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DNA는 ‘경쟁’ 보다는 ‘협동’에 가깝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우리 민족의 오랜 전통인 협동과 연대의 정신으로 돌아가자.”  -강민수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장

사회적경제 미디어 ‘이로운넷’ 창사 12주년 기념 온라인 컨퍼런스 ‘2030 세이가담: 가보지 않은 길, 다시 협동’이 9일 개최됐다. 이날 오후 1시부터 방송된 2부 순서는 ‘협동으로 위기의 선을 넘다’을 주제로 꾸려졌으며, 강민수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장과 임신화 꿈고래놀이터 부모협동조합 이사장이 출연했다.

이번 토론은 코로나19로 확인된 연대와 협동의 힘에 대해 심층적으로 논의하고자 마련했다. 사회를 맡은 김규태 이로운넷 편집부국장은 “코로나19라는 위기의 선을 어떻게 넘을까 고민하는 현 시점, 협동이 위기 극복에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실증적 이야기를 듣고자 한다”고 밝혔다.

“경쟁과 독점 익숙한 시대, 협동의 전통 기억하자”

?강민수 센터장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우리 사회가 어디로 가고 있느냐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싶다"면서 "사회적경제가 향후 일어날 변화의 전체는 아니지만 조그마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 새로운 사회, 대안경제를 모색하는 하나의 도구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사진=진재성 인턴기자

먼저 강 센터장은 경쟁과 독점이 익숙해진 우리 사회에 협동과 연대라는 가치가 왜 필요한지 설명했다. 그는 “사실 역사적으로 보면 계, 향악, 두레 같은 전통에서 보듯 산업화 이전 우리 민족이 협동해온 역사는 몇 곱절 더 길다”며 “너무 빠르게 산업화를 겪으며 이런 전통들이 사라졌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전 세계에 존재하는 ‘맥도날드’ 매장 전체보다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영업하는 ‘치킨집’ 숫자가 더 많은 상황에서 경쟁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경쟁이 아니 다른 길 찾기가 시작돼야 한다.”

협동조합은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대량실업, 생계비 증가 등 여러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발전해왔다. 이후 신자유주의가 성행하면서 국가가 책임져온 공공 영역이 시장으로 편입됐고, 사회적경제는 경제위기, 시장실패에서 오는 여러 문제점을 해결하고 있다. 앞서 대공황?석유파동?금융위기 등 반복된 위기 상황에서도 협동조합은 슬기롭게 대처해왔다. 스페인 몬드라곤, 이탈리아 볼로냐, 스위스 소비자 협동조합, 미국 신협 등이 대표적 사례다.

최근 코로나19 위기가 발생한 이후, 협동조합을 포함한 사회적경제 영역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공동체 정신’으로 극복에 나섰다. 강 센터장은 “각국 정부의 긴급 정책에도 불구하고 사각지대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사회적경제는 정책의 공백을 메우고 재난에 가장 취약한 사람들에게 손을 내미는 역할을 했다”고 이야기했다.

매출 전년 대비 반토막이지만…추가 고용과 나눔 활동

?임신화 이사장은 "코로나19라는 위기가 왜 왔는지 생각하면서 꿈고래 협동조합부터 일회용품 사용을 하지 않기로 선언하는 등 변화를 위한 노력에 동참하기로 했다"면서 "더 많은 이들에게 협동이 얼마나 큰 힘이 발휘될 수 있는지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다./사진=진재성 인턴기자

실제 기업에서 일하는 임신화 이사장이 현장의 이야기를 전했다. 꿈고래놀이터는 발달지연, ADHD,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아동과 청소년에게 언어?인지?미술?놀이?감각?체육 치료를 제공하는 교육 서비스 사회적기업이다. 

임 이사장은 “코로나19 여파로 대면 서비스가 어려워져 한 달 이상 문을 닫은 결과, 매출이 지난해 대비 50%를 넘지 못했다”면서도 “인턴을 마친 장애 사원 1명을 약속대로 추가 고용하고, 학교밖 청소년들을 지원하는 대구 비영리단체 ‘별만사’에 긴급 먹거리 지원키트를 보내는 등 어려운 상황에서도 힘을 보태려고 했다”라고 말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무엇을 준비하고 실천해야 할까. 임 이사장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사회적경제 조직에 무엇보다 연대가 필요함을 깨달았다”며 “꿈고래놀이터는 부모가 장애가 있거나 맞벌이 또는 한부모 가족인 아이들에게 문을 열고 ‘우리가 함께한다’는 메시지가 전달되도록 노력했다. 사회적경제 전체가 함께 손을 잡는다면, 시너지가 나올 거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강 센터장은 “어쩌면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면, 인류는 이전과 비슷한 상태로 돌아갈지도 모른다. 만약 변화가 생기지 않는다면 비슷한 위기가 반복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고 공동체를 돌아보는 사람 중심 경제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같이 노력해보자”고 제안했다.

또한 강 센터장은 “최근 정부가 ‘K뉴딜’이라는 이름 아래 ‘디지털?그린?휴먼’ 뉴딜을 추진 중인데, 이런 정책을 사회적경제가 활성화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면서 “뉴딜이 말 그대로 ‘새로운 계약’을 의미하는데, 이에 걸맞게 우리 공동체가 추구해야 할 가치를 합의하는 사회적뉴딜 ‘S뉴딜’을 추진해가자”고 주장했다.

“코로나19 이후 사회적경제 중심으로 연대 확장해야”

?9일 오후 1시 열린 사회혁신 컨퍼런스 ‘2030 세이가담: 가보지 않은 길, 다시 협동’ 2부 순서 ‘협동으로 위기의 선을 넘다’ 토론에 참여한 김규태 이로운넷 부국장, 강민수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장, 임신화 꿈고래놀이터 부모협동조합 이사장(왼쪽부터)./사진=진재성 인턴기자

토론 이후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서도 코로나19 관련 질문이 다수 등장했다. ‘일반기업과 사회적경제 기업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 강 센터장은 “자가격리자를 위한 생활키트를 구성할 때 일반 기업과 사회적경제 기업의 상품을 함께 구성한다면 어떨까 생각했다”면서 “최근 진행 중인 ‘바이소셜’ 캠페인을 통해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패키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강 센터장은 “코로나19로 어려워진 주식회사가 사회적경제 기업으로 전환하거나, 캐나다 ‘에바(EVA)’ 사례처럼 플랫폼협동조합과의 연대 등 기존 기업간, 협동조합간 협력을 통해 비즈니스를 확대해나갈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언택트 시대에 대한 대비로는 “현재 대부분의 오프라인 사업을 온라인으로 전환해 변화된 시장에 적응해야 한다”고 답했다.

‘지역 돌봄의 추진 방향’에 관한 질문에 대해 임 이사장은 “발달장애인 돌봄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이 나왔는데, 핵심은 작은 마을 단위 안에 협동조합이 생겨야 한다는 것”이라면서도 “부모가 내 아이 하나만 돌보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협동조합을 운영하기란 쉽지 않다. 국가 차원의 시스템을 개편하고 여러 주체에서 역할을 분담해 연대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을 덧붙였다.

‘2030 세이가담: 가보지 않은 길, 다시 협동’은 10일까지 행사를 이어간다. △오전 10시 ‘더 넓은 연대로 가는길, 사회적금융’ △오후 1시 ‘지역사경센터장이 말하는 사회적경제의 힘’ △오후 3시 ‘최기영 장관과 함께 하는 과학하는 여자들의 글로벌 이야기’가 연달아 방송된다. 각 세션 및 전체 영상은 ‘이로운넷 유튜브’를 통해 다시보기가 가능하다.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