지금까지 협동을 ‘같이’의 측면으로만 이해해왔다. 하지만 ‘따로’ 역시 협동이 필요하다”면서 “따로의 삶을 지탱하기 위해 유기적인 협력의 그물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은 코로나19에 대처하는 시민들의 모습에서도 잘 나타난다. 다른 사람을 위해 마스크를 쓰거나, 코로나19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지역과 사람들을 돕기도 한다. 사회가 민주주의적으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모습이다. 여기에 정부의 사회적경제 활성화 정책이 더해져 협동조합이 성장하는 발판이 됐다.

해외서 국내 협동조합 긍정적 평가…협동조합 난립 문제에는 “실패 경험이 성공 발판”

점차 성장하고있는 국내 협동조합에 대해 해외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최 전 비서관은 “과거에는 국내 생협들 다수가 일본 생협을 보고 배우면서 성장했지만, 최근에는 새롭고 창조적인 혁신을 만들어내고 있다"면서 "일본은 한국생협이 모방에서 창조, 혁신을 선도하는 모습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양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만큼 설립이 남용되는 것이 아니냐는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에대해 최 전 비서관은 “다양한 형태의 협동조합이 등장할 수 있었던 '로치데일 협동조합도' 협동조합을 설립, 실패하며 성찰, 경험, 사례 분석 속에서 나온 것”이라며 “앞으로 더 많은 도전이 있어야 하고, 실패의 경험들이 정리되고 축적되어 전수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로운넷 창사 12주년 컨퍼런스 '2030세이가담-가보지 않은길 다시 협동' 첫 세션은 최혁진 전 청와대 사회적경제비서관이 맡았다.

“협동으로 새로운 경제 모델 창출 하려는 시도 활성화 될 것”

협동이 재난 등 위기 상황에서 힘을 발휘하는 것은 그동안의 사례를 통해 입증됐다. 이제부터는 협동이 재난을 예방하는데 효과적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산업적 측면을 보면, 그동안 우리나라 기업은 불공정한 관행 때문에 중소기업은 자본을 축적하기 어렵고, 신기술 개발에 나설 여력을 갖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일본의 수출 규제에 따라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산업이 급부상한 모습을 보면, 대중소 기업이 상생협력 기반이 갖춰질 때 산업 전반이 튼튼해 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처럼 경제활성화를 위해서도 협동은 위기를 돌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최 전 비서관은 협동조합의 매출을 높이고, 사람들에게 협동조합을 친근하게 느끼게 하는 방안 중 하나로 협동조합 마크 ‘COOP’를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최 전 비서관은 “COOP마크는 이탈리아 협동조합들이 과거 다국적 기업들의 자국 시장 잠식기에 맞서기 위해 사용했던 사례”라며 “협동조합인들은 자부심과 신뢰를 가진 경우가 많고, 협동조합 마크가 붙어 있으면 믿고 이용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COOP 마크를 활용한 매출 확대 사례를 설명했다.

“협동을 통해 새로운 경제 모델을 창출하려는 시도가 활성화될 것입니다. 여기에 정부의 정책적 변화가 뒤따른다면 더 많은 변화가 생길 것이고요”

최혁진 전 비서관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따로 또 같이'를 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4차 산업혁명 대비한 ‘협동’ 시스템 만들어야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산업 하부구조 변화 속에서 '협동'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최 전 비서관은 4차산업혁명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힘이 극대화 된다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산업군과 다른 사회 영역이 가치사슬로 연결돼야 한다고 전했다.

대표적으로 아이쿱 괴산 클러스터 사례를 들 수 있다. 최 전 비서관은 “아이쿱 클러스터 단지 내 공방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해 공동의 부담으로 문화체육, 의료 시설을 운영하고 새로운 고용과 서비스를 창출한다”며 “이렇게 협동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으면, 4차 산업혁명에서 불평등과 격차는 더욱 확대되기 때문에 사회적 갈등을 극대화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담 이후에는 최 전 비서관이 시청자들의 질문에 대답하며 소통하는 시간도 가졌다. 2030세이가담 주요 키워드가 ‘협동’인 만큼 사회적경제 전 분야가 협동할 수 있는 주로 이어졌다. 특히 “동종간, 이종간 사회적경제가 어떻게 연대하고, 협력상품을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최 전 비서관은 "동종간, 이종간 협동에 대해 얘기할때 당위적 접근 보다는 입장의 차이로 생각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보리네협동조합(보리네생고깃간)과 같은 곳에서는 한우 협동조합과 협동할수 있고, 사회서비스를 하는 협동조합의 경우 공정여행을 하는 조합과 협동하면 복합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를들었다.

최 전 비서관은 “소셜 비즈니스에 실질적인 효과를 들여다 봐야 한다”면서 “동종간, 이종간 협동은 비즈니스 가치사실을 연계하는 과정에서의 연합이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이로운넷 창립 12주년 기념 컨퍼런스 ‘2030세이가담-가보지 않은 길, 다시 협동’은 9일부터 10일까지 이틀간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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